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과 국제 호구(虎口),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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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과 국제 호구(虎口),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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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찾아가 과도한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사드 문제에 대해 훈계를 받는 듯한 대화를 나눠 사대주의자 의혹을 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채널A<br>
과도한 저자세 외교로 논란이 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싱하이밍 당시 주한 중국대사 접견 모습/채널A 캡처

지금 대한민국은 강대국이면서 동시에 국제 호구라는 모순된 포지션을 모두 갖췄다.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군사 강국, 문화 선진국, 경제 대국이자 반도체 최강국, 교육 선진국 등등. 열거하기 입이 아플 정도로 이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모두가 닮고 싶어하고 또 부러워하는 나라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국제 호구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게 쉽게 믿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열거해 보면 어김없는 호구가 맞다.

정치가 어느 후진국보다 낙후한 나라. 일본 외에는 외교적으로 끽~소리도 못하는 나라. 해외에서 자국민이 잡혀가도 기본권조차 따지지 못하는 나라. 외교관은 특전 때문에 근무하는 나라. 자국민은 세금으로 쥐어짜면서 외국인에게는 다 퍼주는 나라. 그래서 중국인은 1등 국민, 자국민은 2등 국민 대접하는 나라. 악법을 만들어 특정 세력만 밀어주고, 국민은 엄청난 불합리와 부담을 져도 계속 그 세력을 밀어주는 나라.

이것도 열거하기 입 아프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충족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피땀 흘려 밤낮으로 일하면서 투표할 땐 생각 없이 손 가는 대로 찍는 습관을 최소 30년 이상 몸에 익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반추하거나 각성하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 습관을 악용하는 세력에 대해 맹목적으로 지지해야 하며, 그를 견제할 어떤 유능한 정당도 존재해선 안 된다. 혹시라도 유능하지도 못하면서 경제하려는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강제로 끌어 내려야 한다. 그리고 무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저항없이 끌려 내려와야 한다. 이 정도면 거의 이 나라 말고 필요충분조건을 갖출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기 어렵다. 감히 어느 나라가 흉내조차 내겠는가.

그래서 지금 이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맹수의 아가리 중간쯤에서 어느 입으로 들어갈까 목하 고민 중이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우리는 스스로 창조해 냈다. 이미 미국 쪽으로 다가가다가 몰락하는 중국의 강력한 견제의 벽에 충돌한 것이다. 얻을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잃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수순만이 우리 앞에 남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매우 불행한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 국민은 정치를 탓하지 않고, 그들의 뻔한 수사법에 다시 넋을 잃고 지지를 보내리라 나는 장담한다. 늘 그래왔지 않은가? 일제 독립운동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민족적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현된 적이 없었으니까.

있긴 있었다. 그러나 다 짓밟아 버렸다. 굶주리던 배가 채워지고,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데 견고한 기초를 다진 영광스러운 70~80의 기억을 독재의 부산물이라 치부하고 짓밟은 이 나라가 아닌가? 세계적인 영웅이 배출되면 뭐하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헐뜯고 끌어내려 나락으로 밀어버리는 그런 나라가 그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죽음과 부상을 감수하며 싸우고, 전후 잿더미 속에서 일으킨 나라를 그대들에게 선사한 사람들. 그들을 꼰대라 경멸하고, 루저라고 비하하는 나라. 이런 비상식의 구렁텅이 속에서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그대가 흘린 피와 땀은 양복만 더럽히고, 그 결실은 누구의 아가리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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