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연의 아름다움을 훔치는 도둑 ‘빛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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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연의 아름다움을 훔치는 도둑 ‘빛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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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훔치는 도둑
- 다양하게 개발되고 발전되는 빛과 그 공해
- 줄어들기만 하는 어두움
- 모든 생명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공조명
-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세상
- 야생동물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인공조명의 빈부 차별화, ‘빛의 정의’가 필요한 시대
- 건강에 이로운 ‘어둠은 모든 생명의 것’( 잃어버린 어둠을 찾아서 )
밤하늘의 은하수를 쳐다보는 서울 사람들(?) / 이미지=인공지능(AI)활용 

서울에는 삼청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3가지 맑은 동네라는 의미로 산(山)이 맑고, 물(水)이 맑으며, 사람의 인심이 또한 ‘맑다’라는 의미에서 산수인청(山淸 水淸 人淸)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이 있는데, 도교의 최고 신인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 삼신(三神)을 모신 삼청전(三淸殿)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서 ‘삼청동’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같이 맑은 청(淸)이 밝은 빛(명-明) 즉 청명(淸明)이라는 말이 있듯, 맑고 밝은 자연의 빛보다는 현대에서는 인공적인 ‘청명’이 사람들의 눈길을 모은다.

인공적인 청명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비용(hidden cost)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밤하늘, 별들 사이의 고요한 어둠은 지구와 생명, 그리고 정신을 잇는 살아있는 공동체이다. 맑고 밝은 밤하늘의 별들이 스모그(smog) 등으로 희미하게 보인다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세상이 어찌 되려 이렇게 공해로 가득 차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 수 있겠다.

* 공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훔치는 도둑

한때 은하수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자리에 이제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몇 개 남지 않았다. 깊은 산골짜기나 먼 시골에서나 과거의 청명한 밤하늘의 은하수를 즐길 수 있었다. 이처럼 서서히 하늘을 가리는 장막이 바로 빛 공해(pollution)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훔쳐가는 것이 바로 ‘공해’이다. 주변에는 가로등, 광고판, 고층 건물 창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밝기의 불빛은 영구적으로 도시를 인공적인 황혼으로 뒤덮는다.

인공조명은 공기나 물에 잔류물을 남기지 않지만, 지구상의 생명체에 파급 효과를 미쳐 철새의 이동을 방해하고, 바다거북 새끼의 길을 잃게 하며, 야행성 동물의 방향 감각을 잃게 한다. 나아가, 인공조명은 인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수면을 방해하고, 호르몬 주기를 변화시키며 전반적인 건강을 저해하는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자연적인 어둠에 대한 접근성은 지역 사회마다 다르다. 빛, 또는 빛의 부재가 공공 안전, 문화생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지구 생명체의 행동 및 생리적 과정 중 상당수는 일주기 및 계절주기와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포식에는 충분한 빛이 필요하며, 따라서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상호작용은 야간 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다.

다크 스카이 인터내셔널(DarkSky International)과 같은 단체들은 “자연의 어둠을 보호하고, 우리가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권리와 밤에 생존하는 수많은 종들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늘 접하는 일이지만 잘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만연해 있는 ‘만성적인 오염’을 경험하고 있다. 아프리카 오지 마을의 새로 설치된 조명부터 서울 청계천까지 지구촌 모든 곳에서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구 역사상 전례 없는 현상이라 할 만큼 지구는 오염으로 찌들어 가고 있다.

환경 윤리학자인 테일러 스톤(Taylor Stone)은 “자연의 어둠이 본질적인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도시 조명과 생물 다양성 보호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깨끗한 공기와 물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청동의 산, 물, 인간의 마음이 맑은 ‘인간과 자연의 동일체적 현상’이 갈수록 깨지고 있다.

* 다양하게 개발되고 발전되는 빛과 그 공해

빛 공해(Light Pollution)란 자연적인 어둠을 방해하는 과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거나, 또는 침입적인 인공조명을 말한다. 옆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속에서 고요히 잠을 들고 싶지만, 창밖에서 스며드는 빛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다.

