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제10 공화국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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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제10 공화국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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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근데, 중요한 정보란 거 뭐야"

"수사본부의 강 과장이 뭔가를 알아냈군요."

주경진은 추 탐정이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가슴이 뛰었다. 주경진이 들여다본 추 탐정의 눈동자 속에는 강 과장의 얼굴이 잠깐 스쳐가고 이어 뜻밖의 여자 얼굴이 떠올랐다.

- 양천수의 아내 박소진이?

"오혜빈 후보 납치 배후를 대강 알아냈나봐. 내가 어제 수상한 배후 인물을 찍어주었거든."

"어떻게 아셨어요?"

"왕년의 실력을 발휘했지. 단서는 백상희한테서 얻었어."

"백상희가요? 한 패거리였나요?"

"패거리라니. 저속한 말 쓰지 말라고 했잖아. 공범은 아닐 거야."

"오혜빈이 있는 장소는 어디예요?"

"그건 아직 몰라."

주경진은 추 탐정 사무실을 나서며 백상희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문지수였다.

"오빠, 중요한 정보가 있어요. 만나야 돼."

주경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문지수가 만나자고 하면 부담스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또 바지를 벗으라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경진은 거절하지는 못했다.

"어디서?"

"홈즈도 보러 갈 겸. ㅋㅋㅋ."

주경진이 숙소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 반려견 홈즈가 일어서서 춤을 추며 주경진을 반겼다.

"오빠, 어서와."

문지수는 주경진의 예상과는 달리 옷을 모두 입은 채 식탁에 얌전히 앉아 홈즈 간식을 들고 있었다.

"오랜만에 봤더니 홈즈가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마침 오다가 애견 용품점이 있어서 간식 하나 사왔어."

"근데, 중요한 정보란 거 뭐야?"

"어제 오혜빈 당선인의 방에 갔다가 이걸 발견했어."

문지수가 늘 들고 다니는 짝퉁 명품 핸드백에서 핸드폰 두 개를 꺼냈다.

"이게 뭐야?"

"뭔지는 모르겠는데, 통화 기록을 봤더니 드라곤 하고 통화한 기록만 여러번 있어."

"드라곤? 오혜빈이 드라곤 아이와 직접 통화를 했단 말이야?"

"그런데 이게 누구 핸드폰인지 알 수 없어. 그리고 드라곤과 통화한 날짜가 당선인이 실종된 이후야. 어제 통화한 것도 있어."

주경진은 핸드폰을 들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나는 갤럭시4이고 하나는 U+였다. 갤럭시에서 드라곤과 통화한 기록이 여러 번 있고 U+에서는 다른 전화번호가 발견되었다. 0016362로 시작되는 번호와 0016372로 시작되는 번호가 여러 번 나왔다. 통화 날짜는 최근 한 달 이내였다.

"드라곤은 드라곤 아이를 사칭하는 단체나 공갈범일 수도 있어. 그리고 이 국제전화는..."

주경진이 핸드폰을 열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001다음 국가 번호는 63, 즉 필리핀이고 다음 지역번호 62는 잠보인가라는 지역이고, 72는 페르난도라는 지역이야."

"오혜빈 후보가 최근 그 방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분명 이것은 허연나가 사용한 것일 거예요."

"핸드폰 배터리가 아직 많이 남은 걸로 보아 매일 충전을 한 거야."

"맞아요."

문지수가 상기된 얼굴로 다급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허연나가 오혜빈 납치사건을 알고 있거나 공범일 수 있다는 이야기군."

"그런데 왜 필리핀에 전화를 여러 번 걸었을까? 오혜빈이 필리핀에?"

주경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문지수가 생각 난 듯 주경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허연나 총장의 딸이 필리핀에 영어 연수 가 있잖아. 딸과 통화했을 거야. 우선 이 핸드폰의 주인이 누구인지 부터 알아봐야겠어."

"내 친구가 핸드폰 대리점을 하고 있는데 거기 가서 물어보자."

주경진이 핸드폰 두 개를 호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잠깐."

문지수가 주경진의 팔을 잡고 번개 같이 키스를 했다.

"갔다 와서 하자구."

주경진은 팔로 문지수의 허리를 감은 채 현관으로 끌고 나갔다.

주경진의 친구는 핸드폰의 전화번호와 소유주의 이름은 알아주었으나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번호나 이름은 모두 주경진이나 문지수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대포 폰이야. 허연나 총장이 대포 폰으로 오혜빈 후보와 연락을 하고 있었으니 수사 기관에서 눈치를 채지 못했을 거야."

