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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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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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아버지를 따라 유치장에 있는 형을 보러 갔었다.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늘진 눈에서 눈물을 쏟아 냈다. 순경은 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형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으나 당당해 보였다. 할머니의 말대로 형은 하는 일마다 문제를 일으켰다. 도깨비는 새삼스럽게 그 이야기를 꺼내는 성호에게 미안한 표정을 했다.

하지만 그때도 자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다만 망을 보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빚을 얻어서 학교에 주었다. 형이 일으킨 일을 아버지와 삼촌이 해결했다. 늘 그런 식이었다.

형은 그래서 가족들에게 늘 미움을 사고 있었지만 금방 잊어 버리고 다른 사고를 쳤다. 그 때마다 도깨비와 같이 일을 저질렀지만 도깨비는 늘 무사했다.

성호는 그것을 운명으로 보았다. 도깨비를 때려주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못 했다. 도깨비는 형이 순경에게 끌려가던 날 '잘 가라는 말' 을 한 것이 전부다.

성호는 형이 나쁜 사람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도깨비 같은 친구를 가지고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성호는 술을 많이 마시자 속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도깨비에게 술잔을 넘기고 술을 따랐다.

소주를 몇 병째 마시고 있었다. 혀가 꼬부라지는 소리를 했다.
"형은 그러면 못써, 의리가 있어야지,"
"무슨 의리, 왜 그래, 벌써 술 취했니?"
"언제나 우리형이 모든 문제를 뒤집어썼어,"
도깨비는 말대답을 하지 안았다.

약아빠진 도깨비는 성호를 자극해봐야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빨간 벽돌 사건 알지, 형도 책임이 많았어, 그런데 왜 우리형만 처벌을 받아야 했지?"
"지나간 일을 가지고, 너 취했어, 그만 마시자."
도깨비는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성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깨비에게 의리가 없다는 말을 했다.

난색이 된 도깨비는 성호의 비위를 맞추었다. 언제나 그런 식이어서 형이 당했다. 잘못을 하고도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서 그때그때 위기를 잘 넘겼다. 성호는 도깨비의 그런 비위 맞춤을 알면서도 계속 같은 소리로 불만을 말했다.

"빨간 벽돌은 집을 질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순경은 물었다.
형은 읍내 아이들과 패싸움을 했다. 연탄재와 빨간 벽돌이 최고의 무기였다. 읍내에 빨간 벽돌을 쌓아 놓는 곳이 있었고 연탄재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연탄재를 얼굴에 던지면 눈을 못 뜨고 빨간 벽돌에 맞으면 머리가 깨진다.

피는 빨간 벽돌 색이다. 순경은 말했다. 총으로 쏘아 죽이나 벽돌로 쳐죽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막대기를 들면 강력범이 되고 벽돌은 살인 무기라고 했다. 아이들이 싸우면 물불을 안 가린다. 소 영웅심이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가 던진 벽돌이 한 아이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이어서 형이 던진 벽돌이 한번 더 그 아이의 가슴에 맞았다. 위협 사격이 정 조준되어 목표물을 맞춘 꼴이 되었다. 아이들은 재빠르게 도망갔다. 겁이 난 도깨비는 언제부터인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빨간 피가 흐르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형은 피를 흘리는 아이를 보고 무당의 얼굴이 떠올랐다. 돼지 피를 사방에 뿌려 댔다. 북채로 때리며 살기가 물러나라고 했다. 할머니는 울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

"살기가 가는 곳마다 있어, 얘는 큰 일이야, 어디든지 가면 조심해야 되어, 성미가 문제야" 하고 무당은 쉬지 않고 말했다. 정말 족집게같이 집어냈다. 패싸움은 형 혼자 한 것이 아니다.

형은 살이 끼여 항상 문제가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매사에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적당하게 하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제일 먼저 나섰다.

성호는 영화에서 독일병정이 적을 죽이는 것을 보았다. 앞에 있는 적을 먼저 죽인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은 살기가 있다. 무엇이든 열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형은 그것을 알고 있는 듯 그렇게 했다. 빨간 피가 눈에 보였다. 양심이 발동해서 도망갈 수가 없었다.

무당이 다리를 잡아 당겼다. 형은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너의 업보다. 도망가지 말아라, 조상이 너를 미워하는 것이다."
"도망가야 합니다."
"안돼, 조상이 노했어, 도망가지 마라,"
도망가지 말라는 소리가 계속 어지럽게 마음속을 괴롭혔다.

도망을 가자는 마음이 있었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성모 마리아가 가슴으로 안아서 도망을 못 갔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성자의 목소리는 더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호루라기 소리가 미친년이 지르는 소리같이 고막을 쳤다. 정신이 돌아왔다. 도망을 가야한다는 욕구가 다시 생겼다. 무당의 얼굴이 흐려지고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앞을 누가 막고 서 있었다. 갑자기 앞이 캄캄했다. 한 발자국도 도망갈 수가 없었다.

형은 순경 앞에서 도망가지 못한 이유를 장황하게 말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죽은 것 같아,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할텐데," 차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귀청을 때렸다. 구경꾼들이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죽으라고 했겠지, 빨간 벽돌로 사람을 찍었으니," 큰일이라고 말했다.
"저 아이가 벽돌로 찍는 것을 보았습니까?"
"분명히 봤습니다."
던진 것과 찍은 것의 차이가 났다. 무당 생각과도 차이가 났다. "죽으라고 찍었지," 순경은 눈을 부릅떴다.

형은 변명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스타는 부와 명예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지, 자네는 이제 스타가 됐어,"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출혈이 심해서 죽을 것 같다고 했다. 할머니가 무당에게 빈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형은 울부짖었다.
"사실이 아닙니다. 던진 것뿐입니다."
"본 사람이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야,"
순경은 발로 무릎을 찼다. 형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벽돌에 맞은 아이는 여러 달 동안을 치료해야 했다.

거의 죽어 가는 상태에서 살아났다. 그 치료비를 모두 아버지가 부담했다. 그때도 역시 도깨비는 교묘하게 사건에서 빠져 나오고 형만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았다.

성호는 도깨비를 보는 것조차 구역질을 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생각이 들며 도깨비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형이 있는 곳을 알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간 이야기로 겁을 주어 보았지만 도깨비는 끝내 형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았다. 정말로 지독한 사람이었다. 하기야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성호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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