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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오래된 정자나무를 죽어서도 바라보며 저승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죽으면 멀리 면산과 동네의 정자나무가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고 했다.

아버지가 점지한 산소 자리에서 마을을 보면 정말로 봄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좋은 풍경을 만들어 내는 곳이며, 앞이 탁 트여서 멀리까지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은 봄철이 되어 단오절이 오면, 몇 백년이 된 동네 정자나무에 그네를 매고 탄다. 일이 바쁜 청년들은 아침에 짬을 내서 그네를 타고, 한가한 시간과 저녁에는 아낙네들이 그네를 주로 뛰었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의 그네 타는 모습을 죽어서도 보고 싶어서 그 자리를 점지하셨는지 모른다. 성호는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그네를 타던 모습을 보았다. 너무 씩씩한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버지는 노동 후의 시름을 그네 뛰는 것으로 풀었다. 그러한 시절을 그리워하셔서 그곳에 잠들기를 원한다고 생각되었다. 아버지는 그네를 뛰고 땀을 흠뻑 흘린 후에 목물을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등에 찬물을 바가지로 끼얹었다. 춥다고 몸을 움츠리면서도 그 일을 자주 했다. 아버지가 목물을 마치고 나면 성호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리고 목말을 태우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성호는 그것이 재미있어 아버지가 목물하는 것을 은근히 기다렸다. 아버지가 생각해 두었던 산소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아름다운 면산이 보인다. 성호는 그 곳에서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새들이 집을 짓고 알을 낳기에 좋은 장소다. 하얀 모래밭이 있고, 조그만 언덕들이 올망졸망 있었다. 한쪽으로는 낭떠러지가 있는가 하면, 순전히 깎아 자른 듯한 절벽도 있었다.

그 아래로는 천천히 흐르는 강물이 있었다. 강가에는 물새들이 먹이를 잡아먹기가 매우 좋은 곳이 있었다. 그 곳 주위에는 물새 집이 많이 있었다. 물새알을 내리러 가면 언제나 신이 났다.

물새알을 내려 가지고 놀기도 하고 읍내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갓 부화된 어린 물새 새끼들을 내려다가 키우려고 했다. 학교에 오가며 물새의 먹이 때문에 잠자리, 방아깨비, 메뚜기를 잡았다.

어떤 것을 잘 먹는지 몰라 닥치는 데로 잡아다가 물새에게 주었지만 며칠 못되어서 죽여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못된 짓을 하고 살았어도 아버지는 한번도 성호를 야단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강물에서 낚시를 하는 날은 소풍날이 되었다. 잡히지 않는 고기를 잡아내라고 아버지를 졸랐다. 아버지는 웃으시며 기다리라고 했지만 억지를 부리곤 했다.

조그만 붕어가 잡히면 그것을 작은 유리병에 넣고 기르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이내 죽어 버리기가 일쑤였다. 아버지와 면산으로 산딸기를 따러 가는 일도 매우 재미가 있었다. 밭 가장자리에 앉아서 바쁘게 일하는 아버지에게 산딸기를 따러 가자고 졸랐다.

딸기밭을 발견하면 환호성을 질렀다. 한곳에 뭉쳐 있는 딸기를 따먹으며 즐거워했고 가시에 찔리기도 했다. 얼굴이 벌에 쏘여 부어오르기도 하고 응석을 부려 아버지의 등을 타고 산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성호는 그러한 시절이 그리워 아버지의 죽음을 더 슬퍼했다. 들판의 감자밭에서 감자를 캐어 구워 먹고, 콩을 뿌리째 뽑아 잔솔 가지를 주어다 불을 지르며, 콩 청태를 해먹기도 했다.

새까맣게 된 성호의 얼굴을 아버지는 옷소매로 닦아주시며, 서로 마주보고 웃기도 했었다. 아버지는 아마도 그런 시절이 그리워 동네의 풍경이 보이는 그 곳에서 잠들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다.

그네를 매고 타던 정자나무와 면산, 그리고 강가가 보이는 그 곳에 아버지는 잠들기를 바랬다. 성호는 그런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 들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성호의 말에 아버지는 감격해 하시며 기뻐했다. 죽은 뒤에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 없으련만 소년처럼 기뻐하셨다. 아버지의 소원대로 마을과 정자나무가 보이는 곳에 아버지를 묻고 긴 이별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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