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는 눈물을 흐리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도저히 어머니의 기도를 멈추게 할 수가 없어서였다. 아들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란 어머니는 큰 소리를 내려다 말고, 교회라는 것을 인식한 듯 이내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아들을 끌어안았다.
하나님께서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믿는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주여 감사합니다."를 몇 번씩 했다. 잠시 후에 이성을 찾은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얼굴을 다시 한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조용히 교회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고서야 두 사람은 서로를 다시 확인하려는 듯 부둥켜 않고 울었다.
밖에는 비바람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었다. 어머니는 교회 현관 한편에서 비를 피하며 하나님과 아들의 존재를 다시 믿고 재확인하려는 행동을 했다.
어머니는 할말이 많았지만 막상 아들을 보자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 지간 어디 있었니?"
"그냥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어요."
"그래, 나이가 이제 그런 생활을 하기에는 지나지 않았니,"
"네, 어머니,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후회가 되어요."
어머니는 아들을 이해한다는 듯 다른 말을 더 이상 물어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모든 가족들이 걱정한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다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호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에 어머니 앞에서 큰 소리로 울면서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집에는 못 오는 거니, 나쁜 일을 저질러 서지?"
"죄송해요."
"나쁜 놈,"
어머니는 처음으로 '나쁜 놈' 이라는 말을 했다.
아들의 가슴을 손으로 가볍게 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쏟아 냈다. 하나님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 네가 정말로 그 일을 저질렀다면 자수하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아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싸늘한 비바람이 옷깃을 더 여미게 하는 추위지만 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아들은 불안해하며 연신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에 쫓기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날씨가 춥고 이른 아침인데 누가 너를 잡으러 오겠니?" 걱정 말라는 말을 어머니는 하면서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어떻게 할거니,"
"걱정 말아요. 잘 있으니,"
"잘 있긴, 돈은 있니,"
어머니는 허리춤을 뒤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구겨진 돈 다발을 꺼내서 아들에게 쥐어 주었다. 그 동안 아들이 이렇게 나타날 것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무거운 짐을 넘겨주듯 어머니는 아들에게 돈을 넘겨주었다.
아들은 돈이 있다고 하면서도 어머니의 돈을 받았다. 사람을 죽였지만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다. 철이 없어 한 짓을 어머니는 말하지 안았다. 어머니는 추위에 떨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축복으로 알고 감사해 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했다.
"밥은 먹었니"
"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장례식에 오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머니는 아들이 정말로 사고를 친 것인지를 다시 물어 보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들 역시 좋은 이야기만 하려는 듯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해장국집으로 가자고 했다. 아들은 불안해서인지 계속 주위를 살폈다. 김 형사가 끈질기게 찾아다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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