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 타임’에 빠진 중국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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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지 타임’에 빠진 중국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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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지 타임, 한 국가가 무너지기 직전에 나타나는 다양한 징후들이 이어지는 몇 년의 시간
최근 탈북한 북한 고위 외교관들, 해외로 이탈하는 중국 부유층과 자본들이 그 방증
중국 제18기 중앙위원회 모습/신화넷

농구에서 점수 차이가 너무 커 승부보다는 후보 선수들의 테스트, 에이스들의 휴식을 위해 활용하는 남은 경기 시간을 ‘쓰레기 시간(Garbage time)’이라 부른다.

역사에서는 한 국가가 무너지기 직전에 나타나는 다양한 징후들이 이어지는 몇 년의 시간을 ‘가비지 타임’이라 부른다. 뭘 해도 안 되는 상황. 이는 이미 문제가 복합적이고,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황소의 난 이후 당나라 말기,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 시기나 구 소련 해체 직전 시기를 말할 때 많이 인용된 용어이다.

이 시기에는 극단적인 패배감에 빠진 고위 관료들과 엘리트층이 부패, 망명, 쿠데타 등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실제로 최근 탈북한 북한 고위 외교관들, 해외로 이탈하는 중국 부유층과 자본들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서 이 가비지 타임 논란이 한창이다. 문제는 이런 이슈에 전혀 대응하지 않던 정부가 나서서 ”중국엔 희망이 있다“라는 반론을 펼치면서 오히려 공식 이슈로 불거지는 양상이라 주목된다.

이동훈 구미에코클러스터사업단 본부장<br>
이동훈 칼럼니스트

중국 가비지 타임 논란을 꺼낸 것은 지방신문의 한 편집자였다. 후원후이(胡文輝) 광저우 양성만보 편집자는 지난해 9월 SNS에 “소련 브레즈네프 시대를 다룬 글을 읽고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란 용어가 떠올랐다”라고 썼다. 이 말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타고 ‘역사의 쓰레기 시간’(歷史的垃圾時間)이라는 키워드로 전파되었고, 중국 인민들에게 현재 중국의 상황을 함축하는 키워드로 회자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급기야 정부가 진화작업에 나섰다. 인민 대학교의 금융학 교수이자 관영 글로벌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왕원은 “‘쓰레기 시대’라는 개념은 위험한 발상”이라 반박했고, 중국 공산당 베이징 지부의 공식 매체인 ‘베이징 데일리’도 장문의 칼럼을 통해 “‘역사의 쓰레기 시간’은 반박할 가치가 없는 거짓 명제”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 금융 최고책임자를 지낸 칭화대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경제가 냉각되는 시기에 경제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냉정하게 비판했다.

국외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중국의 가비지 타임 지적은 유효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 핵심적 근거는 현재 중국 경제 및 사회 상황과 정책이 거꾸로 간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대한 세계 공장으로 거듭난 중국이 넘치는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 다시 전체주의 계획경제로 회귀하려는 것은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중국 인민들의 욕구와도 모순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양산 정책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AI와 IT산업, 첨단 무기체계 등 반도체 없이 불가능한 고부가가치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저성장의 늪에 빠진 중국에서는 1억 채가 넘는 빈집과 40%에 달하는 청년 실업, 그리고 반도체 등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저조 등 경제 붕괴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는 과학·기술 자립을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했지만, 정작 부동산 침체, 소비시장 위축 등 실질적인 경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목표는 있으나 현실은 희망과 멀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북한의 가비지 타임 논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붕괴는 십수 년에 걸쳐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지금 양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우선 북한은 중국이라는 큰 후원 세력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다. 중국의 내부적 문제도 있지만, 양국의 쌓인 갈등이 촉발한 탓이다. 엄혹한 UN 국제제재 속에서 북한이 찾은 새로운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라는 제한적 조건도 작용하지만, 러시아는 지금 최단기간에 전쟁을 끝내고 미국이나 한국, EU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려 한다. 북한이 러시아의 품에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서 과거 북한 붕괴설과 지금의 가비지 타임 설이 다른 것은 철옹성 같았던 성벽에 큰 구멍이 뚫린 점이다. 바로 한류의 전파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이다. 만약 압록강 국경선이나 휴전선 경계가 빈틈을 보인다면 언제라도 대량 탈북이 일어날 것이다. 식량난 또는 당국의 압박이 강해진다면 국경 수비대와 주민들의 동반 탈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는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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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중국, 북한 두 나라의 가비지 타임 설은 국가의 미래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특히 중국과 북한 두 나라는 어느 한쪽의 문제가 다른 쪽에 악영향을 끼칠 개연성 또한 높다. 이를테면 중국의 경제적 파탄이 북한의 붕괴를 초래하거나, 북한의 대량 탈북이 중국 동북 지역에 심각한 사회문제와 국제적 인권 문제를 촉발하는 식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지금 시급하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두 나라의 주민 이탈이 심각해져 국경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경제 난민들이 황해와 동해로 탈출하는 보트-피플 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의 시기를 잘 예측하고 대응한다면 많은 역사적 교훈이 그러하듯이 대한민국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정학적인 리스크라는 말은 뒤집어 보면 교차점 또는 요충지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의 공간적, 경제적, 군사적 좌표가 동아시아 포스트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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