"추 탐정, 아니 오빠 외삼촌한테 가서 의논해보면 어때?"

"그럴까."

두 사람은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추 탐정의 사무실로 갔다.

"음, 이건 통화 내용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우리가 함부로 해서는 법에 저촉 돼. 강 과장의 협조를 얻어야 할 것 같아. 같이 가지."

추 탐정은 벗어서 의자에 걸쳐두었던 낡은 점퍼를 급히 입었다.

"지수도 같이 갈래?"

추 탐정은 문지수의 대답도 듣지 않고 휭하니 밖으로 나가 택시를 불렀다. 주경진과 문지수도 뒤따라 뛰어나갔다.

이틀 뒤 추 탐정이 주경진을 급히 찾았다. 두 사람은 광화문 지하철역 간이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 핸드폰은 여당 당원의 남편 명의로 되어 있었어. 물론 본인은 그 핸드폰 두 개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어."

"통화 내용을 알아냈나요?"

"드라곤하고 통화한 내용은 그냥 '이리로 와, 예' 그것뿐이었어. 그런데 발신자도 전혀 본인이 모르는 대포폰이었어. 다만 발신 장소가 모두 여의도동 드라곤 트라이엄프 아파트야."

"거기가 바로 허연나가 사는 아파트입니다."

주경진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리고 필리핀 통화 내용은 뭐였나요?"

"그것도 암호 같은 이야기야. 영어로 통화를 했는데, '며칠까지 기다리느냐? 알았다. 26일까지야' 그런 것뿐이야."

"26일이라면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데요. 혹시 오혜빈 당선인이 필리핀에 감금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음. 국내 상황이 다 끝난 뒤에 처리하라는 뜻일 수도 있구나."

"그럴 수도 있지요."

"허연나의 아파트에도 무슨 일인가가 있어요."

그때였다. 추 탐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추 탐정이 벌떡 일어섰다.

"가자, 강 형사, 아니 강 과장이 드라곤 트라이엄프로 간대."

두 사람은 화급히 일어나 지하철 5호선을 타러 달려갔다.

여의도 여당(女黨) 대선 캠프가 있는 곳에서 채 1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드라곤 트라이엄프 초고층 아파트의 11층. 한국의 최상류층이 사는 고급 아파트답게 철저한 출입 보안이 되어 있는 곳이었다.

90평이 넘는 아파트의 한강 쪽 서재. 심각한 표정으로 여자 넷이 앉아 있었다.

서재의 주인 자리인 가운데 의자에 허연나가 데스크 탑을 등 뒤로 한 채 돌아앉아서 세 사람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

허연나가 울먹이며 말했다. 드라곤 트라이엄프 11층은 허연나가 3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 의사였던 남편과 이혼하면서 받은 아파트였다. 90평이나 되어 처음 가 본 사람은 구조를 잘 모르면 어디에 무슨 방이 있는지도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허연나 비대위원장의 맞은편에 앉아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듯한 여자는 양천수의 아내 박소진이었다. 그 옆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있는 여자는 공대성의 첫 애인 조연하였다. 빨간색 원피스 차림에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는 여자는 공대성의 처제이며 섹스 파트너인 김하진이었다.

공대성의 숨겨둔 연인 두 명, 그리고 정적인 여당의 제2인자인 허연나, 서로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양천수의 아내 박소진, 이렇게 네 명이 무슨 연유로 한자리에 모여 심각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이제 우리가 계획했던 목표가 눈앞에 다가왔어요. 우리의 멘토 공대성 의장이 대통령으로, 양천수 대표를 국무총리로 하는 세계 최초의 유토피아 공화국이 탄생하는 데 마지막 마무리를 깨끗하게 해야지요."

박소진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이 사건을 주도한 사람인 것 같았다. 모바일 공화국을 만들어 공대성을 대통령으로 선출되게 하고 실제 국가를 통치할 사람은 양천수가 되도록 모의를 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가장 큰 장애물인 오혜빈 당선인을 제거해야 했다.

