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자-1
스크롤 이동 상태바
광자-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시집간 딸이 보고 싶어서 찾았다. 그러나 광자는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성호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빨리 오겠다는 대답만 할 뿐 한번도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성호는 매우 속이 상했다. 형도 나타나지 않는데 누나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이 마음 아팠다.

아무리 바빠도 부모가 죽는다고 하는데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무 자주 아프다고 연락을 한 것이 신경을 무디게 해서 안 오는 것 같아 보였다.

아버지는 누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집을 보냈다. '자기 복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 는 것을 믿으라고 했다.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을 누나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누나는 시집간 후에 친정을 거의 잊고 살았다. 남편을 일찍 잃은 것에 대한 충격도 있어 보였다.

부모님이 싫은 결혼을 억지로 시켜서, 팔려 가는 당나귀처럼 누나는 장손 집 맏며느리로 시집을 갔다. 신랑의 얼굴도 한번 못 보고 시집을 갔다. 중신아비는 쌀가마니나 쌓아놓고 산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시집을 가서 보니 그 반대였다.

결혼하지 않은 삼 형제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먹을 것이 늘 부족했다. 부엌에는 다 깨어진 항아리와 무쇠 솥이 검은 얼굴을 하고 걸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신부는 부엌에 주저앉았다.
"왜 우는 거여, 못 마땅한 일이라도 있는 거여,"
"아녀요, 울긴 왜 울어요,"
"그려, 새색시가 울면 안 되는 거여,"

신부는 혼자가 되면 서러워서 눈물을 찍어냈다. 매일 식구들의 삼시를 만드는 일도 힘들어했다. 큰항아리에 보리쌀을 퍼 담고 우물가에 가서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문질러 닦았다.

무쇠 솥에 넣고 불을 때서 부글거리도록 삶아 내서 꽁보리밥을 만들어 먹었다. 틈틈이 농사일을 거들고 시어머니의 잔소리도 지겹게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했다.

광자는 친정에서는 그런 일을 해보지 않았다. 엄마 생각이 나서 매일 울며 참았다. 오직 남편만을 의지하고 살았다. 읍내 가까이 에서 살다가 시골 촌 동네로 시집온 것을 원망했다. 농사짓는 집안의 일도 처음 해봐서 야단맞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해서 어디 밥 먹겠어? 새색시가 손이 부지런해야 하는 거여, 이게 뭐냐, 부엌을 해 놓은 꼴하고는, 너의 친정에서는 무엇을 가르쳤냐?"

성호가 여름 방학에 누나 집에 놀러 갔다가 시어머니에게 혼나는 것을 보았다. 애꿎은 친정 어머니까지 들먹이자 동생 앞에서 펑펑 울었다. 성호는 그때만 생각이 나면 누나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강아지와 닭 새끼들이 천지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일을 벌려 놓아 혼나는 일도 많았다. 아무 곳에나 오줌과 똥을 누고, 텃밭에 심어 놓은 상추, 오이, 시금치 밭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서 망가뜨리기 일쑤다.

어미 닭을 괜히 못 살게 굴고 쫓아다녀 천지사방으로 일을 저질러 놓는다. 개 밥그릇이 나뒹굴기도 하고 열어놓은 고추장독에 깃털이 빠져 들어가기도 한다.

시어머니가 아침내 다듬어 놓은 푸성귀 더미를 무참히 짓밟아 헤집어 놓기도 예사다. 지붕 위에 말리는 고추도 무사하지 못하다. 장 닭이 올라가 이리저리 헤집어 놓아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장독 위에 삶아 널어놓은 보리쌀도 헤집어 놓고, 텃새들도 달려들어 먹었다.

"그놈의 닭 새끼들 큰일 났구먼, 잡아매 노라니까 잊었냐,"
"깜박했어요,"
"잊을게 따로 있지, 젊은애가 어디 그래 가지고 쓰건 야,"
"조심 할께 요,"
"너는 맨 날 대답만 하고 실천하는 게 없냐?"
성호 앞에서 강아지와 닭 새끼 때문에 시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웬만하면 참고 넘어갈 일인데 동생 앞에서 시어머니가 야단을 치자 못 살겠다고 짐 보따리를 챙겼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