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뒤집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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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뒤집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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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었다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이 짙어져간다. 나는 그런 변화를 볼 수 있는 활엽수가 좋다. 봄에 파릇한 새순이 돋아 올랐다가, 금세 잎이 커다랗게 자라나가고, 이어서 그 잎의 색깔이 짙어져가고, 무더운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게 되면, 다시 누렇게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도서관 창밖으로 책을 보다가 나뭇잎이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금세 나의 한 해가 지나가버린다. 나의 학창시절. 늘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않아 책장만 뒤지는 무료한 일과에서, 세월이 지나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 바로 나뭇잎의 변화였다.

도서관 내가 잘 앉는 자리에서 창밖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유난히 잎이 무성한 나무가 나는 왠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일년이 넘게 공부를 하다 그 나무를 바라보다 하였다. 오랜 시간동안 한 나무를 바라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나무에 대해 유난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나무에 좀더 가까이 다가 가리고 마음을 먹었다. 도서관을 나와 그 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않아있기를 즐겨했다. 특히 여름날 뜨거운 햇살이 사라진 저녁 무렵이면, 나는 그 나무 밑 벤치에 않아서 나무를 듣곤 했었다.

나무를 듣는다는 것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는 그 사근 사근거리는 조용한 속삭임 같은 소리를 듣는 걸 말한다. 날이 갈수록 푸른색을 더해가다 한여름쯤이면 진녹색이 되는 나뭇잎은 비가 시원하게 내린 다음 날이면 더욱 신선한 색깔을 뿜어내곤 했다. 그때쯤 나무는 제 잎들을 비비면서 제법 시원한 소리를 내곤했다.

황혼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오기 전, 하늘이 잠깐 동안 진한 파란 색깔에 잠기는 순간이 나는 좋았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을이 질 무렵이면 미리 책을 들고 나와 벤치에 않아 기다렸다. 그리곤 코발트색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같이 우뚝 선 나뭇잎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귀를 기울여 듣곤 했다.

바람이 불면 잎들은 소리를 내며 몸을 뒤집는다. 진한 빛을 지니고 있는 잎의 윗면과는 달리, 아랫부분은 다소 하얀빛을 지니고 있었다. 제법 강한 바람이 불면, 잎들이 한꺼번에 뒤집어졌다. 그럴 땐 어쩐지 나무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자지러지게 웃는 것 같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어둠이 깃든 벤치에 오랫동안 않아 있곤 했다.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내려올 때도, 나는 그 나무 곁을 지나서 다녔다. 아침에 다시 도서관으로 올라갈 때에는 밤사이에 보지 못했던 나무를 다시 올려다본다. 나무는 여전히 싱싱하게 푸름을 한 아름 가득 않고 서 있다. 여름은 그렇게 나무에 깃들어 매일같이 나에게 자신의 그 풍부함을 뽐내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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