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즉 개혁파이든 이슬람 강경파이든 서로 다른 접근법을 내세우겠지만, 누가 대권을 잡든 이란 체제의 유일한 결정권자가 될 수 없다는 정치적 종교적 체제가 굳건하다.
이란 대통령직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명의 후보인 사에드 잘릴리(Saeed Jalili)와 마수드 페제스키안(Masoud Pezeshkian)은 유권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그들의 다른 견해가 이란의 외교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는데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가 있다고 알자지라가 2일 보도했다.
전 보건장관이자 외과의사인 마수드 페제스키안은 지난 6월 29일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완전한 승리에 필요한 50%를 확보하지 못해 오는 7월 5일 실시되는 결선투표에 사이드 잘릴리와 최종 격돌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말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가 치러진 6월 29일 1차 투표에서 마수드 페제스키안은 1천 41만 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사이드 잘릴리로 947만 표를 얻었다. 두 후보 모두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결선투표에 임하게 됐다.
페제스키안 후보는 비(非)보수 성향의 유일한 후보로 경선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망한 후보로 알려져 있다. 마수드 페제스키안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Mohammad Javad Zarif) 전 외무장관과 같은 개혁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의 참여는 페제스키안이 이란 경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서방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핵 협상을 재협상을 하는 핵심 개혁 외교 정책 목표를 추구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과 중국,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미국이 제재 완화의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로 한 2015년 협정은 중도파(centrist)인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통치 아래에서 체결됐다.
그러나 3년 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J. 트럼프(Donald John Trump)는 이란의 경제 부흥을 위한 길을 열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희망을 무너뜨리며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버렸다.
대신 미국은 강력한 새로운 제재를 가했고, 이란 강경파들은 서방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찾았으며, 이후 협상 재개를 둘러싼 대화는 상당 부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다른 측면에서 사이드 잘릴리는 보수 정치의 가장 경직된 대표로 알려져 있다. 다른 보수적인 1차 후보들의 지지를 얻어, 서방, 특히 미국에 대해 훨씬 더 대립적인 접근법을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핵 협상 대표를 맡았던 ‘잘릴리’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논의하거나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했다. 이는 그가 2015년 협상을 위해 견지한 입장이었다.
후보자들의 현격한 입장과 상관없이 이란 대통령은 제한된 권한 내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체제이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와 그가 이끄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는 외교 정책에 관한 한 대부분의 발언권을 쥐고 있다.
알리 바에즈(Ali Vaez)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는 “트럼프 행정부와 현 조 바이든 행정부 사이에서 대통령직 교체로 180도가 달라진다면, 이란에서는 정권교체가 돼도 겨우 45%만 달라지 게 될 것”이라며, “이란에서의 정권교체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며 “변화를 볼 수 있는 정도를 제한하는 연속성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교체로 많은 것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인 40%에 불과한 배경 중 하나로 떠올랐다.
개혁적인 대통령은 이란 의회를 지배하는 초보수(ultra-conservative) 세력과 맞서야 할 것이고, 서방과의 관계를 맺는 능력은 서방의 동맹국들과 경쟁하는 이란의 지역적 관계에 의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지난 4월 이란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격해 IRGC 고위 지휘관들이 숨지게 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에 직접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이 장기화되고,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간의 전면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례 없는 티격태격( tit-for-tat)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책은 오랫동안 IRGC에 의해 엄격하게 다루어졌지만, 세계 강대국들과의 핵 협상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의 발리 나스르(Vali Nasr) 중동학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한계적인 변화를 위해서라도 분위기와 태도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스르 교수는 “핵 협상과 관련, 대통령은 다양한 종류의 결과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페제스키안은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사례를 만들 것이고, 잘릴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 외교는 대부분의 이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이란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란인들에게 핵심적 사안이다. 역대 정부들은 서방의 제재 체제 탓으로 돌린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나스르 교수는 이어 “제재가 해제되려면 서방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비(非)타협적인 대통령이 있든 없든 이는 변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 강경한 접근법
잘릴리가 대통령이 되면, 3년 임기 동안 경제를 외세와의 핵 협상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한 고 라이시 대통령의 접근 방식과 일치할 것이다.
라이시 전 정부는 이란의 내부 역량에 의존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사업을 아시아로 전환하여 중국, 러시아 및 인근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저항 경제(resistance economy : 외부 세계의 제재를 버텨나가는 경제)’라는 이름으로 이란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중재한 협정을 체결해 역내 경쟁국들 간의 수년간의 냉전을 종식시켰다.
라이시 전 대통령은 또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을 추진했고, 이란은 올해 초 브릭스 블록(Bloc BRICS)의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이른바 동양(아시아)으로의 방향 전환은 경제 개선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는 보수 진영이 인정한 것이며, 미래의 대통령은 방향에 관한 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외교 정책에 초점을 맞춘 싱크탱크인 디플로하우스(DiploHouse)의 하미드 레자 골람자데(Hamid Reza Gholamzadeh) 이사는 “페체스키안은 핵 회담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화할 것으로 보여, 보수파인 잘릴리도 서방과의 회담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란의 외교 정책도 외부 요인, 가장 중요한 것은 11월 미국 선거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도전은 이란 내부가 아니라 트럼프와 바이든 중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달려 있다”며 “페제스키안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내가 아닌 외국의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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