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에 있는 로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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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 있는 로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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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송영 소설집 <발로자를 위하여> 펴내

 
   
  ^^^▲ 송영의 <발로자를 위하여> 표지그림
ⓒ 창작과비평^^^
 
 

"이라크에서 며칠간 머물다가 요르단의 암만으로 돌아왔을 때... 암만 호텔의 식탁에 오른 메뉴는 몇 종류의 빵과 우유와 야채 샐러드, 그리고 육류요리 몇가지 정도였다... 충격을 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이라크 사람들의 식탁이 너무 빈약하고 초라했던 데에 있다... 어린애도 우유를 마실 수 없었다."

계간 <창작과비평>이 처음으로 발굴한 작가 송영(63)의 소설집 <발로자를 위하여>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발로자? 발로자는 다름 아닌 이 소설집 속에 들어 있는 단편소설 <발로자를 위하여>에 나오는 러시아 젊은이의 이름이다.

이 소설집에는 작가 송영이 1995년부터 현재까지, 그러니까 8여년 동안 쓴 중.단편소설 9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발로자를 위하여'를 시작으로 '두 사람''천사는 어디 있나?''태어난 곳''신뢰받는 인간''자비와 동정''성자의 그늘''고려인 니나''모슬 기행'이 그것들이다.

표제작 '발로자를 위하여'는 지금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노자 교수가 주인공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펴내기도 한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인으로서 우리나라로 귀화한 사람이다. 소설 속의 박노자, 즉 발로자는 주어진 현실을 회피하지 않으며, 비록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다.

'발로자를 위하여'는 화자가 러시아 여행길에서 만난 관광 안내원 블라지미르 띠호노프(발로자)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 속의 화자는 러시아 청년 발로자의 일상생활을 지켜보면서 러시아인들의 문화적 자긍심과 그 자긍심 뒤에 뿌리 내린 러시아인들의 진솔한 마음을 읽어낸다.

 

 
   
  ^^^▲ 한국소설가협회
ⓒ 작가 송영^^^
 
 

다시 말하자면 러시아인들은 비록 가난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결코 그들이 오랜 세월동안 지니고 있었던 문화예술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소박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작가가 10여년 전에 다녔던 이라크 여행 경험을 작품화한 중편소설 '모슬 기행'이다. 1995년 '로라'라는 제목으로 발표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작가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만난 '로라 가잘'이라는 아름다운 여인과의 만남에 대한, 일종의 실제 체험이기도 하다.

'모슬 기행'은 소설 속 화자와 일행들이 이라크 여행 중에 '로라 가잘'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그들 일행 가운데 화가 '김정'은 늘 엉뚱한 언행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일종의 기인에 해당되는 그런 인물이다. 여행 중에서도 '김정'은 이라크와 로라 가잘이란 여인의 매력에 이끌려 이라크에 귀화하겠다는 꿈까지 품게 된다.

이 책을 마무리 할 당시, 그러니까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작가 송영은 이라크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구약의 주요 무대였던 북부 도시 모슬의 니네베 성,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알려진 남부의 우르 지역을 비롯, 국토 전체가 인류문명사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라크... 특히 모슬은 터키 국경과 가깝고 전략요충지역이라 격전이 벌어질 개연성이 많은 곳이다" 라고.

 

 
   
  ^^^▲ 한국소설가협회
ⓒ 작가 송영^^^
 
 

또 지금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인 지망생의 아리따운 여인 로라 가잘에 대해서도 이렇게 토로한다.

"로라는 초기에 내게 두 번의, 지극히 정중한 편지를 보냈었고 나도 인편으로 편지와 약간의 필기구 선물을 보냈다. 그 사람의 귀국 편에 로라는 자기네 전통의상인 디쉬다샤를 내게 선물로 보내오기도 했다. 로라의 편지들을 나는 지금도 서랍 속에 잘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의 상황을 생각할 때 그녀가 비록 궁핍하나마 정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라고.

이 외에도 난쟁이 김동정의 심리를 다룬 '천사는 어디 있나?', 이 세상에 있기는 하지만 이 세상을 살고 있지 않는 존재인 성한경의 이야기를 다룬 '자비와 동정', 알콜중독으로 패배한 것 같지만 단 한사람에게서만은 신뢰받는다는 '신뢰받는 인간', 그와 반대로 수많은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았지만 단 한사람의 친구도 없는 퇴직 은행원의 이야기를 다룬 '두 사람' 등도 작가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작품들이다.

"눈에 띄는 점 하나는 공간에 머무는 시선과 사람에 머무는 시선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곳은 여기이면서 여기가 아니다... 어떤 특정한 공간 혹은 특정한 문화의 우월성 또한 드러날 수 없으며, 그 속에 있는 서로 다른 존재들은 서로 다른 존재로서, 그러나 완전히 낯선 타자는 아닌 것으로 그려진다" (채호석, '경계를 가로지르며, 낯선 세상을 탐색하는 여행' 몇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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