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장관, 제재 아닌 김정은 비판해야”
"이인영 장관, 제재 아닌 김정은 비판해야”
  • 최성민 기자
  • 승인 2021.03.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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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북한 '자체 제재'가 민생 파괴"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한국 통일부가 ‘제재 재검토’를 거듭 요구하는 데 대해 워싱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VOA가 2일 전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열악한 북한 민생을 대북제재와 결부시키며 해제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는 데 대해 워싱턴에서는 미국과 엇박자를 내며 김정은 정권의 실정에 눈감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남북 경협을 주장하며 미국의 기조와 다른 대북제재와 규제 완화를 연일 촉구하는 것은 한미 간 이견을 부각시키고 북한만 이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처해야 할 동맹국이 오히려 미국과 대북제재를 ‘악의 근원’으로 선전하는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면서, 이 장관에게 공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인영 장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해제하고 김정은 정권의 어떤 악의적 행동과 불법 행위를 공개적으로 용납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인영 장관은 지난달 26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제재의 목적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이런 점들은 어떻게 개선하고 갈 것인가”라며 “분명히 평가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대북제재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태풍 피해, 수해 등을 언급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해서 인도주의적인 위기, 그 가능성들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장관이 북한 주민을 어려움에 빠뜨린 원인으로 제재 등 여러 외부 요인만을 열거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정책 실패를 언급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맥스웰 연구원은 “이인영 장관은 북한인들에 미치는 제재의 영향을 재검토하는 대신, 김정은의 정책이 주민들의 고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도록 주문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김씨 정권의 사악한 본질과 압제 시스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인영 장관은 이전에도 국제사회 공감대를 전제로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와 같은 분야로 제재 유연성이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추진 의지를 피력했고, “국제사회가 (북한) 개별방문이 갖는 인도주의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 제재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는 대로 금강산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대북제재 이전부터 만성적인 식량난 등을 겪어온 북한의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를 제재 탓으로 돌린 채, 문제의 근원인 김정은 정권의 실정에 대해선 언급을 꺼리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어떤 제재도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현 경제 위기는 제재 때문이 아니라 형편없는 경제 계획과 관리상의 무능함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자체적 고립과 봉쇄, 흉작과 악천후, 국경 차단에 따라 붕괴된 북-중 무역 등도 북한 주민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 역시 모두 북한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는 와중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등 군비 확충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인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한, 김정은의 정책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테리 연구원은 “과거에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국방비를 5%만 줄여도 식량난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며 “따라서 북한 스스로의 정책이 북한 주민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건 대북제재가 아니라 바로 김정은의 이런 인식과 정책 실패라며, 김정은이 생각을 바꾸고 국가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외부 지원이나 제재 해제도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통일부든 누구든 조사 결과 북한의 영양실조 실태를 파악했다면, 그런 상황은 5년 전, 1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92년 이래 지속된 북한의 영양실조 문제는 앞으로도 제재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며, 이는 군부와 엘리트들이 주민들을 차단한 채 모든 부를 독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과거 남북교류와 대북지원이 활발히 이뤄진 시기에도 북한 주민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제재가 대폭 강화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벡톨 교수는 “한국 정부로부터 많은 자금을 공여받은 유엔과 비정부기구의 대북지원이 최고조에 달했던 김대중, 노무현 행정부 시절에도 지원은 일반 주민이 아닌 군부와 엘리트, 평양의 고급 아파트 건설, 최신식 무기 시스템 구입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제재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늘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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