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뜻밖의 용의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제34화] 뜻밖의 용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청주 호텔 CCTV에 나온 여자는 아니야"

추 탐정이 증거를 잡았다는 말에 주경진과 문지수는 바짝 신경을 세웠다. 주경진은 독심술을 발휘해서 추 탐정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눈을 맞추고 포기하지 않았다. 추 탐정은 주경진이 자기 얼굴을 너무 심하게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얼굴에 무엇이 묻지나 않았나하고 뺨과 입술을 여러 번 쓰다듬어 손으로 훔쳐냈다.

주경진이 추 탐정의 눈을 통해 읽어낸 것은 뜻밖에도 한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여자는 호텔 복도 같은 곳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스카프!

주경진은 그 여자가 두른 아라베스크풍의 피에르 카르뎅 스카프의 독특한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지난번 청주 호텔에 나타났던 세 여자 중의 한 여자는 아니었다.

다음에 추 탐정의 눈동자에서 주경진이 읽어 낸 것은, 그 여자가 이번에는 오혜빈의 자동차 뒤를 흘낏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여자가 범인인가요?"

주경진이 추 탐정을 쳐다보던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며 물었다.

"아니, 어떻게 추리 해냈지?"

추 탐정은 약간 놀라는 표정이었다.

"여자라니요?"

문지수가 마시던 종이 커피 잔을 내려놓고 주경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청주 호텔 CCTV에 나온 여자는 아니야."

추 탐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여자가 청주 호텔의 11층 계단을 올라가 객실 복도로 지나가는 모습이 담긴 핸드폰의 동영상이 담긴 칩을 새로 찾아냈지. 그리고 그 여자가 오혜빈이 실종되던 날 자가용 차에 타려는 현장에 있었던 것도 발견했지. 청와대 비밀 경호팀의 경호원이 자기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이야."

"그 여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주경진이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내 생각이 틀림없을 거야."

"그 여자는 여당 비상 대책 위원장인 허연나 사무총장입니다. 허연나 총장이 오혜빈 당선인을 납치했단 말입니까?"

주경진은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말했다.

"허연나는 청주 호텔에서 11층에 갔다는 진술을 한 일이 없어. 당시 수사 기록을 보면 허연나는 호텔에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오 후보의 곁에만 있었지, 다른 층에 간 일이 절대로 없다고 했어. 그리고 오혜빈의 빈차가 서울대학에 왔을 때도 허연나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진술하고 있었어, 오혜빈을 경호하는 청와대 경호팀의 공식 카메라에는 허연나의 흔적이 없었어. 그러나 이것은 허연나가 철저하게 계산한 결과였지."

추 탐정이 깨알처럼 적은 수사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컴퓨터를 쓰면서 아직도 그 수첩을 버리지 않았네요."

주경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추 탐정이 현역 시절 보물처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수사수첩이 낡아서 테이프로 표지를 더덕더덕 붙은 것을 쓰던 기억이 났다.

"시간 날 때 이것을 다시 컴퓨터에 옮겨놓지. 경찰 수사본부에서 요구할 때 이 수첩을 줄 수는 없잖아. 어제는 USB 사용법도 배웠지."

"허연나 총장이 범인일지 모른다는 증거로서는 약하지 않아요?"

문지수가 듣고만 있다가 물었다.

"물론. 아직 허연나가 이 사건에 관련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이 좋아하는 몸체는 아닐 테니까."

추 탐정이 한 발 물러서는 말을 했다.

"그러나 두 사건의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거짓 진술을 한 것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야. 김마리 의원이나 오 당선인이 제거됨으로써 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누구일까?"

추 탐정이 주경진을 쳐다보았다.

"그야, 정치인들이겠지요. 우선 국회 폐지를 반대하는 세력이나, 남당(男黨) 쪽이 아닐까요?"

주경진이 되물었다.

"대선에 출마했던 다른 후보들도 재선거를 한다면 출마할 기회가 다시 오는 것 아니겠어요?"

문지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남당 후보나, 현직 국회의원들이 모두 오 후보가 제거되기를 바라겠지요. 그러나 김 마리 의원을 제거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주경진이 물었다.

"김마리도 없어지고, 오 당선인도 없어진다면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추 탐정이 미소를 띠고 다시 물었다.

"그거야..., 설마 허연나 총장이?"

문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당의 제1인자는 오혜빈 당선인, 제2인자는 누가 뭐래도 김 마리 의원이 아니겠어? 이 두 사람이 없어진다면 다음 제1인자는?"

"당연히 허 총장이지요."

문지수가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러면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여당에서는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올 것 같은가?"

추 탐정이 다시 빙그레 웃었다.

"설마 허연나 총장이?"

문지수가 놀라 입을 딱 벌렸다.

"허연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야. 배후에 조직이 있을 수도 있어."

"시민 단체나 정치인들을 업고 하는 일일 수도 있겠군요."

주경진이 말했다.

"경찰 수사본부에서도 이 방향으로 수사를 하고 있나요?"

문지수가 물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수사본부에서는 시민 단체 중 정치색이 짙은 의회주의 수호 연맹 같은 것을 주목하고 있어. 그러나 아직 그 실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든."

"만약 허 총장이 관련이 있다면 허 총장과 청주 호텔의 세 여인은 관련이 있을까요?"

주경진이 추 탐정을 쳐다보았다.

"아직 호텔 로비의 여자들 중 한사람의 신원은 밝혀졌어. 다른 한 명만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어. 그러나 틀림없이 관련이 있을 거야."

추 탐정이 수첩을 뒤적였다.

"음. 여기 있구먼. 세 여자 중에 백상희라는 여자는 신원이 알려졌어. 수사 본부에서 파악했는데 아직 불러서 심문은 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한 사람은 뜻밖에도 박소진이야."

"예? 박소진? 양천수의 아내입니다. 대선 홍보회사의 대표였지요. 오혜빈이나, 공대성 양쪽 모두 알고 있는 여자입니다."

"흠, 점점 사건이 재미있어 가는군. 백성희는 누구야?"

"백상희는 내가 아는 여자거예요. 과거에 정치인들과 조금 관련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럼 거기는 왜 나타났을까?"

추 탐정이 주경진에게 물었다.

"그쪽이 아마 고향일 것입니다. 백상희는 여당이나 오혜빈 후보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박소진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만약 그 여자가 박소진이 틀림 없다면 양천수가 모를 리가 없지. 이거 정치판 전체로 사건이 번지는데..."

주경진의 대답을 들으며 추 탐정이 회심의 미소를 띄었다.

"내가 만나서 한번 물어 보아야겠다."

추 탐정의 말을 들으며 주경진은 자기가 먼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주경진은 핸드폰으로 백상희와 통화했다. 그리고 정오에 태평로 프레스 센터 커피숍에서 백상희를 만났다. 검정색 정장에 하얀 목도리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재벌가의 따님처럼 보입니다."

주경진이 먼저 나와 있는 백상희의 테이블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