이들이 생사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상대는 오혜빈 당선인이었다. 박소진의 지휘 아래 우선 김마리를 제거하고, 오혜빈 당선인을 납치한 뒤 오혜빈의 이름으로 국회 폐지, 화폐제도 폐지를 비롯한 모바일 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닦은 뒤 여당의 제1인자 오혜빈, 제2인자 김마리, 제3인자 허연나를 제거시키면 다음 대선에서 공대성이 당선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엄청난 음모를 성사시키기 위해 양천수와 공대성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행동 대원들이 바로 여기 모인 네 사람이었다. 남자를 배제시키고 특수 관계에 있는 여자들만으로 조직을 만든 것도 비밀 유지를 위해 머리를 굴린 결과였다.

오혜빈 납치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 되었다. 오혜빈이 인질로 감금되어 있는 장소는 바로 대선 캠프 옆인 허연나의 집이었다. 가장 신임하는 제2인자 허연나의 집이 오혜빈의 감금 장소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묘수였다.

이제 곧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모바일 공화국을 실현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모두 완성된다. 오혜빈을 없애고 대선을 다시 실시하면 공대성이 당선 될 것은 삼척동자라도 예측할 수 있는 정치 상황이었다.

"정 그렇다면 오 당선인을 외국으로 보냅시다. 밀항으로 먼 곳에 보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필리핀 반군에게 보내서 제 딸과 교환해도 되지 않습니까?"

허연나가 다시 사정하듯이 말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보낼 외국이란 지구상에 북한 한 곳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오혜빈이 벙어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여기서 오혜빈의 입을 영원히 봉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덤을 파는 셈이 되어요. 이제 끝내자구요."

김하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죽여서는 안 됩니다. 국민투표법이 완전히 통과되어 공표될 때가지 오헤빈은 국가를 통치해야 합니다. 얼굴 없는 대통령으로 좀 더 살아있어야 하거든요."

조연하가 조용히 말했다."이 장소가 언제까지 안가 역할을 할 것 같습니까? 벌써 눈치 챈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일을 주도하고 있는 박소진은 강력하게 제거를 주장했다.

"만약 오혜빈이 살아나가면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이제 오혜빈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아도 국민 투표는 진행될 것이고 새로운 제10 공화국이 탄생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공대성 대통령 시대가 열리고 대한민국은 양천수 천재의 두뇌로 개혁될 거예요."

그러나 긴장해서 얼굴이 하얗게 된 허연나 비대위원장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죽이지는 마세요. 차라리 내가 없을 때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세요."

"지금까지 여기 가두어 두었는데 다른 곳에 가서 죽인다고 허 총장이 무사할 것 같아요? 이 중에 누구든지 입만 열면 모두 같은 운명이 됩니다. 이 일은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히게 해야 해요."

박소진이 다시 다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들이 앉아 있는 서재 창문이 박살나면서 발끝에서 머리까지 중무장한 군인들이 들이 닥쳤다. 하늘에서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모두 꼼짝 마라! 움직이면 죽는다."

동시에 여섯 명의 무장 병이 서재로 뛰어들며 기관총을 들이댔다. 무장 병들은 아파트 상공의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박차고 들이닥친 것이었다. 동시에 다른 쪽 문에서도 무장 병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반대쪽 창문을 부수고 동시에 침투한 것이었다.

여자들은 혼비백산하여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무장 병들이 여자들을 벽 쪽에 나란히 앉혔다. 삽시간에 서재는 10여 명의 무장 병이 점령했다. 지휘자가 물었다.

"우리는 테러 진압 특수부대 요원들이다. 오혜빈 대통령 당선인을 구출하러 왔다. 당선인은 어디에 계시냐?"

그러나 여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한 채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민간 복장을 한 사람이 들어왔다.

"당선인은 구출되었다. 무사 하시다. 다른 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이 여자들은 일단 부대로 연행하라."

오혜빈 후보는 납치 34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주경진은 추 탐정과 함께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가면서 문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빨리 여의도 허연나 아파트로 와요. 허연나 아파트 알지요? 드라곤 트라이엄프 11층."

주경진은 이어 추 탐정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백상희는 허연나 집에 오혜빈 후보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대요?"

"백상희가 옛날 공대성 의원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다는 것은 알지? 그래서 공대성 의원의 부인 김숙진 여사와 아주 가깝지. 신상 문제가 있을 때마다 만나서 털어놓고 의논하는 사이야. 공대성의 부인은 공대성 의원이 첫사랑 여인 조연하나, 동생인 김하진과 육체관계를 맺고 있는 일 때문에 고민해왔지. 그래서 항상 사람을 풀어 조연하와 김하진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지. 그런데 최근에 두 사람이 허연나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 드라곤 트라이엄프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알아냈지."

