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성특례시, 청년에게 ‘버틸 이유’를 만든 행정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자수첩] 화성특례시, 청년에게 ‘버틸 이유’를 만든 행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결론 "청년에게 필요한 건 격려의 문장이 아니라, 격려가 제도로 바뀌는 순간이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청년정책을 두고 ‘돈을 주느냐 마느냐’만 따지는 건 게으른 논쟁이다. 핵심은 그 돈이 어떤 선택을 지지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지역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꾸는가에 있다.

화성특례시가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청년 내일응원금’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에게 지역화폐로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설계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버티는 시간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는 지금 노동시장에서 가장 부족한 종류의 언어다.

정부가 최근 청년 기회 확대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정책적으로 줄이겠다고 제시한 이후 각 지자체가 ‘발맞춤’을 말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대부분은 구호를 붙이거나 기존 사업을 이름만 바꾼다. 화성특례시는 청년 정책의 대상을 ‘전체 청년’이라는 넓은 범주로 뭉개지 않고, 지역의 산업 구조를 전제로 중소기업 재직 청년이라는 구체적인 현장으로 좁혔다. 넓게 뿌리는 정책보다, 좁아도 정확히 꽂히는 정책이 실제 변화를 만든다. 

화성은 말 그대로 ‘공장도시’의 규모를 넘어선 산업도시다. 기업이 많다는 사실은 언제나 장점처럼 말해지지만,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이탈이 상수처럼 따라붙는다. 청년 입장에서는 선택이 단순해진다. “가능하면 대기업, 아니면 더 큰 곳으로.” 중소기업 취업은 종종 ‘잠깐’ 혹은 ‘버티기’로 간주된다. 사회가 그렇게 평가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근성’이 아니라 조건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조건을 개선해 주는 정책의 책임이다.

청년 내일응원금의 구조는 단순하다. 화성특례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관내 중소기업에 6개월 이상 재직한 19~39세 청년 중, 기준중위소득 140% 이하 근로자 200명에게 지역화폐로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한다. 6개월 근속 시 1차 50만 원, 동일 기업에서 추가 6개월 근속 시 2차 50만 원. 예산은 전액 시비로 총 2억200만 원. 신청부터 지급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4월 ‘잡아바 어플라이’에서 접수한 뒤 소득이 낮은 순으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자칫 건조한 사업 설명인데, 이 건조함이 오히려 장점이다. ‘포장’보다 ‘작동 방식’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돈의 액수가 아니라 지급의 조건이다. ‘6개월+6개월’ 구조는 장기근속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정책이 원하는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다. 청년에게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버틴 시간에 대해 지역이 책임을 나누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땀을 ‘미담’으로 소비하는 정책은 오래 못 간다. 땀이 ‘소득 안정’으로 바뀌어야 지속된다. 이 정책은 그 문턱을 낮추는 쪽에 서 있다.

둘째, 지급 수단이 지역화폐다. 현금이 아니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순간, 지원은 개인의 지갑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의 생활비가 지역 상권의 매출로 이어지고, 그 매출이 다시 지역 일자리와 서비스로 순환하는 구조를 노린 것이다. 지역화폐는 늘 논쟁이 많다. 사용처 제한, 행정비용, 효과 측정 문제도 있다. 다만 “청년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지역경제와 완전히 분리돼 있으면, 결국 ‘한쪽을 돕고 다른 쪽은 방치하는’ 결과가 된다. 화성의 설계는 적어도 그 단절을 피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청년 내일응원금은 “중소기업 취업은 덜 선택되는 길”이라는 사회적 공기(空氣)를 거슬러, 그 길을 선택한 청년에게 최소한의 완충 장치를 제공한다. 청년에게는 출근길이 가벼워지고, 기업에게는 사람을 붙잡을 시간이 생긴다.

물론 이 정책만으로 격차가 줄어든다고 말하면 과장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는 임금뿐 아니라 복지, 업무 강도, 근무 문화, 경력 가치, 교육·훈련 체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다. 하지만 정책은 대개 ‘완결판’이 아니라 ‘첫 손잡이’로 시작한다. 이 첫 손잡이가 어디에 걸렸는지가 중요하다. 화성은 ‘청년 전체’라는 말 속에 숨기지 않고, 중소기업 현장을 정면으로 향했다. 청년정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대상을 넓혀서 정치적으로 안전해지는 대신, 실제 효과는 흐려지는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대목은 선발 기준이다. 기준중위소득 140% 이하, 그리고 “소득이 낮은 순”으로 200명을 선정한다는 방식은 정책의 철학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청년에게 먼저 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나는 왜 제외되나”라는 형평성 질문이 늘 따라온다. 정책이 살아남으려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의 투명성, 선정 과정의 공개, 이의신청 절차 같은 디테일이 중요해진다. 특히 온라인 접수·심사 구조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책의 선의가 행정의 불친절로 훼손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청년 내일응원금은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노동을 도덕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의 시간이 지역에 남을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예산으로 찍어 보여준다. 정책의 언어가 아니라 정책의 숫자로 말한다. 이 방식은 오래 간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해야 할 다음 단계가 있다. 중소기업 청년을 붙잡는 건 결국 임금 격차를 한 번에 메우는 문제가 아니라, 주거·교통·복지·훈련이 동시에 맞물리는 문제다. 화성이 말한 ‘직주락효’가 구호로 남지 않으려면, 응원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 남는 이유는 ‘한 번 받은 지원금’이 아니라, ‘머물러도 괜찮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청년정책은 늘 도덕적 언어로 포장된다. “응원한다”, “희망이다”, “미래다.” 그런데 청년은 지금 당장 월세를 내고 출근을 하고 식비를 계산한다. 그 일상에 닿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화성특례시의 청년 내일응원금은 적어도 그 일상 가까이로 내려오려는 시도다. ‘누가 더 큰 구호를 외치느냐’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정확히 작동시키느냐’ 경쟁이 시작돼야 한다.

기자수첩의 결론은 단순하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격려의 문장이 아니라, 격려가 제도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