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재난기금 26억 원 긴급 투입해 급수 지원·폭염 취약계층 보호 총력
해병대·소방·한전 등 민관군 협력 강화로 현장 중심 대응력 높여

장기간 이어지는 폭염과 가뭄으로 생활·농업용수 확보와 취약계층 건강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포항시가 29개 읍·면·동과 군·소방·공공기관을 연결하는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올해 포항에는 새롭게 도입된 최고 단계 폭염특보인 ‘폭염 중대경보’가 이미 발령된 데다 전국 온열질환자도 1400명에 육박해 폭염이 단순한 기상현상을 넘어 시민 건강과 농업 생산, 생활용수를 동시에 위협하는 복합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용선 포항시장은 4일 오전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남·북구청과 29개 읍·면·동 재난 담당자들이 참여한 영상회의를 열고 가뭄과 폭염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오후에는 군과 소방,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뭄·폭염 대응 상황점검 및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시는 읍·면·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체감온도에 따른 단계별 대응기준을 준수하고 폭염이 심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독거노인과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의 안부 확인도 확대한다.
포항의 폭염 위험은 이미 최고 수준의 특보로 나타났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 포항과 경산에는 올해 처음 도입된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됐다. 폭염 중대경보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 일 최고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으로 예상되는 경우 적용되는 최고 단계 특보다.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8년 만에 올해 처음 신설됐다.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 단순한 불쾌감 수준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폭염과 사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체감온도가 38도 수준에 이르면 전체 사망 위험은 평상시보다 1.16배 높아졌고,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사망 위험이 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외국인, 홀로 사는 사람 역시 온열질환이 입원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으로 분석됐다.
실제 환자 발생도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7월 26일까지 전국에서 1399명의 온열질환자가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8명이 숨졌다. 질병관리청은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8월 말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령자와 야외근로자, 논밭 작업자 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몇 년간 온열질환 증가세도 뚜렷하다. 전국 온열질환자는 2023년 2818명에서 2024년 3704명, 지난해 4460명으로 늘어 최근 3년간 연평균 44%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환자의 85%인 3792명이 7~8월에 집중됐고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29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58.6%를 차지했다.
포항시는 이에 따라 독거노인과 거동 불편자 등 폭염 취약계층 7400명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생활지원사 463명이 매일 안부를 확인하고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직접 방문해 건강상태와 생활환경을 확인한다. 지역 내 무더위쉼터 677곳과 그늘막 277곳도 운영해 폭염 노출을 줄일 계획이다.

휴가철 물놀이 안전관리와 야외근로자 보호도 함께 점검한다. 폭염이 강한 시간대에는 건설·환경정비 등 옥외작업을 자제하도록 하고 현장별 휴식공간과 수분 공급 여부 등을 살필 방침이다.
폭염과 동시에 진행되는 가뭄 대응에는 재정과 장비가 집중 투입된다. 포항시는 재난관리기금과 예비비 등 모두 26억4000만 원을 확보해 남·북구 지역에서 관정 개발과 하천 굴착, 양수 장비·관로 설치, 살수차 운영 등을 추진한다.
특히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즉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급수차 54대를 투입할 수 있는 비상체계를 마련했다. 해병대 제1사단이 27대, 남·북부소방서가 21대를 지원하고 한국수자원공사와 민간 차량도 추가 투입하는 방식이다.
해병대 제1사단은 물 공급뿐 아니라 관정과 하천 굴착에 필요한 굴착기 등 장비도 지원한다. 한국전력공사는 긴급 관정이나 양수시설을 설치할 경우 필요한 전력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전기 인입 작업에 협조하기로 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물 관리 기관은 저수지와 생활용수 공급 상황을 공유하면서 급수 취약지역을 선별하고, 농업용수 부족이 심화할 경우 대체 수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 가운데 하나가 농촌이다.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의 물 소비량은 늘어나는 반면 강수 부족으로 저수지와 하천의 공급 능력이 떨어지면 농가에서는 관정과 양수장 등 대체 수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령농업인이 한낮에 직접 급수작업에 나설 경우 온열질환 위험까지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포항시가 이번 대응에서 군과 소방,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뿐 아니라 농협과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까지 협력체계에 포함한 것도 폭염과 가뭄의 영향이 농업이나 복지 분야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용수 공급이 장기간 불안정해질 경우 산업현장과 소상공인, 시민 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용선 시장은 읍·면·동 단위에서 피해 징후를 먼저 파악해 본청과 관계기관으로 즉시 전달하고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체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향후 대응의 핵심은 단순한 장비 확보보다 어느 지역에 물이 부족하고 어떤 주민이 폭염 위험에 놓여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특히 급수차 54대와 26억4000만 원의 긴급재원이 실제 농업·생활용수 부족지역에 얼마나 신속하게 투입되는지, 7400명의 취약계층 가운데 온열질환이나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전국 온열질환자가 7월 26일 기준 이미 1399명에 달하고 포항에는 최고 단계인 폭염 중대경보까지 발령된 만큼 올해 여름의 재난 대응은 폭염과 가뭄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용수 확보와 취약계층 보호, 야외근로자 안전, 농업 피해 예방을 하나의 대응체계로 묶어 얼마나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하느냐가 포항시의 남은 여름철 재난관리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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