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죄송한데요, 친척집에 왔다가 주문진 집으로 돌아가려고 터미널로 오던 중 전철 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나 봐요. 돌아갈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도착하면 곧바로 부쳐줄 테니 3만원만 빌려주시면 안될 까요."
"죄송합니다. 지금 저도 가진 돈이 없어서..."
"아이, 아저씨 제발 한번만 도움을 주십시요, 월계동 친척집에 갔다오려면 막차를 놓칠 것 같아서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아저씨께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사업을 하는 후배녀석, 적어도 서울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런 말에 절대 현혹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평소에도 주지시켰건만 끝내 당하고 말았나 봅니다. '서울은 문열고 나서면 모두 사기꾼' '서울에서는 눈만 깜짝해도 코 베어간다'는 말 또한 수십 년째 전해 내려오고 있건만 그저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니 에라 고소하다 이놈아. 그런데 이런 일이 요즘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잘 못 코 끼이면 팔불출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하는데 어디 후배녀석 얘기나 한번 들어봅시다.
저녁 7시경 강릉에서 부친 물건이 강남터미널에 도착한다는 걸 깜빡 잊고 동료들과 식당에서 소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여보세요, 여기 중앙고속인데요 장00선생님 맞습니까."
"예."
"강릉에서 물건이 도착했는데 찾아 가십시요."
"예, 알겠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강남터미널에 도착해 화물 보관창고를 찾고 있던 중 문제의 아가씨가 다가와 애걸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일단 물건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탓에 돈이 없다는 식으로 따돌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화물 보관창고로 가 물건을 찾아서는 택시를 타기 위해 입구 쪽으로 되돌아 나오고 있는데 이게 왠 일인가. 30여 미터 앞에 조금 전 그 여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모르는 척 그냥 갔으면 되련만 무슨 미련이 남아 힐끗 쳐다본다는 것이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마치 구세주를 다시 만난 것처럼 쏜살같이 다가와서는 "아저씨 제발 한번만 도와주시면 안되겠습니까"라며 또다시 매달리는 것이었다.
생긴 것은 김희선이 뺨치게 생겼고, 어디를 봐도 침이 꿀꺽 넘어 가더라나, 하여간 너무 안타깝게 보여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고 양복 윗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일금 3만원을 건넸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래도 어떻게 작업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도착하면 꼭 연락을 하라며 명함도 덤으로 한 장을 건넸다.
마법에 걸려들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에게 마법을 걸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결론에서는 후배녀석이 마법에 걸린 꼴이 되고 말았다. 너 댓잔 마셨던 소주 취기가 간을 서서히 부풀리기 시작했다.
누가 말했던가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고. 후배녀석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3만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 머금은 그 모습을 보고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순간 막차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혹시 막차가 끊어지지 않았습니까."
"할 수 없죠, 도움을 주신 것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터미널 벤치에 앉아 밤을 세고 새벽 첫차로 가면 되지요.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아저씨 은혜 잊지 않을께요."
<다음호에 계속>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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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삼만원에 그 여자랑 어떻게 해 볼려고 한건 아닌지? ㅋㅋㅋ
장마로 인하여 늦어진 바캉스시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 옵시다
호시탐탐 노리는 꾼들에게 넘어가지 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