"그런데 허연나는 왜 그 일에 가담을 했습니까?"

"협박을 받은 것이지. 허연나가 오래 전에 이혼하고 혼자 딸 하나를 데리고 산다는 것은 알지?"

"예. 필리핀에 가서 어학원에 다닌다고 하더군요."

"공대성 측에서 딸을 인질로 잡았지. 필리핀 반군 조직을 매수해서 인질로 삼았어.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딸을 죽이겠다고 했지."

"나쁜 인간들. 모성애를 잔인하게 범죄에 이용했군요."

"근데 그들의 계획은 무엇이었어요? 정문오 의원을 총리로, 양천수 대표를 모바일 제어 본부 장관 겸 부총리로 임명하려고 한 것이 이해가 안 가요."

주경진과 추 탐정이 여의도 드라곤 트라이엄프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문지수도 이미 와 있었다.

"벌써 왔군."

주경진이 말을 건네자 대답할 틈도 없이 문지수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예. 그리로 가겠습니다."

문지수가 대답을 하고는 급히 돌아서서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말했다.

"오빠, 당선인이 찾아서 가야돼. 이따가 봐."

주경진은 달려가는 문지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외삼촌. 네 여자는 각각 입장이 다른데 어째서 한 패가 되었어요?"

"허연나는 딸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지. 이일을 꾸민 사람은 조연하와 김하진이야. 오혜빈을 대통령에 취임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어. 새로 대선을 치르면 여당의 2인자인 김마리가 강적이 될 것 같으니까 제거한 것이고, 허연나는 저렇게 되면 출마할 수가 없게 되지. 그리고 정문오를 여당에서 총리로 지명하여 흠집을 내 대선에 못 나오게 하려는 것이지. 그러면 다음 대선에서 공대성이 당선될 확률이 90% 아닌가?"

"그럼 박소진은 왜 뛰어들었어요?"

"박소진과 남편인 양천수는 대통령 같은 것은 관심이 없고 모바일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거든. 오혜빈 후보가 자기를 입각시켜 그 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쪽의 유혹에 합세한 것이지."

"그렇군요."

주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에는 오혜빈 당선인을 없애고 납치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하려는 것이었지. 그리고 대한민국을 두 사람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것이었어."

"드라곤 아이라는 아이콘도 드라곤 트라이엄프에서 따왔겠군요. 상상력 부족이야. 더 좋은 아이콘도 있었을 텐데."

주경진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 세상은 내가 원하든 안하든 바뀐다.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누가 막을 것인가. 국가도 정치도 진화한다. 몇 사람이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발버둥을 쳐도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인류는 그렇게 변해 온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의 진리, 남자와 여자는 변하지 않는 신의 법칙으로 만들어졌다. 정치나 제도 따위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빨리 남당 사무실에서 뛰쳐나와야겠구나. 나의 서툰 독심술도 이제 집어치워야겠다. 아, 갑자기 문지수가 보고 싶다.

에필로그

대통령 당선인을 납치하고, 집권당의 제2인자를 살해한 배후는 공대성으로 밝혀졌다. 공대성은 살인교사, 납치 지시 등으로 박소진, 조연하, 김하진은 살인, 납치 감금 등 혐의로 구속되었다. 허연나는 딸이 인질로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이 참작되어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양천수는 수사를 받는 중에도 오혜빈의 모바일 공화국 건설에 머리를 빌려주었다.

오혜빈 후보는 취임식 하루 전날 극적으로 구출되어 2018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은 청와대 뜰에서 국무 위원들과 가까운 친척 등 1백여 명만이 모인 자리에서 거행되었다. 짙은 남색 치마, 옅은 오렌지색 저고리와 흰색 동전 위의 오혜빈 대통령 얼굴은 평온하고 우아하게 보였다. 34일 동안 납치 감금 되었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5천만 국민은 모바일로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외국에서 온 축하 사절들도 자국의 대사관 사무실에서 모바일로 취임식을 지켜보았다. 모든 국민은 자신이 이재부터 이 나라 국회의원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

오혜빈 후보는 취임사에서 이번 정부를 'SNS 정부'로 명명했다. 그리고 선거 공약대로 국회 폐지, 화폐 제도 폐지,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모든 신분과 금융 계좌를 모바일 한군데로 통일하는 획기적인 제도개혁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해 5월 25일. 대한민국에서는 마침내 세계 유일의 최첨단 국가인 SNS공화국, 제10공화국이 실현되었다.

(끝)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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