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국지 리더십의 재발견...조조의 시스템인가, 유비의 인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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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국지 리더십의 재발견...조조의 시스템인가, 유비의 인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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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 이훈미(군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 이훈미(군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br>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 이훈미(군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고전 '삼국지'에서 조조는 천하의 자원과 인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위나라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거느렸다. 반면 유비의 촉나라는 늘 물자도, 세력도 부족했다. 그러나 유비는 그 빈자리를 ‘인의(仁義)’라는 가치로 채웠다. 조조의 길은 패도를 열었지만 효율에 치우쳤고, 유비의 길은 험난했으나 사람의 마음을 얻으며 끝내 버텨냈다.

오늘날 대한민국 야권이 처한 현실은 조조의 대군에 쫓기던 유비의 절박한 상황과 닮아 있다. 거대 여권의 압도적인 공세 속에서 야당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의 정국 혼란을 계기로 여권은 야당을 향해 ‘동조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극단적인 수준의 단죄와 처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인 인본주의와, 전체주의적 숙청 문화의 결정적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과 생명 존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지가 아니다. 과거에는 인권의 가치를 앞세워 흉악 범죄자에게조차 사형 선고를 반대하며 인간적 고뇌를 강조하던 이들이, 지금은 특정 정치적 상대를 향해 가장 가혹한 처벌과 숙청을 거리낌 없이 외치고 있다. 이러한 감정적 정치 언어는 민주주의의 성숙함보다는, 오히려 공산 혁명 시기의 냉혹한 숙청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 속 공산 혁명 세력은 목적을 위해 인륜을 저버리는 것을 혁명의 과업이라 포장했다. ‘반동’이라는 낙인 아래 부모를 고발하고 스승을 처형하는 행위마저 정의로 강변했다. 그러나 인의를 파괴한 채 세워진 사회가 끝내 남긴 것은 공포뿐이었다. 인간을 도구로 삼은 체제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자유민주주의의 뿌리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 곧 인의가 흐르고 있다. 인간이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을 때, 인본주의자는 즉각적인 단죄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고뇌를 함께 바라본다. 이는 결코 죄를 두둔하거나 동조하는 태도가 아니다. 인간 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려는 자세다.

진정한 인본주의적 대응은 상대를 즉각 처단하는 비정함이 아니라,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고 법의 심판 앞에 서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그 과정은 더디고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질서 있게 책임을 묻는 민주주의의 방식이다.

이러한 격앙된 정국 속에서 야당 리더십이 겪는 부담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장동혁 당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은 그가 처한 고민의 깊이를 보여준다. 법과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법조인 출신임에도, 그가 즉각적인 인적 청산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죄를 옹호해서가 아니다. 동지에 대한 인의와 법적 책임 사이에서, 자유민주주의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고뇌의 결과다.

오늘날 극단으로 치닫는 양당 정치 속에서 남은 것은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적대적 언어뿐이다. 그러나 정치의 본령은 상대를 제거하는 데 있지 않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

보수 야권은 비록 지금은 세가 부족한 상황일지라도, 끝까지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유비가 수많은 패배 속에서도 백성을 버리지 않았던 인의가 결국 촉나라의 뿌리가 되었듯,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상대를 궤멸시키려는 칼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 인의의 정치다.

보수의 가치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인본주의에 있음을 증명할 때, 정치는 비로소 복수의 연대기를 끊고 갈등의 상처를 보듬는 민심의 안식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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