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금강 해무저 안개는 대체 누구의 슬픈 자화상인가 ⓒ 경상남도^^^ | ||
춥구나, 봄날 수평선을 지우는 안개가
어둑어둑 대낮을 밀어내고
수평선이 풀어내는 안개 속 나의
햇살들 가없는 물결에 부대끼나니
부대끼며 부대끼며 부풀어오르는 하늘 저쪽
물새 떼들 잠 밖에서 꿈을 태우며
이미 없는 내 유년의 길목에
보얗게 부서지누나, 하얀 안개 돌돌 감아올리는 조약돌들
어느 세월에 죄를 벗고
물거품 속 한 줌 햇살로 바스러지나.
봄바다에 가 보셨나요? 세상 곳곳에 아련한 추억 같은 아지랑이가 가물거리고, 눈 닿는 곳마다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내뿜으며 무더기로 무더기로 피어나는 그런 봄날, 젖빛 안개를 뿜으며 초록빛으로 물드는 그런 봄바다에 가보셨나요.
따스한 햇살이 추운 몸을 데우지만 마음이 자꾸 덜덜덜 떨리는 그런 봄날, 몸과 마음이 제각각 서로 엇갈린 듯 멀어져만 가는 그런 봄날,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지우는 안개가", 그 젖빛 안개가 "어둑어둑 대낮을 밀어내"는 그 바다, 그 바닷가에 물방울처럼 쌓여있는 조약돌들.
하늘과 바다가 몸을 섞고 있는 수평선에서 끝없이 뿜어대는 안개... 문득, 그 안개 속에 갇힌 나를 찾기 위해, 봄햇살들이 물결 속을 이 잡듯이 뒤지는 바다, 그런 봄바다에 가보셨나요. 그리하여 마침내 그 물결에 "부대끼며 부대끼며 부풀어오르는 하늘 저쪽", 그 하늘 속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끼루룩거리는 물새떼들의 울음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그 물새떼들의 울음소리 속에 이미 사라진 내 유년의 그림자가 또다시 안개로, 물결로 보얗게 부서지는 봄바다, 그런 바다에 가보셨나요. 그 바다에 가서 "하얀 안개 돌돌 감아올리는 조약돌들" 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 내가 살아온 세월을 되감아 올려 보셨나요.
그 세월 속에는 무엇이 있던가요. 그 세월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 왔던가요. 어차피 내게 주어진 생명을 이어가려고 아둥바둥 몸부림 치다가 행여 내가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아는 척하며 지은 죄, 그 죄는 얼마이던가요. 또 그 죄는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오늘도 하얀 안개를 돌돌돌 감아올리는 조약돌들... 그 조약돌 몇 개 집어들고 저 수평선을 지우고 있는 안개 속으로 힘껏 집어 던진다면 그 죄가 모두 사그라 들까요. 아니면 안개를 품고 있는 저 물결 속으로 내 나이 만큼의 조약돌을 집어 던진다면 그 죄가 "물거품 속 한 줌 햇살로 바스러" 질까요.
봄이 와도 마음이 춥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더 추워지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런 날이면 젖빛 안개가 끝없이 물결을 내미는 봄바다에 가서 내 마음을 한번 헤집어 보십시오. 내 마음 속에는 내가 모르는 그 어떤 비밀이 저 안개처럼 숨겨져 있는가를.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