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 사회는 두 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해야 했다. 한 명은 외국 유학 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윤형 씨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농촌의 현실을 규탄하며 농민대회에 참석했다 순진 정용철 씨다.
어느 사회에서건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이들의 죽음을 보도하는 우리 언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숙연함에 앞서 의아심을 감출 수 없다.
먼저 윤형 씨의 사망소식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22일 오전 연합뉴스가 최초로 보도하면서부터 이후 각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이 씨의 사망소식을 매시간 주요뉴스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들 언론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장례식에 참석한 가족의 모습에서부터 이씨의 재산내역, 심지어는 고인의 인터넷 미니홈피까지 거론하며 누리꾼들의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MBC는 다음날 오전 장례식을 마치고 귀국하는 가족들을 기자의 리포트까지 넣어가며 상세히 보도하면서 카트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가족의 모습을 방영했다.
윤형 씨의 사망은 처음에는 교통사고로 알려졌으나 후에 자살로 확인되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언론은 또다시 과열경쟁에 들어가 관련기사를 생산해내기 바빴다.
반면 정부의 살농(殺農)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했다 24일 숨진 전 씨의 소식을 제대로 보도한 언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 진보 진영의 인터넷 언론만이 중요기사로 전 씨의 사망소식을 보도했을 뿐 재벌가 막내딸의 자살을 관련기사까지 편집해가며 대대적으로 알린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더구나 전 씨의 죽음이 농민대회 도중 발생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생긴 부상으로 숨졌다는 농민단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언론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전 씨가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맞아 숨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발표내용만 상세히 보도했을 뿐이다.
물론 언론사로서는 소위 잘 나가는 재벌가의 막내딸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던 도중 안타깝게 삶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소재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수입 강요와 잘못된 농촌정책으로 살아야 할 희망마저 잃어버린 농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최소한 한 농민의 죽음이 재벌가 막내딸의 죽음과 동등하게라도 다뤄졌어야 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자녀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윤형 씨와 대한민국 농민의 한 사람으로 어렵고 힘든 나날을 보냈던 전용철 씨. 서로 다른 생을 살았던 두 사람의 죽음마저 차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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