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중국, 북한처럼 핵이 없음에도 민감국가 지정은 이례적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국가에 ‘민감한 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 관리들은 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11일 국회 회기 중 의원들의 질문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이 조치를 알지 못했으며, 하루 전 현지 언론이 이 소식을 보도한 후에야 '비공식 채널'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에너지부의 방첩부서(counterintelligence unit)에 의해 관리되는 민감 국가 목록에는 인도와 러시아와 같은 핵 보유국뿐만 아니라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테러 지원국으로 간주되는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LAT는 한국의 한겨레 신문 보도를 인용, ”미 에너지부가 이번 달에 산하 연구 기관들에 발표한 목록에 한국의 추가가 4월 15일까지 확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LAT에 보낸 에너지부의 성명에서 ”에너지부 대변인은 퇴임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1월에 변경한 것이라고 확인했지만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이어 “(민감국가) 포함이 반드시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정된 국가들은 우리가 정기적으로 다양한 에너지, 과학, 기술, 대테러 및 비확산 문제에 대해 협력하는 국가들”이라면서, 한국은 목록에서 “가장 낮은 범주”(lowest category)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로 분류되었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또 “SCL(Sensitive Country List)에 포함된다고 해서 미국인이나 미국 에너지부(DOE) 직원이 상장된 국가를 방문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외국인이 DOE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 지정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협력을 금지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전 검토라는 말 자체가 무엇을 어떻게 검토하느냐에 따라 엄격히 제한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17일 조태열 장관은 기자들에게 에너지부 연구실의 “보안 관련 문제”(a security-related problem)로 인해 이러한 조치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에너지부는 의회에 제출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의 감사 보고서에서 ”독점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proprietary nuclear reactor design software)를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다는 이유로 계약업체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국가들과 같은 중대한 비핵 동맹국을 같은 목록에 두려는 미국 정부의 예고 없는 움직임은 정치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한미 동맹에 대한 타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한·미 동맹 70년 동안 전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비확산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미국이 자국의 핵무장을 위해 한국에서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 서명해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암시한 첫 임기 이후 이 개념(한국 독자적 핵무장)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방위비(주둔비)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2024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왜 우리(미국)가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나? 그리고 우리는 매우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며 왜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군사 지원 제공국으로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위 관리들은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개발할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해 왔다. 그 중에는 지난해 비상계엄령 선포로 탄핵 위기에 처한 보수적인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한 직후인 이번 달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신문 칼럼에서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는 시기가 올 수 있다”면서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핵 능력을 포함한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여 북한을 독자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전 미 국무부 국제 안보 및 비확산 담당 차관보였던 톰 컨트리먼(Tom Countryman)은 “한국의 공식적인 비확산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언들이 미국 관리들에 의해 한국 관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해석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컨트리먼은 ‘민감 국가 목록에’ 대해 “보기 드문 일이지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며 “지금 한국은 핵무기를 확보해야 할지에 대한 공론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미국 정부가 민간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기술 협력과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들에게 요구하는 123 협정(123 Agreement) 개정을 위해 한국과의 협상을 주도한 컨트리맨은 미국 관리들이 1970년대(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한국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으며, 이후 한국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를 플루토늄으로 재처리하는 데 필요한 미국의 허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를 향한 중요한 디딤돌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사”라고 말했다.
수십 년 전 미국의 상당한 기술 지원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으며, 26개의 원자로가 국가 전력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 관리들은 한국의 작은 땅에서 사용 후 연료를 저장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오랫동안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체 사용 후 연료 재처리 권리를 주장해 왔으며, 2015년 123 협정이 이를 연기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 대한 민감국가 지정은 그 목표의 문이 닫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컨트리맨은 “핵무기에 대한 느슨한 정치적 논의로 인해 미국이 그러한 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민감국가 지정이 원자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단국대학교의 원자력 과학자 문주현은 “특히 미국을 방문하거나 에너지부가 민감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한국 연구자들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면서 연구 분위기가 냉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을 받는 연구 분야 중에는 전통적인 원자로보다 더 비용 효율적이고 안전한 대안으로 정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s)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더 큰 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학자 문주현 씨와 같은 원자력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원자로를 수출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이 한국의 주력 수출 원자로가 미국의 설계를 바탕으로 건설되었다는 점에서 에너지부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 4기를 공급하기로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후, 한국은 원자로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체 우라늄 농축이 허용되지 않는 한 123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는 또 다른 핵폭탄 제조 경로이다.
지난해 체코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자국 주요 원자력 발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미국 원자력 회사 웨스팅하우스는 지적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올해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황지환 서울대학교 원자력 비확산 전문가는 “체코 입찰에는 미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이 많았고, 사실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한국 상장 결정에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허와 같이 한국이 이러한 수출 거래에서 미국 측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여전히 있다. 이러한 분야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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