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인권 외면, 역사가 기억할 것"
"한국 북 인권 외면, 역사가 기억할 것"
  • 최성민 기자
  • 승인 2021.03.15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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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관리들 “실망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워싱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VOA가 14일 전했다.

“역사는 북한 인권에 대한 현 청와대의 접근법을 좋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번번이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 ‘역사의 심판’을 거론했다.

북한 인권 정책에 관한 한, 과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했던 전 미 당국자들에게서 동맹국을 배려한 외교적 수사를 더는 듣기 어렵다.

특히 미국을 포함해 일본·호주·영국 등 43개국이 이름을 올린 공동제안국에 한국이 올해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데 대해선 실망과 우려를 넘어 분노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솔직히 실망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인류에 대한 범죄에 관해 유엔 고위 관리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한국 정부는 유엔의 인권결의안 공동제안을 또다시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최근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인권을 대북 정책의 한 요소로 만드는 데 반대하기까지 했다”며 “북한인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온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8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권 문제를 앞세우면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강화한다’며 핵 무장력 강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문재인 행정부가 인권 문제에 관여를 꺼리는 태도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한국이 3년 연속 불참하는 것은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공동 인식과 행동에서 이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는 23일까지는 언제든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할 기회가 열려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국의 부재로 국제적 협력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유엔은 북한 인권과 관련해 소집된 가장 중요한 국제적 포럼”이라며 “한국이 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빠지는 것은 결의안의 영향과 북한의 인권 관행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연합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행정부가 취하는 조치의 수혜자는 북한이고, 인권 위반에 책임을 물리려는 움직임을 방해하는 북한의 노력 역시 그런 조치의 수혜자”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채택됐다. 한국은 2009년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부터는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되 합의 채택에 동참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한국 정부와 대북 접근법을 조율하고 북한 당국과도 접촉해 온 전직 관리들은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이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내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특사를 지내는 동안 한국은 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었다”며 “한국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킹 전 특사는 “20년 가까이 채택돼 온 북한 인권결의안은 북한 인권에 대해 논의한다는 상징적 중요성과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실질적 중요성을 함께 갖는다”며 “한국의 공동제안국 불참은 유감”이라는 뜻을 거듭 표명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북한 정권을 진정시키고 달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테리 연구원은 “그런 접근법은 어떤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곧 깨달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개선 과정을 세계적 모범 사례로 평가해 온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정작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 지도부 간의 관계 개선과 협력을 위해 북한의 인권 탄압을 거론하지 않고,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과 거리가 먼 접근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 국무부와 국가정보국장실 선임 자문관을 지낸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해 외치는 성명과 행동, 대중의 맹비난을 차단하는 정책을 채택해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그들의 가치를 옹호하고, 우리가 인권을 강조할 때 북한은 이를 견해 표출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우리의 견해를 알리는 것 외에 미국과 동맹, 파트너 국가들이 북한인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그렇다 해도 전 세계가 북한인들의 곤경을 알고 북한 정권의 탄압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을 북한인들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인권 운동가들로 가득 찬 한국의 진보 정권은 유엔에 의해 ‘인류에 대한 범죄’로 평가된 북한의 인권 침해를 못 본 척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올해 결의안의 초안에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자행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제도적이며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12일,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 제출과 관련해 “미국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대북 정책 원칙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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