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지못미라도 날린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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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지못미라도 날린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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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누가 넙죽 받는다고 했습니까"

야당 제2인자를 총리로 지명한 허연나의 발표는 남당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공대성 최고 위원이 남당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화를 벌컥 냈다. 그는 하도 화를 잘 내어서 여러 가지 별명 중에 '혈죽 대표'란 별명도 있었다. 혈죽, 즉 핏대(血竹)라는 말이었다.

"정문오 의원 어디 말씀 좀 해보세요. 이러고도 모른다고 시침미를 뗄 겁니까? 부랄 찬 사나이가 계집들 틈에서 무슨 놀음을 한 것입니까?"

공대성의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목소리도 높아졌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단어를 골라서 쓰세요."

정문오 의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조용하게 말했다. 평소 같으면 책상을 치면서 불 같이 화를 낼 일이지만 뜻밖의 태도였다.

"내 말이 틀렸소? 적이 한 자리 주겠다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받는 게 대장부의 태도입니까?"

공대성은 정문오를 쳐다보지도 않고 천장을 보고 혼자 떠들었다.

"누가 넙죽 받는다고 했습니까?"

"그럼 받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아이구 세상에 별 기특한 일도 다 보겠네."

공대성은 일단 말을 끊었다가 다시 불같이 내뱉었다.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소감을 물으니까 입을 딱 다물더군요. 뭡니까? 속으로 호박씨 까는 건가요? 노코멘트가 긍정인 것처럼 침묵은 승낙입니다."

"왜들 이러십니까? 우리가 이렇게 분열하도록 하기위한 여당의 술수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오혜빈 당선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지명을 한단 말입니까? 공연히 흥분하시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보다 못해 배덕신 사무총장이 나섰다.

"오혜빈 후보는 진짜로 살아 있단 말이오?"

공대성 의장이 주경진을 돌아보고 물었다.

"허연나 비대위원장이 전혀 근거 없는 발표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여자 믿을 수 없어요. 어제 모바일 UCC에 나돌던 동영상 못 보았습니까?"

배덕신 총장이 손을 저으며 입을 열었다. 말보다 손짓이 먼저 나가는 버릇이 나온 것이다.

"무슨 동영상?"

정문오 의원이 목을 쭉 뽑으며 물었다.

"허연나와 강로리가...흐흐흐"

"뭐야?"

공대성이 몹시 궁금한 모양이었다.

"두 여자가 노천 온천에서 끌어안고... ㅋㅋㅋ..."

배덕신은 웃느라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어느 온천이야?"

공대성이 다시 물었다. 공대성은 물으면서 핸드폰을 꺼내 열심히 눌렀다. UCC 동영상을 찾는 것이었다.

"의장님, 소용 없습니다. 벌써 지웠어요. 강로리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올린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답니다. 하지만 누가 조작했는지 아주 실감나게 만든 야동이었어요."

배덕신은 연신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오혜빈 당선인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수사본부서도 전혀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사립 탐정 한 사람이 상당한 증거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경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립 탐정? 주 실장 외삼촌 말이오?"

"예."

"그런 구닥다리, 아니 실례. 추 탐정이 무슨 손발이 있어서 증거 수집을 합니까?"

공대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주경진은 공대성 의장이 눈동자를 깊숙하게 들여다보았다. 그야말로 일순간에 마음속을 깊이 읽을 수 있었다.

- 아니, 저런 생각을 하면서 화를 내?

주경진이야말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공대성 의장은 자신이 왕이 된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좌우 양쪽에 반라 차림의 두 여인이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연하와 김하진이었다. 두 여자 모두 숨겨둔 애인이었다. 공대성이 양팔에 애인을 안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정문오를 향해 불같은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주경진은 너무나 어이없었다.

주경진은 싸움질 만 한 회의가 끝나자 밖으로 나와 문지수를 불러냈다.

"오빠가 나를 다 찾을 때도 있네.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된 거야? 허연나 총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거야?"

"말할 수 없는데요."

문지수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주경진은 도톰한 입술과 길고 가느다란 목이 귀엽게 보였다.

"말 할 수 없다고?"

문지수는 주경진의 말에 대꾸도 않고 주경진에게 슬그머니 팔짱을 꼈다.

"그냥은 안 되고,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하죠."

"조용한 곳?"

"응. 홈즈나 보러 갈까?"

주경진은 하는 수 없이 문지수에게 끌려 홈즈가 혼자서 지키고 있는 좁은 오피스텔로 갔다. 그리고 홈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고 있는 앞에서 서로 딴 생각을 하면서 사랑을 나누었다.

주경진과 문지수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추 탐정은 낮잠을 자고 있다가 부스스 일어났다.

"너희들 왔냐? 남당 사무실에는 아무 일 없냐?"

추 탐정이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물었다. 반 대머리가 되어 머리 숯이 몇 올 남지 않았다.

"난리 났겠지요. 적군을 데려다 장수로 삼자는데 조용할 이가 있나요?"

문지수가 익숙한 솜씨로 믹스 커피를 두 잔 타면서 말했다.

"별일은 없었어. 공대성 의장이 화를 벌컥 냈지만 정문오 의원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던 걸. 아무래도 정문오가 허연나와 모종의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

"허연나한테서 뭐 얻은 정보 좀 없어?"

주경진이 물었다. 만나자마자 몇 번이나 물어본 말이었다.

"허총장이 오 당선인 모바일에 지못미라도 날린줄 아세요?"

그러나 문지수는 신통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혜빈 당선인이 진짜로 허 총장한테 연락을 했다면 흔적이 남아 있어야합니다. 그런데 수사 당국에서 허연나의 통신선을 샅샅이 뒤져보았는데 전혀 의심 할만한 흔적이 없단 말입니다."

추 탐정은 주경진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러면 허연나 비대위원장이 만들어서 발표했단 말인가요? 그렇게 해서 허연나에게 돌아올 것이 뭔데요?"

문지수가 의문을 제기했다.

"오혜빈 당선인이 살아있지 않다면 허총장은 줄 끊어진 전구가 되는 것이지. 아직 자기 힘으로 정상에 오를 힘은 없을 것이고.... 허연나가 핸드폰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지도 몰라."

추 탐정은 문지수가 타준 커피를 뜨겁지도 않은데 후후 불어가며 마셨다.

"사실과 다르다니요?"

주경진이 눈을 반짝였다.

"직접 만났을 수도 있지."

"예?"

주경진과 문지수의 눈이 더 동그랗게 되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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