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정적 남당(男黨) 중진을 총리로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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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정적 남당(男黨) 중진을 총리로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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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허연 나가 수상하다고요"

주경진은 허연나의 과거 행적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의심을 살만한 일이 더러 있었다. 자유연애주의자, 아니 이는 좋게 한 말이고 프리섹스를 숭상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면서도 국회윤리위원이 되어야 한다고 우겨 오혜빈의 승락을 받은 일이 있었다. 정치 철학이 오혜빈과 상반되는 점이 너무도 많았으나 용하게 오혜빈을 설득해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내의 서열로 보면 오혜빈 다음 김마리 의원이 단연 두 번째이고, 마광숙 교수가 세 번째, 그 외 최고 위원이 두 사람이나 더 있어서 서열 여섯 번째의 허연나였다. 그러나 김마리 의원이 죽자 갑자기 서열이 뛰어 올라 제2인자가 되었다.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까지 되었다. 그러면서도 강로리나 양천수와도 개인적인 유대 관계를 계속하고 있었다.

"허연나가 수상하다고요?"

오랜만에 토속 삼계탕 집에서 점심을 함께하던 문지수가 주경진의 이야기를 듣고 물었다.

"김마리 의원을 죽음으로 몰기 직전 수차례에 걸쳐 협박 문자를 보내온 드라곤 아이의 정체가 허연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김마리 의원의 죽음과 오혜빈 당선인의 실종이 연관이 있고, 이 두 사건의 배후에는 허연나가 있을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하긴 해요."

문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주경진이 젓가락을 놓으며 힘을 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없어짐으로써 허연나가 제1인자가 된 것 아니냔 말이야. 더구나 외삼촌, 아니 추 탐정이 두 사건과 연관된 증거를 잡았다고 하잖아."

주경진은 살인과 납치의 배후 인물이 허연나라는 것을 확신하는 듯 했다.

"오혜빈 당선인이 취임식 날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재선거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당(女黨)에서는 가장 강력한 후보가 허연나 비대 위원장이 되지 않겠어? 사태가 이렇게 진전된다면 허연나로서는 해볼 만한 도박이 아니겠어?"

주경진이 다시 문지수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남당에서는 공대성이 다시 나올 텐데 만만치는 않을 걸요."

문지수는 삼계탕의 국물만 먹고 숟가락을 놓았다.

"정문오 부위원장이 도전할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죽고 납치까지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여당의 후보라면 동정을 사서라도 이길 가능성이 많아."

"허연나가 저지른 일이라면 혼자는 아닐 것이고 배후 세력이 있지 않을까요?"

문지수가 주경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드라곤 아이를 자처하는 단체가 있을 수 있지. 어쩌면 강로리의 동상애당과 손을 잡았을 지도 모르지."

"남자들이 뒤에 있을 거예요. 김마리 의원을 죽인 방법을 보면 여자의 짓이라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그 때 문지수의 핸드폰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문지수가 핸드폰을 열었다,

한참 화면을 들여다 보던 문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야?"

"이상한 정보가 떴어요. 허연나가 갑자기 오혜빈 후보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군요. 2분 뒤라는데요."

모든 뉴스가 핸드폰을 통해 제일 먼저 뜨기 때문에 기자회견 한다고 기자들을 모으고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하는 번거로운 일이 필요 없었다. 1, 2분 전이라도 기자 회견을 한다는 문자만 띄우면 모든 국민이 핸드폰을 열고 회견 내용을 리얼 타임으로 보고 듣고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주경진이 궁금해서 더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보면서 문지수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오혜빈 후보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하지 않을까싶어요?"

문지수가 갑자기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허연나의 작전이 제대로 되어 간다는 뜻이지."

두 사람이 먹던 숟가락을 놓고 핸드폰을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곧 화면에 허연나가 나타났다. 배경에 축하 난화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당의 비대위원장 사무실 같았다.

"오늘 갑자기 회견을, 아니 회견이 아니라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우리 여당의 대통령 당선인의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돌아가셨나요?"

허연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러 기자가 질문 문자를 띄웠다.

"우리 여당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당선인 오혜빈님께서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허연나의 약간 흥분한 목소리가 전국의 거의 모든 핸드폰에서 흘러 나왔다.

"예?"

"와!"

"오 당선인이 살아 있단 말입니까?"

탄성과 질문이 전국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렇습니다. 10분전에 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오혜빈 당선인께서는 취임식 날 정시에 현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지금 어디 있다는 것입니까?"

"그거 가짜 아니에요?"

"문자 원문을 핸드폰에 올리세요."

전국에서 다시 질문이 쏟아졌다.

"오 당선인이 지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저에게 문자로 지시를 해왔습니다. 여러분의 요청대로 오혜빈 당선자가 저에게 보낸 문안을 원문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이어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 허연나 인수위원장.

나는 오혜빈 당선인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인수위나 당사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연락을 끊고 있었는데 개인적인 문제가 거의 해결되어 16일 뒤에 국회 광장에서 있을 취임식에는 꼭 참석할 것입니다.

허 위원장.

우선 급히 발표할 일이 있는데 꼭 다음의 내용을 이행하시기 바랍니다.

1. 국무총리 후보로 남당의 정문오 의원을 지명합니다. 아마 본인이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2. 부총리 겸 모바일 제어 본부 장관으로 양천수 박사를 발표하세요. 이분도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혜빈의 문자가 발표되자 핸드폰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핸드폰 발신자가 오혜빈이 맞습니까?"

이 질문이 가장 많았다.

"오 당선인의 비밀 핸드폰에서 발신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문오 의원은 정적인 야당, 남당 소속인데 정말 동의를 할 것입니까?"

"대선에서 맞붙은 양천수 박사도 동의할 것이 맞습니까?"

수없이 쏟아진 질문의 요지는 대개 위와 같은 것이었다.

허연나의 모바일 회견으로 놀란 사람은 거론된 당사자만이 아니었다. 여당의 간부들도 놀랐다. 허연나 비대위원장이 사전에 당 간부들과 전혀 의논을 하지 않고 혼자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남당의 공대성, 정문오 등 간부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문오 의원은 이상하게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침묵을 지키기는 양천수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회견 내용을 보면서 누구보다 혼란스러운 사람은 주경진과 문지수였다.

-그러면 허연나가 범인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주모자라면 또 무슨 술수를 쓰고 있는 것일까?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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