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장에 꼭 필요하지 않은 책이며, 소지품들은 일부러 조금씩 집에 남겨두었다. 가끔 예전에 읽던 책이 다시 읽고 싶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어머니 모르게 그런 것들을 내 짐 가방에 챙겨 넣으면서 그 분량만큼의 다른 책들을 책장에 꼽아 놓곤 했었다.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어머님은 내가 집에 갈 때마다 내가 예전에 쓰던 물건들을 하나씩 챙겨주신다. “이게 아직도 우리 집에 있구나” 하면서 나도 잊고 있었던 자질구레한 것들을 찾아서 건네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에서,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성장한 아들을 믿고 이제 진정으로 떠나보내는 어머님의 신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어머님이 내 어릴적 사진첩을 주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재빨리 사진첩을 한번 열어 보았다. 사진첩 속에 담겨져 있는 빛바랜 사진들 한 장 한 장마다에서, 한동안 잊고 지내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나온다. 그래 마치 타임캡슐처럼 한동안 내 어린시절을 어머님 손에 맡겨 놓았다가 이제 다시 되돌려 받은 것 같았다.
내 아이들은 고향집에만 가면 할아버지 품에서 재롱을 떠는 것을 좋아한다. 별다른 취미도 없으셔서 퇴직 후 집에서만 지내시는 아버님은 손자들이 집에 오면 그렇게 귀여워하신다. 평생을 교직에 계셔서 그런지 말씀도 없고 무뚝뚝하기만 하시던 분이 손자들만 보면, 마치 같이 아이가 된 것처럼 장난을 치고 좋아하신다.
그날 사진첩을 보다가 이제 학교 갈 시기가 다 되어가는 내 아이의 얼굴을, 사진첩 속의 내 어린 모습의 사진에서 발견했다. 나는 그 사진이 참 좋았다.
사진 속의 그 아이는 맑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티 없이 밝고 맑고, 어딘지 수줍어 보이는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내 마음엔 그렇게 비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난 다시 내 아이의 얼굴에서 발견한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차 속에서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든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아버님은 이 아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항상 말이 없으시던 그 분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었을까.
내가 이 아이를 쳐다보며 느끼는 그런 마음을 가지셨던 것인가. 생각해 보아도 답을 알 수 없는 그런 생각들이 그날 자꾸만 내 머릿속에 떠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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