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곰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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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곰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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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한다 잘못 한다, 무엇으로 판단하나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 애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 한다.

- 동요 “곰 세 마리”에서 -

앞에 나온 동요가사는, 덩치가 작지만 애기곰이 주연을 맡은 우화(寓話)의 한 장면 같다. “곰 세 마리”는 한집에 사는 가족이다. 애기곰은 아빠곰 엄마곰 할 것 없이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컸다. 녀석은 누가 봐도 유복한 티가 난다. 그래서 너무 귀엽다. 그런데 애기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날씬한 엄마는 문밖으로 드러내어도 좋겠지만 뚱뚱한 아빠는 문안으로 숨기고 싶다.

한사람은 한집에 사는 세 사람처럼 역할 한다. 현재의식에 드러난 나(Ego), 잠재의식에 숨겨진 그림자(Shadow), 또 남에게 보여주는 자기(Self)이다.

1. 나 - 날씬하다. 사회활동에 알맞을 만큼 의식적으로 다이어트를 한다.
2. 그림자 - 뚱뚱하다. 동서고금과 젠더를 초탈한 자유로운 내 모습이다.
3. 자기 - 너무 귀엽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처럼 작위적 캐릭터이다.

여기서 여섯 살 즈음의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고미”를 소개하자. 고미는 파란 반달곰이다. 녀석은 무지개 너머 엄청난 책이 쌓여있는 서재에서 살면서 반달 위에 누워 책을 읽는다. 그리고 “으쓱으쓱 잘 한다” 고미가 즐겨 부르는 노래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깨를 들썩들썩하며 가르치는 이 장면에서 아동들은 시늉으로 배운다. 잘 한다는 준거는 결국 흉내인가?

잘 한다 잘못 한다, 이렇게 가르기는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하여 공자가 제시한 풀이는 예(禮)이다. 예에 따르면 잘 한다고 쳐주자 하는 식이다. 그런데 예가 뭐지? 예의 주축은 효(孝)이다. 효는 또 뭐야? 그 표준은 친상(親喪)을 당했을 때 무덤에서 이탈하지 않고 3년간 죄를 묻는 것이다. 이때 예를 내면수습하면 인자(仁者)이며, 예를 외면수습하면 군자(君子)이다.

공자는 의례(儀禮)에 따라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OX가 뚜렷했다.
어진 사람은 사람을 좋아할 줄도 알고 미워할 줄도 안다.
(惟仁者 能好人 能惡人 논어 4:3)
잘못 보다 잘못을 고치지 아니하는 것이 참으로 잘못이다.
(過而不改 是謂過矣 논어 15:30)

안회(顔回 521-481 BC 子淵)는 공자가 첫손꼽은 제자였으나 일찍 죽었다. 스승이 봤을 때 이 제자는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았다.(不貳過 논어 6:2)” 그가 죽었을 때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天喪子 사기 권47:61)”하며 울었다. 장자(莊子)는 대종사 편에서 안회가 인의(仁義)와 예악(禮樂)을 넘어 무아(無我)의 경지 좌망(坐忘)에 든 것으로 평했다.

증삼(曾參 505-434 BC 子輿)은 제자로서 미약했지만 스승으로 막강했다. 공자가 여러 제자 가운데 “증삼은 둔하다(參也魯 사기 권67:1)”고 아무런 칭찬 없이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효도에 매진했다. 그의 문하에서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적통을 이은 다음 맹자(孟子)가 그 뒤를 받쳤다. 당위(當爲)의 도학(道學)으로서 효경(孝經)의 저자로 추앙됐다.

안회와 증삼, 두 사람은 상대적이다. 즉 공자의 유학(儒學)을 안자는 자연(自然)으로, 증자는 당연(當然)으로 확장했다. 앞은 그림자로서 잠재의식의 무위(無爲)라면, 뒤는 정체로서 현재의식의 유위(有爲)이다. 그들은 스승이 불렀던 자(字) 자연(子淵)과 자여(子輿) 대신 제자들에 의하여 안자와 증자로 존칭되었고, 후대에 와서 대등하게 각각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다.

공자는 애써 노자(老子)를 찾아가서 겸손하게 예를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의 예학이 출세에 강했지만 초월에 약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상례와 제례의 강화로 어느 정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켰다지만, 결정적으로 죽음 너머로 극복이 없다는 것이 그를 번민케 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공자는 자기 제자였지만 안자에게까지 열등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유학은 “한집에 사는 곰 세 마리”로 비유할 수 있다. 뚱뚱한 아빠곰은 자연유학, 날씬한 엄마곰은 당연유학, 너무 귀여운 애기곰은 신유학(新儒學)이다. 신유학은 공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주자(朱子)의 이기론(理氣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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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교사 2007-05-22 15:32:58
늘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치권 2007-05-20 14:22:01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은 "예"는 고사하고 말도 제대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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