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착취
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착취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20.11.03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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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청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이면에는 개발 착취라는 악마와 같은 현실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청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이면에는 개발 착취라는 악마와 같은 현실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이름도 없는 작은 태국 공장, 다른 어떤 곳보다 방, 창문 몇 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천장, 화장실 한 곳, 앞쪽 문 한 곳, 유일한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뒤쪽 문, 섭씨 37도의 온도를 식힐 수 있는 선풍기조차 없다.

이는 26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주 7일 동안 최저임금 310바트(11,318.10 )에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며, 세계 일부 대기업들의 옷을 만든다. 세계의 유명한 테마파크 브랜드, 글로벌 커피 브랜드 기업, 대형마트 브랜드 등 등.

이 글은 클린 클로스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을 펼치고 있는 인권운동가인 일라나 윈터스타인(Ilana Winterstein)가 알 자지라의 오피니언란에 2일 기고한 내용이다.

윈터스타인의 기고글에 따르면, 주인인 칸라야니 루엔그릿(Kanlayanee Ruengrit)의 이름을 따서 칸라야니(Kanlayanee)라 불리는 이 공장은 미얀마와의 국경에 가까운 태국의 매소트(Mae Sot)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지역은 개발착취가 난무하고, 많은 의류 공장들이 상시적으로 하청계약을 체결하는 등 감시받지 않고 운영되는 잘 알려진 규제 블랙홀(regulatory black hole)이다. 44,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매소트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며, 그들 대부분은 이웃 미얀마에서 이주해 왔다.

일라나 윈터스타인은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모두 미얀마 출신이라면서, “그들은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집으로 돈을 보내기 위해 미얀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달랐다. 칸라야니 노동자 중 한 명은 매소트의 공장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을 거부하면 굶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넘어온 이주 의류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종종 단기적이며 저임금 계약에서 주인들의 권리 남용 위험에 극도로 취약하며, 많은 사람들은 자기 권리를 주장할 경우 보복과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하며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절망적이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가능한 전부이기 때문에, 그런 직업을 택하고 있다.

칸라야니 공장의 조건(의류산업에서 흔하지 않다면 충격적일 것임)20199월 공개됐는데, 이후 미국의 유명 커피 브랜드가 이른바 먹튀하면서 주문을 없애버려 공장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도, 법적으로 부여받은 밀린 임금과 퇴직금도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돈을 가진 사람은 브랜드만을 생각할 뿐이다.

이러한 거대 브랜드들에게는 저 깊숙한 곳에 있어 감지할 수 없을 것일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방치된 것일 수 있다.

기고문은 한 칸라야니 노동자가 말했듯이, 나는 하루하루 미래 없이 살아간다. 의사한테 진찰을 받을 경우에도 낼 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26명의 칸라야니 근로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악화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으며, 많은 근로자들은 빌린 돈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기고문은 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새로운 직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며, 또 그들의 이름과 사진을 인근 공장으로 보내져 말썽꾸러기라는 악명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단순히 미얀마에 돌아갈 충분한 돈을 원하지만, 여행비용조차도 감당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소수의 행운아들도 있긴 있지만, 이들은 단기간 계약으로 입에 풀칠할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아무런 안전 보장도 받지 못하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한 노동자는 매일 15시간씩 공장에서 대체 일을 찾아낸 사람들 중 한 명이고, 그는 매달 4~5천 바트(146,160 ~182,700 )를 번다고 한다. 그 정도 벌고 있는데, 빚을 갚을 만큼의 돈을 벌면 우선 빚을 갚고, 일부는 저축을 해 고향으로 돌아갈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지낸다고 기고문은 전하고 있다.

특히 의류 대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와는 다르게 의류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을 주는 아웃소싱을 한다. 하청을 받은 업체들도 일부 이익만을 챙기고 2, 혹은 3차 하청으로 이어간다. 최종 하청을 받은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임금은 쥐꼬리만한 정도로 적을 수밖에 없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임금만이 최종 하청업체에 남는다.

이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청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이면에는 개발 착취라는 악마와 같은 현실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의 수익과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위험한 선례(dangerous precedent)’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의 손은 묶여 있으며, 어떻게 그들의 공급망에 착취가 생겼는지 전혀 모른다고 주장한다. 법적으로는 일단 하청을 주고 나면 자신들의 책임은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유명 브랜드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 디자인, 품질, 납기, 가격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손쉬운 원가 절감 방법은 인건비 절약이다. 이러한 원가절약 방법은 늘 하청 업체의 부채로 남게 된다. 부채 속의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의 손에는 매달 쥐꼬리 만한 임금이 놓여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지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려 하지만, 기업주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합 결성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저 밑의 하청업체들의 실상이다. 그 과정에서 학대가 공론화되기도 한다. 거대 기업들은 여차하면 다른 더 싼 곳을 찾아 기존의 업체에서 과감히 떠나버린다. 그들은 그저 파산이 최상책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만이 존재하게 된다.

칸라야니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시켜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악마의 소굴 같은 그 곳에서 진실을 말하려면 형언할 수 없는 고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심지어는 생명이 위협받기도 하고, 실제로 실종되기도 한다.

물론 착한 거대 브랜드들도 많다. 착취를 일삼는 거대 브랜드는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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