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 낡은 말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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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치, 낡은 말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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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교체가 아닌 철학 교체가 필요한 때, 국민 신뢰는 말이 아닌 태도로 얻는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예술이다. 정책과 공약은 수단이고, 그 모든 노력의 궁극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그 신뢰를 얻는 방식이 점점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물 교체나 세대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정치가 다루는 언어와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평가는 다양하다. 한편에서는 ‘싸가지 없다’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정치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든 비판하든 간에, 중요한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바로 지금의 유권자, 특히 2030세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치인의 ‘진정성’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진정성은 더 이상 격식을 갖춘 말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정제된 언어 뒤에 숨은 회피보다는, 때로는 거칠더라도 ‘본심을 드러내는’ 말에서 더 많은 신뢰를 얻는다. 이준석 전 대표가 인물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가 말하는 방식은 분명 전통적인 정치의 틀에서 보면 낯설고 파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낯섦이 오늘날 유권자들에게는 오히려 ‘정치의 솔직함’으로 읽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를 둘러싼 정치권 내부의 반응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젊은 피", "쇄신"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만, 정작 기존 정치구조를 위협하는 인물에게는 "배신자", "비정통"의 프레임을 씌운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특히 보수 정치권이 대변해왔던 ‘책임’, ‘신중함’, ‘국가 중심’의 가치는 젊은 리더십과 결합했을 때야말로 더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자세다.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기대에 응답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소신’과 ‘원칙’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보수라 말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 갈등이 아닌, 철학의 세대교체다. 단순히 젊은 사람을 내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의 태도, 말의 품격, 책임의 방식까지 바뀌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부 유력 정치인의 발언에서 아쉬움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고통이 남아 있는 개발 실패 사례를 치적으로 포장하거나, 기초적인 경제 이해를 벗어난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에 대한 무책임이고, 말에 대한 경시다.

정치는 말로 설득하고, 말로 책임진다. 그리고 그 말은 단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소속된 정당 전체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국민은 어느 순간, 화려한 말보다는 침묵 뒤의 책임을 더 크게 평가한다. 무리한 포장보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을 더 신뢰한다.

지금 보수 진영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외부의 공격이 아니다. 내부의 무기력함과 자기기만이다. 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책임을 분산시키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내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 문화. 그것이야말로 쇄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보수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국 정당으로서, 전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남이라는 지역기반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야 하고, 가장 먼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대선의 승패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 남겨질 정치의 방향성이다. 국민은 단지 이긴 정당이 아니라, 책임질 줄 아는 정당, 신뢰할 수 있는 인물, 말과 태도가 일치하는 정치를 원한다.

지금이야말로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닌, 정치 철학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보수의 말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정성, 책임, 품격, 그리고 변화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치가 말 이상의 것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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