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브라질의 무토지 노동자 운동(MST) 소속 농민들이 농지분배를 요구하며 20여개주의 100여 곳에서 농장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룰라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뒤 두 달 간을 기다렸으나, 가시적인 조치가 없어서 다시 점거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40-50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노조원들이 연금개혁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세무직원들이 시작한 파업은 이젠 교사, 경찰 등에까지 확산되었다.
남미에 좌파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서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대통령과는 달리 세계은행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펴며 조심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경제적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수입을 가지고 있으며, 단지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이다. 베네수엘라도 최근 심각한 외화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지속적인 석유달러의 유입이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그럭저럭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경제는 그렇지가 않다. 브라질은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다. 오랫동안 대규모 농장을 지난 사람들에 의해 과두적인 지배체재가 이어져왔다. 과두체제의 지배 하에서 1940년부터 80년 사이에 브라질은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이 기간동안 해외로부터 많은 자원들이 들어왔다. 새로운 산업자본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는 과정에서 농촌의 중소규모의 토지소유자들은 그들의 토지를 잃고 도시로 내 몰리고 산업노동자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도시로 가지 못한 많은 수의 땅을 잃은 농민들이 탄생되었다.
브라질의 산업자본은 아직 독자적인 경제발전의 기반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의 산업화는 외부자본의 유입에 힘입은 것이기에, 외부경제의 충격에 취약하다. 이미 브라질은 1000%가 넘는 인플레를 경험한 바 있으며 수차에 걸쳐서 화폐단위를 바꾸는 화폐개혁을 시행하여야 했다.
이렇게 취약한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브라질의 대농장소유주들은 건재했고, 브라질의 실질적인 권력은 아직 대토지 소유자들이 지니고 있다. 이것이 룰라 대통령이 농지개혁을 미루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무엇보다 철저한 실리주의자이다.
룰라 대통령은 1979년에 창당된 PT(노동자당. Partido dos Trabalhadores)를 이끌어 왔었다. 그는 정당활동에 투신하기 이전에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경험이 있다. 브라질의 노동운동은 정치지향적인 전투적 성향보다, 임금인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노동운동 내부와 PT당 내에서도 신자유주의와 그에 따른 정책들을 인정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논의들이 있어왔다.
이런 기조에서 뒤돌아보면 룰라 대통령이 지금 보이고 있는 온건한 행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믿을만한 석유라는 자원도 없고, 여전히 취약한 경제기반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집권노동자당 자체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받아들이고 점진적인 개혁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룰라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은 가운데서도, 빈익빈 부익부를 낳게 되는 구조의 왜곡된 연금제도의 개혁은 결국은 관철되고 말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겠지만 모순이 너무 심한 연금제도의 개혁은 결국은 관철되고 말 것이다. 세계은행도 연금개혁 정책은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무토지 농민들의 투쟁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브라질은 아직도 농업자본가 들의 힘이 막강한 국가이다. 그러나 무토지 노동자 운동(MST)의 열기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은 1968년에서 1973년에 이르는 5년이란 기간동안 농촌의 대토지 소유자에 맞서는 급진적인 게릴라 운동이 벌어졌던 경험이 있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위에서 1984년 설립된 MST는 그동안 농지 재분배를 요구하며 토지 및 공공건물에 대한 점거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그 동안의 운동에서 무려 1000명가량의 농민이 숨졌다. 농민들의 땅에 대한 집착은 엄청나다. 도시 고소득 노동자들의 연금특혜를 지키려는 시위와 목숨을 걸고 땅을 얻으려는 농민들의 욕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들의 장래는 아직 낙관할 수 없다. 룰라 대통령은 무리수를 두지 않는 현실주의자이고, 그의 개혁적 잠재성향을 견제하는 세력들의 힘은 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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