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석현아, 갈려면 엄마 손잡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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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석현아, 갈려면 엄마 손잡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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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부선 열차 추돌 사고'로 2대독자 잃은 이인기씨

^^^▲ 정수희(29)씨가 입원해 있는 병실
ⓒ 배철현^^^
기자가 처음 경찰 당국의 이번 '8.8경부선열차추돌'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취재하며 사상자중 사망자는 정확히 몇 명이며 또 "왜 처음엔 사망 3명이라고 했다 2명으로 바뀐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먼저 "사망자중에 여자아이가 있다는 풍설은 도대체 어떤 경로로 흘러 나오게 된 걸까? 그리고 나머지 1명은 누구일까?" 기자 스스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병원관계자와 전화를 하며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하던 중, 이번 사고로 숨진 이석현군의 어머니 정수희씨가 경북대병원 외래진료동 3층 중앙수술실에서 오늘 수술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외래병동 3층 입원실에 도착했을 때 정씨는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고 없었다. 사고 당시 화장실 간다며 5호 객차로 이동,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딸 이예지(9)양과 사촌언니 한송이(사촌언니.10), 한별(사촌동생.8)이 과자를 먹으며 병실을 지키며 엄마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왼쪽으로 부터 한송이(사촌언니.10), 가운데 이예지(9), 한별(사촌동생.8)
ⓒ 배철현^^^
예지가 나를 보고 물었다.

누구세요?
응 엄마는 어디 계시니?
지금 수술실에 계신데요.

그렇구나 하고 그들 곁에 있으려니, 언듯 본 아이들이 앉은 옆자리엔 누군가가 그려 놓은 듯한 그림일기책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예지의 사촌이 그린 그림 일기장이었다. 거기엔 예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한 여자의 모습과 그 뒤를 따라가는 강아지 한 마리와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냥 그렇게 볼 수도 있었지만 그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여서 물었다.

이 그림, 예지가 그린 거니?
아니요 우리 사촌언니(한송이.10)가 그린 거예요.
그래 참 잘 그렸네! 근데 이 강아지는 뭐야? 집에 강아지 키우니?
아뇨.
그럼?
그냥 그린 거예요.

^^^ⓒ 배철현^^^
마치 천사처럼 하늘 나라로 간 엄마를 따라 소녀와 강아지가 외치고 있는 듯한 그림.

아저씨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니?
왜 찍으려구 해요? 안돼요.
그냥 셋이 사이좋은 모습이 보기좋아서 그래.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예지에게, 너 수술실 이 어딘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연필로 자세한 위치까지 그려 보이며 안내해준다. 참 영리한 아이다 싶었다. 그래서 물었다. 예지가 동생의 죽음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생은 지금 어디 있지?
석현이는 영대병원에 있어요.

예지의 대답을 들으면서 '참 어리석은 질문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2시 50분에 중앙수술실앞 보호자 대기실 모니터에 정수희씨가 '수술후 마취회복중'이라는 자막이 흘러 나왔다.

^^^▲ 통증을 호소하는 예지를 데리고 검사 받으러 나온 이인기씨
ⓒ 배철현^^^
기자는 예지 아버지(이인기씨)를 찾아 보기로 했다. 기자가 한참 헤매는 동안, 정씨가 이미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실로 다시 내려가는 길에 보니, 저만치 예지가 보였다. 누군가와 손을 잡고 어딘가를 찾아가고 있었다. 예지와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예지 아버지였다. 예지가 통증을 호소해 검사를 하기 위해 가던중이라고 했다.

예지 아버지는 한 눈에 봐도 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중기를 운전하며 박봉으로 전세집에서 살아가지만 자식에 대한 애착만큼은 대단한 아버지였다.

병실에 잠시 들러 인사만 건네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사고 직후 줄곧 석현이만 찾는 아이 엄마 때문에 이인기씨가 함께 나가기를 청헀다.

^^^▲ 수술 직후 정수희씨의 모습
ⓒ 배철현^^^
병실을 나서자마자 이인기씨가 기자에게 물었다. "담배 가진 것 있습니까?" 지금까지 담배 하나 사러갈 마음의 여유가 없었거니 싶었다. "네"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기자 역시 마지막 담배는 이미 오래전에 피워버리고 없다는 걸 알았다.

가까운 가게에서 음료수와 담배를 산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고로, 이씨는 사고가 난 이후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라 심신이 몹시 지쳐 있었고,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지금까지 누구와도 얘기 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병원 밖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워문 이인기씨는 먼저 지난 8월 9일 병실을 다녀간 대전철도청 관계자의 얘기부터 꺼냈다.

