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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중진<너는 인생을 낭비한 죄로 사형에 처하노라> 표지 ⓒ 스타^^^ | ||
"K검사!"
나를 본 검사는 멈칫하며 바라보았다.
"나, 무죄로 나온 전중진이오"
가슴을 열어 제끼며,
"나 잡아넣고 나니 속이 시원했나 봐라! 내 가슴을 봐란 말이다"
철사 줄로 엮인 조그마한 건전지들이 목걸이처럼 춤을 추었다.
"건들면 터진다. 인제 나 죽고 당신 죽고 끝장내자!"
만약 당신이 아무런 죄도 없이 1년 3개월 동안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한다면 어찌하겠는가. 그리고 민사상의 문제를 담당검사가 이해당사자의 해결사적 역할을 하는 바람에 형사상의 문제로 비화되어 구속되었다면 어찌하겠는가.
게다가 검사와 판사의 인생경륜이 짧아 구속영장의 신청이 남발되어 억울하게 구속이 되거나, 혹은 검사와 판사의 비위를 거슬리는 바람에 괘씸죄에 해당되어 구속이 되었다면 또 어찌하겠는가.
기사 머리에 인용한 글은 소설이 아니라 1997년도에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이 내용 속의 '나'는 1996년부터 1년 3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을 하다가 1997년에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전중진씨다. 'K'검사는 그 당시 전중진씨를 구속시킨 담당검사이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온몸에 폭탄을 칭칭 감고 담당검사를 찾아가 같이 죽으려고 했겠는가. 하지만 그는 그날 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건을, 또한 그 사건으로 인해 구치소 안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미결수들의 생활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현재 부산에서 법률자문가 일을 하고 있는 전중진씨의 <너는 인생을 낭비한 죄로 사형에 처하노라>(스타)는 저자 자신이 구치소에서 15개월 동안 법정투쟁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저자가 그렇게 갇혀 있는 동안 구치소 내부에서 일어나는 별별 해괴한(?)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구치소 내에서의 집필은 허가될 수 없다. 하지만 저자가 고교시절 속기록을 배운 덕분에 집필을 하여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쓴 전중진씨는 왜 그 사실을 무려 7여년 동안이나 가슴 깊숙히 잠재워 두고 있었을까. 당시에는 억울한 감정이 너무 앞선 까닭에 좀 더 자신을 객관적으로 지켜보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너무나 충격스런 일이어서 글을 정리할 엄두조차도 내지 못했던 것일까.
저자는 1996년 당시 지방신문사의 논설위원과 법률자문으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구속되고 만다. 금융사건? 하지만 저자는 이 뜻밖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회피한다. 왜 그럴까?
어머니!
이 자식의 모습이 보고플 땐 언제나 부산구치소 내 정문 위를 바라보십시오.
구치소 밖을 나가지 못하는 이 영혼, 구치소 정문까지 나와 언제나 어머님을 기다리겠습니다. 인간구실 제대로 한번 못하고 훌훌히 떠나는 불효자식을 용서하십시오.
부디부디 만수무강하소서!
'사형수 편지' 몇 토막
<너는 인생을 낭비한 죄로 사형에 처하노라>는 저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 외롭게 벌인 법정투쟁 끝에 마침내 무죄를 선고 받고 나온 한 맺힌 사연이 아로새겨진 책이다. 또 그동안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구치소 내부의 충격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놓은 생생한 실화모음집이다.
이 책은 모두 31편의 짧막짧막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퍼즐 검사와 자동아줌마', '죄수통(죄수대통령)', '간 큰 사형수', '빠꾸 또', '폭탄담배', '히로뽕의 위력', '살인수의 양심', '검사들의 천국' 등이 그것들이다.
구치소 내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곳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구속되고, 이감 가고, 풀려나는 미결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겪어야 하는 별의별 희한한 일들, 구치소 밖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해괴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4.75미터 높이의 하얀 담벼락 안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별천지 세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 감탄이 아니라 이것은 인간능력의 무한함을 실력으로 입증하는 실증적 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
글의 서술방식은 이러하다. 가령, 저자가 사형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저자 나름대로의 사형제도에 대한 시각과 그동안 책으로 읽었던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 등을 동원한다. 사형수가 어떤 이유로 사형수가 되었는지, 그리고 사형수의 여러 가지 행동과 심상이 투영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구치소에 갇힌 자신의 심경을 되돌아보는 방식을 취한다.
"그때 판사는 재판을 끝내면서도 근엄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마지막 주문을 읽었다. "전당포 노인을 살해한 살인죄가 아니라 너의 인생을 낭비한 죄로 사형에 처한다"라고. 마침내 빠삐용도 그 판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승복하고 만다.
그렇다! 인생을 낭비한 자에게는 사형은 다소 가혹하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자이기에, 나 또한 부산구치소에 수감되는 그날부터 또 하나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형수 정O우는 보안과 문을 사정없이 박차고 들어갔다. 비호같이 달려간 탄력에 힘입어서 별 생각도 없이 일어서는 교도관에게 그의 머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마치 대포알처럼 교도관의 얼굴을 사정없이 받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너는 인생을 낭비한 죄로 사형에 처하노라>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구치소 내부에서 생활하는, 저자 자신을 포함한 미결수들, 그리고 그 미결수들을 관리 감독하는 교도관들의 생활까지 낱낱히 밝혀져 있다. 그와 더불어 저자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하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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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 필자 전중진^^^ | ||
전중진은 누구인가?
- 15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 끝에 무죄 판결
저자 전중진은 193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70년, 주월 한국군 사령부 사이공 방송국장(KFVN)을 지냈다. 귀국 후에는 국방부 편수관으로도 활동했다.
1996년, 지방신문사의 논설위원 및 법률자문으로 있었던 그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억을한 누명을 쓴 채 옥살이를 한다. 하지만 저자의 피눈물 나는 법정투쟁 끝에 마침내 '무죄'라는 판결을 받아낸다.
공인행정실무사와 경매, 공매사 등 여러 분야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억울한 법률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자문을 맡아주는 까닭에 주위에서는 그를 '얼굴 없는 판사'라고 부르고 있다.
시집으로는 <체온첩>, 수필집으로는 <사량도>를 펴냈으며, 국방부 사료집으로 <월남전쟁 종합연구>가 있다. 지금은 한국법무행정실무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법무실무교육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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