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논란이 뜨겁다. 커피 점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금 커피가 대선 정국에 짙은 먹구름을 몰고 온다.
나는 신문사에 근무하던 2013년 여름께 스토리 한 편을 쓰기 위해 정동 중명전(重明殿) 뜰에 앉아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구한말 고종의 커피 사랑을 다룬 영화 '가비'를 스토리로 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 중명전 뜨락에서 마신 커피 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금 이 나라를 들썩이는 커피 논란이 그 영화 대사에 모두 담겨 있다. 커피에 대한 깊은 안목을 담아낸 영화여서일까? 영화 대사와 함께 이 뜨거운 커피 논란 정국을 음미해 보자.
오늘(19일) 커피점 업주 연대는 기자회견에서 “한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 모두에게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커피는 고객에게 전하는 작은 행복”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거세게 항의했다.
'가비' 영화에서 여주인공 따냐(김소연)는 “커피는 만드는 게 아니라 내리는 거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내리는 거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영화 속 커피는 신문물이면서 고귀한 맛이면서 또 치명적으로 위험한 음료다.
아마도 이재명 후보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커피란, ‘작은 행복’이면서 동시에 소중한 존재다. 만약 그렇게 가볍고 저렴한 것이었다면 8천 원에서 1만 원에 팔리겠는가? 커피는 원두 가격과 소비자 가격을 맞대어 비교할만한 제품이 아니다.
이 후보는 그런 커피를 너무 가볍게 보았던 걸까? 커피 얘기 가지고 뭐 그리 심각한가? 이렇게 여길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영화에서는 “가비(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말은 먼지처럼 가볍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2중 스파이인 따냐가 고종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커피 원가를 먼지처럼 가볍게 여겼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따냐가 고종을 독살하기 위해 커피에 아편을 타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 역사에서도 권좌에서 쫓겨난 김홍륙이 고종이 마시는 커피에 독약을 탔으나 맛을 보다가 이를 눈치채 독살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야사처럼 전한다. 커피의 어두운 빛깔은 독의 색깔을 가리기에도 충분히 진하다. 원래 커피콩은 볶기 전엔 맑은 연둣빛이지만 말이다.
커피는 누구에게 향기가 되고,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이 되고, 누구에게는 절박한 생업일 수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겐 독(毒)이 될 수 있다.
먼지처럼 가벼운 것은 아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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