과학자들은 빛 공해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으로 인한 눈부심(glare),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밤하늘이 은은하게 밝아지는 현상인 스카이 글로우(sky glow), 원치 않는 빛이 ‘의도되지 않았거나 필요하지 않은 곳’으로 새어 나가는 빛 공해(light trespass : 침입 빛), 그리고 밀집된 광원들이 서로 경쟁하며 만들어내는 시각적 혼란인 클러터(clutter)이다.

* 줄어들기만 하는 어두움

도시의 발전은 이 네 가지 요소 모두를 심화시킨다. 가로등, 간판, 경기장, 건축물 조명은 도시 전체에 끊임없는 안개 혹은 연무(haze)를 드리운다.

독립미디어연구소(Independent Media Institute)의 작가 연구원이자 Earth, Food, Life의 편집장 겸 수석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레이나드 로키(Reynard Loki)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전 세계 야간 인공조명은 크게 증가했으며, 위성 기반 측정 결과에 따르면 25년 동안 감지 가능한 빛 방출량이 최소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위성이 포착하지 못한 방출량까지 고려하면 전체 조명량은 그보다 몇 배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수집된 시민 과학 데이터는 ‘빛 공해’의 급격한 증가를 뒷받침한다.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은 밤하늘이 꾸준히 어두워지는 것을 기록했으며, 연간 약 9.6%의 밝기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위성 측정치보다 빠른 속도이다. 이러한 관측 결과는 인공조명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지역에서조차 어둠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질적으로, 한때 250개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지역에서 오늘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될 때 100개도 채 안 되는 별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단 한 세대 만에 우주를 보는 우리의 시야가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게 과학자들의 관측이다.

* 모든 생명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공조명

연구진은 “특히 야간 인공조명은 모든 종류의 암, 특히 폐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생률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전 세계 주요 도시와 가정 내 인공조명 사용을 즉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국제학부 조교수이자 법학대학원 겸임교수인 다나 자트너(Dana Zartner)는 “인공조명의 전 세계적 확산과 그로 인한 자연의 어둠 상실이 인간의 건강, 동물의 행동, 문화 및 정신적 관습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명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와 공동 저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 및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세상

빛 공해의 가장 눈에 띄는 영향은 은하수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늘의 빛은 희미한 별들을 가려 도시 거주자들에게 어둡고 삭막한 밤하늘을 선사한다. 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은하수를 볼 수 없다고 한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이 연구는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 미국과 유럽 인구의 99% 이상이 빛 공해가 심한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베이징, 뭄바이와 같은 도시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진정한 밤하늘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문화적, 심리적 손실은 심각하다.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침묵, 어둠, 자연 공간과 같은 환경적 공유지가 통제되지 않은 기술적 침해로 파괴될 수 있으며, 이는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환경 파괴”라고 주장했다. 현대 연구자들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며, 인공 야간 조명이 생태계 순환과 인간의 지각을 교란한다고 지적한다. 자연의 어둠이 사라지면 상상력, 문화, 그리고 밤에 의해 형성된 공유된 틀이 약화되는 반면, 인공조명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창의적 표현을 창출하기도 한다.

* 야생동물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인공조명은 사냥, 짝짓기, 이동 등 야행성 동물이 의존하는 자연적인 행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달빛과 별빛에 의존하여 길을 찾는 새들은 건물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고, 가장 밝은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바다거북 새끼들은 바다 대신 내륙으로 향할 수도 있다.

또 식물과 수분 매개체 또한 영향을 받는다. 인공조명은 개화 시기를 바꾸고, 곤충 활동을 방해하며, 식물과 이를 지탱하는 생물종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약화시킨다. 2018년 생태학 및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가로등에 접근하는 곤충의 약 30~40%가 충돌, 과열, 탈수 또는 포식으로 인해 곧 죽는다”고 한다.