철도청 관계자는 사후대책은 커녕 터무니 없는 장례비 목록을 들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것을 본 순 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한다. 그들을 향해 "자식 앞 세우고 당신같으면..." 하고 소리를 치며 병실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 수술직후 정수희씨의 오른발 모습
ⓒ 배철현^^^
석현이는 2대독자였다. 2대 독자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이씨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들곁을 지키다가 아내의 수술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라고 했다. "기자를 보면 눈물밖에 안 난다"면서 울먹였다.

잠시후 "석현이 엄마 봤으니 이제 석현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몸이 여기 있으면 마음은 저기 가 있고..." 그러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 8월 8일, 사고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아이부터 먼저 구해달라고 소리를 쳤으나, 옆 좌석의 다른 부상자를 먼저 구조한 후에야 구조대원은 아들의 이름 전화번호 등이 적힌, 피범벅이 된 아들의 목걸이를 전해주었다. 아들의 이름표를 붙잡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의 신발이 한 짝밖에 보이지 않아서 곧장 아들의 나머지 신발 한짝을 찾아다녔다면서 또 울먹였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우리 같은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하고 물었다.

^^^▲ 전화를 받고 있는 이인기씨
ⓒ 배철현^^^
관계 당국자들이 '장례비' 운운하며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사죄의 말만 하지 말고 이런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뭘 원하고 있겠는지를 생각해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누나인 예지와 같은 AB형 혈액형을 가진 석현이는 맥가이버 머리를 한, 아주 영리한 아이였다고 한다. 이씨가 "강아지 내 강아지...누구 강아지" 하면 늘 '아빠 강아지'라고 대답했다는 석현이.

야채와 육류를 골고루 잘 먹는 아주 명랑한 성격의 아들이었다며 아들과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이인기씨는 아들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애통해 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나 예지와 석현이가 다니던 성주군 성주읍 소재 무궁화어리이집에서 오전에 이 학원 친구들이 국화꽃을 바치며 '석현이의 추도식'을 치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잠시후, 긴 한숨울 내쉬고는 "차라리 다 타 버렸으면..." 차마 아들의 모습을 입원중인 아내에게 말 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이씨는 인터뷰 내내 울먹였다.

^^^^^^▲ 전화를 받고 있는 이인기씨
ⓒ 배철현^^^^^^
아이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만 건네줄 수 없냐는 기자의 청에, 이씨는 아이 엄마가 "누구도 아들 유품에 손대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여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인기씨는, "국제대회(대구U대회)다 뭐다 해서 축소 은폐하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유가족 지원대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인터뷰 내내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울먹이던 아이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을 어른거렸다. 사랑하는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아버지의 심정을, 아들의 죽음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을 누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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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엄마 2003-08-18 16:11:07
배기자님 그 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뉴스타운이 반상회보 같아 보질 않았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매일 접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를 지켜보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기자님 이대로 끝나는건가요?
계속 취재 부탁 드립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유가족과 부상자들에 대한 사후조치도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대로 접을 수 는 없는것 아닙니까? 다른 여타 매체에서의 활발한 활동도 기대합니다.

랭키닷컴을 보면 8월8일 열차사고 이전 추락세(4252위)에서 이후 15일까지 계속 상승세를 타다가 8월 15일 현제 성적 4,147위까지 104꼐단 상승했습니다.

이젠 U대회 소식에 묻혀 "속보"를 볼 수 없군요?
보상문제는 어느정도 진척이 있나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지역 발전과 이련의 참사로 인해 좌절과 실망에 빠져 있는 시민들을 생각해 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배철현 2003-08-14 12:25:08
석현이 친구들이 보내는 편지 "석현이가 좋아 하는 바다로 갔어요"편을 마지막으로 이번 8.8 경부선 열차 추돌사고에 관한 취재를 마감 하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 그동안의 관심과 격려의 메일 고맙습니다.

배철현 2003-08-13 15:06:12
고 이영경씨 영결식 열려,
대구시 신매동 성삼병원 장례식장서, 5억8천5백만원 배상 최종 합의

배철현 2003-08-13 10:33:19
고 이영경(34)씨 12일 저녁 철도청 사고수습본부 관계자와의 합의에 따라 오늘 발인, 장지는 밀양 인것으로 확인됨.

박용우 2003-08-12 14:45:59
이석현군 추도식-"어린생명 희생 다신 없기를..."
"석현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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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부선 열차 추돌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이석현(4)군이 다니던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 무궁화 어린이집. 10일 어린이집 교무실에서는 석현군이 숨진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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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원장은 "간단한 추모행사도 생각했으나 감수성이 예민한 유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또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교사들과 논의 끝에 간단한 추도식을 가지면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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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의 담임 박은화 교사는 "석현군은 인사도 잘하고 맑고 착한 아이였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희생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
박교사는 "하늘나라로 간 석현이를 친구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대형사고 때마다 안전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다가 얼마후면 또 대형사고를 불렀다"며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어린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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