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기우는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
흰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그대 기우는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
흰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
그대 정든 임.
^^^▲ 얼레지나는 오늘도 가슴을 열고 그대를 기다리네 ⓒ 우리꽃 자생화^^^ | ||
한때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달겨들었던 그대가 있었습니다. 한순간도 그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면 저절로 목이 마르고, 문득 그대의 푸석푸석한 얼굴만 보아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대의 눈빛, 그대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도 움찔움찔 놀라 가슴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펑, 하고 터져나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지금도 그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끌어안고 행여나, 빈 하늘 끝자락에다 그대의 얼굴 하나 떠올리고 있는 또 한 그대. 그런데 그렇게 사랑했던 그대, 지금도 사랑하는 그대는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요. 혹 이 거친 세상을 살다가 스스로 이 세상을 저버리지는 않았는가요.
낮마다 밤마다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는 "기우는 새벽별 사이로/바람처럼" 오고 있을까요, 아니면 저 출렁이는 "물결처럼" 다가오고 있을까요. 새벽별을 바라보아도 그대의 빛나는 눈동자가 떠오르고, 진종일 출렁이는 물결을 바라보아도 첫 입맞춤을 할 때 파르르 떨리던 그대의 그 입술이 떠오릅니다.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흰꽃 밟으며 오는" 저 분이 그대인가요. 따사로운 봄바람에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저 꽃잎은 그대의 안쓰러운 혼백인가요. 아니면 지금도 마악 피어나는 저 매화꽃 속에서 웃고 있는 노오란 저 꽃술이 그대의 그 향기롭던 체취인가요.
아,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눈물은 산골짜기에 떨어져 이내 불꽃으로 타오릅니다. 가슴에서 불꽃이 일렁거립니다. 산이 불길에 휩쌓이고 있습니다. 마음은 온통 불길에 휩싸여 활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요. 이미 마음의 불꽃이 되어 지금도 활활활 타오르고 있는가요.
이 시를 읽으면 한때 정말 사랑했던 그대의 빛나는 눈동자가 떠오릅니다. 그대의 그 따스한 손이 나를 어루만지고, 그대의 그 달콤한 속삭임들이 귀에 쟁쟁하게 울립니다. 아, 사랑하는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이 시에서 말하는 "임"은 사랑하는 그대이기도 하지만 내가 바라는 그 어떤 '희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아, 절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옷깃에 뚝뚝 떨어지도록 사랑하는 그 "임" 은 진정 어디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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