다비데 M. 도미노니와 랜디 J. 넬슨(Davide M. Dominoni and Randy J. Nelson) 연구원은 ‘청색광’이 풍부한 인공조명이 다양한 종의 활동 패턴, 호르몬 주기, 에너지 사용량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밝혀냈다. 이러한 영향은 도시뿐만 아니라 도로, 산업 시설, 기타 조명이 설치된 지역에서도 나타나며, 인공조명이 도시 중심부를 훨씬 넘어선 곳까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방부터 딱정벌레에 이르기까지 야행성 곤충들은 어둠의 리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인공조명은 곤충들의 길 찾기, 먹이 섭취, 짝짓기 행동을 방해하여 많은 곤충들을 빛나는 함정으로 끌어들여 죽게 하거나 쉽게 포식자의 먹이가 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곤충 개체 수 감소는 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켜 새, 박쥐, 파충류, 양서류는 중요한 먹이원을 잃고, 식물은 필수적인 수분 매개자를 잃게 된다. 150개 이상의 연구를 검토한 과학자들은 “서식지 손실, 오염, 외래종 침입, 기후변화와 더불어 야간의 인공조명이 곤충 멸종을 초래하는 또 다른 중요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예측이 가능한 빛과 어둠의 주기 속에서 진화해 왔다. 야간 인공조명(ALAN=Artificial light at night)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수면을 방해하며 불면증, 불안, 비만,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고 유방암이나 대장암과 같은 암 발생 위험 증가 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청색광이 풍부한 LED 조명, 스크린, 야간 간판은 이러한 영향을 증폭시키며, 특히 어린이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 인공조명의 빈부 차별화, ‘빛의 정의가 필요한 시대

야간 조명에 대한 결정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는 누구의 안전이 우선시되는지, 공공장소에서 누구의 존재가 환영받거나 억제되는지, 그리고 과도하거나 부족한 조명으로 인해 어떤 지역 사회가 피해를 보는지를 반영한다.

많은 도시에서 저소득층 거주 지역과 소수 인종 거주 지역은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더욱 강렬하고 거슬리는 조명에 노출되는 반면, 부유한 지역은 더욱 은은하고 잘 설계된 조명이나 보호된 어두운 밤하늘의 혜택을 누린다. 동시에,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부적절한 조명은 야간 이동을 제한하고, 공공장소 접근을 막으며, 주민들에게 실제적이거나 인지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충 관계는 환경 정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과도한 조명은 건강을 해치고, 수면을 방해하며,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이러한 영향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

밤새도록 침실을 비추는 눈부신 가로등 아래에서 누가 살고 있을까? 문화적, 정신적, 또는 회복의 경험으로서의 어둠을 누릴 권리를 누가 잃고 있을까? 그리고 밤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 누가 발언권을 갖고 있을까? '

“빛의 정의”(Light Justice)와 같은 이니셔티브는 공평한 야간 조명을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소외되었던 지역 사회를 설계 과정에 참여시켜야 하며, 모든 지역이 안전하고, 문화적으로 활기차고, 생태적으로 책임 있는 조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다. 빛이 비추는 곳에서는 숨김없이 진실과 공정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정의로움은 사회적 신뢰와 연결된다.

공평한 야간 환경을 조성하려면 획일적인 접근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이는 지역 사회와 직접 소통하고, 밤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활용 방식을 인식하며, 공공 공간을 상시 감시 구역이나 생태계 파괴 구역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안전과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조명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명은 단순히 공학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조명 정책에 공평성이 반영될 때, 인간의 안녕과 공유되는 야간 환경 모두를 보호할 수 있으며, 어둠과 빛 모두 특권이 아닌 공공재로 여겨지게 된다. 결국 “빛의 정의”는 “진실, 공정, 도덕적 기준이 사회와 개인에 밝게 드러나는 상태”를 의미한다는 점은 특히 정책 입안자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 건강에 이로운 어둠은 모든 생명의 것

* 잃어버린 어둠을 찾아서

전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의 야생동물 생물학자였던 채드 무어(Chad Moore)는 “환경에 빛을 더하는 것은 마치 불도저로 풍경을 밀어버리는 것처럼 서식지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빛 공해는 단순히 미적인 손실 이상의 문제라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위협하며, 꽃가루 매개자를 죽이고,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인공조명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빛을 차단하고, 눈부심을 줄이고, 밤하늘 보호 정책을 펼쳐야 하고, 밤하늘 보호구역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사회와 개인 모두 밤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둠은 모든 생명의 것’이다.

미래 세대가 별을 볼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은 신중하게 설계된 조명의 혜택을 누가 받고, 과도하거나 부족한 조명의 부담을 누가 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므로 밤을 되찾는 데 있어 형평성이 핵심이다. 어둠을 보존하는 것은 미래 세대가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을 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흔히 자연보호의 미래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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