[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안산시가 2월 말 「로봇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도시 차원에서 로봇산업을 하나의 정책 분야로 설정하고,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산업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산이 선택한 방향이 문서로 남았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안산은 오랜 기간 제조업 중심 도시로 기능해왔다.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밀집해 있고, 현장 경험을 축적한 인력이 두텁다. 동시에 자동화와 스마트화라는 과제를 피해 갈 수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로봇산업은 이 두 가지 조건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라기보다, 기존 산업 구조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가깝다.
이번 조례는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지원, 실증과 인재 양성 기반 조성 등을 담고 있다. 표현은 비교적 절제돼 있고, 범위 역시 행정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설정돼 있다. 선언적 문구보다 제도적 틀을 우선한 점은 이후 정책 운용 과정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다.
조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보다, ‘이제 이 분야를 행정 과제로 관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동안 로봇산업이나 첨단산업은 필요성은 언급됐지만, 일관된 정책 틀 안에서 다뤄지기보다는 개별 사업이나 단기 과제로 흩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례 제정은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한다.
다만 조례는 출발선이다. 실제 정책의 무게는 조례 이후에 형성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중장기 육성계획이 어떤 구조로 마련되는지, 연차별로 무엇을 점검하고 어떤 성과를 확인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계획이 흐릿하면 예산도 분산되고, 정책은 반복되기 어렵다.
재정 역시 중요한 변수다. 로봇산업은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기술 검증과 현장 적용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정책 환경이 전제돼야 움직일 수 있다. 단년도 예산이나 단발성 지원 사업만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 조례 이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책의 지속성이 어떻게 담길지가 관건이다.
실증 공간과 테스트베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로봇 기술은 문서보다 현장에서 검증된다. 산업단지, 공공시설, 도시 인프라 등 안산이 가진 공간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체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행정의 역할은 직접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안산의 강점은 이미 형성된 산업 생태계다. 로봇산업을 기존 제조업과 분리된 영역으로 접근할 경우, 정책은 현장과 멀어질 수 있다. 반대로 자동화, 공정 개선, 협동 로봇 등 현실적인 수요와 맞닿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정책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현장에 스며들 수 있다. 조례 이후 정책 설계 과정에서 현장 기업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중요한 지점이다.
인재 양성 역시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로봇산업은 특정 전공이나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규 인력뿐 아니라 재직자 전환, 현장 기술자의 재교육까지 포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학, 연구기관, 직업교육기관과의 연계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정책의 깊이를 가른다.
‘로봇도시’라는 표현은 기대를 동반한다. 동시에 행정에 대한 질문도 함께 제기한다. 도시 브랜드로서의 로봇도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일자리, 기술 축적의 공간으로서 로봇도시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이다. 이는 단기간에 답이 나오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조례 제정은 그 질문을 공식적으로 꺼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정책의 지속성은 투명성에서 나온다. 계획 수립 과정, 예산 집행, 사업 선정 기준이 일정 수준 공개되고 설명될 때 정책은 신뢰를 얻는다. 로봇산업은 일부 기업이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와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조례 이후 이어질 행정 절차가 얼마나 차분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진행되는지가 정책의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다.
안산시는 이번 조례로 하나의 방향을 제도화했다. 그 방향이 도시의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로봇산업을 더 이상 선언이나 구상 단계에만 두지 않겠다는 행정의 선택이 문서로 남았다는 점이다. 조례 이후의 과정이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이어질 때, ‘로봇도시’라는 말도 점차 구체성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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