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정보 칩을 사람의 몸속에 주사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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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정보 칩을 사람의 몸속에 주사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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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사방에서 감탄과 비판의 글이 빗발쳐

"생물의 체내에 칩을 넣어서 신분을 표시하는 제도는 5년 전인 2013년부터 반려동물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려견 몸속에 쌀알 만한 데이터 칩을 피하(皮下) 주사로 집어넣고 그 반려견이 분실되거나 죽었을 경우 칩을 읽어서 주인을 알아내는 방법이지요. 그러나 이번에 오혜빈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하려는 방법은 단순히 사람의 신원만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신원만 밝히려면 개개인의 DNA를 등록했다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조하면 됩니다. 지금 범죄자의 지문을 관리하는 방법과 같습니다.

그러나 오혜빈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것은 이러한 신원을 밝히는 것 보다 훨씬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여당에서 내놓은 공약은 제1단계로 사람의 피하에 칩을 주사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모바일에 주인의 DNA를 접목하여 모바일과 사람이 동일체로 되게 하는 것입니다.

제2단계는 쌀알만 한 정보 칩을 사람의 피하에 주사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람 몸속에 들어간 정보 칩은 외부 정보를 수신할 뿐 아니라 스스로 발신도 합니다.

다음 제3단계에서는 고체 칩이 아닌 액체 칩을 주사하여 혈액 속에 녹아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액체 칩도 정보를 수신, 발신할 수가 있게 됩니다. 쌀알 칩은 들어내 없앨 수가 있지만 혈액 칩은 한번 주사하면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에서 개인을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와! 정말 놀라운 일이야."

"끔찍한 일이지."

사방에서 감탄과 비판의 글이 빗발쳤다. 음성으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외부 조종을 거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자기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요."

박소진 박사가 다시 반론을 내 놓았다. 기자 회견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회견이 열리고 있지만 모바일을 가진 모든 국민이 듣거나 볼 수 있고 의견을 모바일에 올릴 수 있는 회견이었다.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조종하는 세력, 예를 들면 정보기관 같은 곳에서 투표할 때 누구를 찍으라고 조종할 수가 있습니다. 반발하면 몸속 칩을 이용해 육체적 괴로움을 주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발휘하는군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체내에 정보 칩을 삽입하지 않습니다."

회견장을 지켜보고 있던 허연나 여당 비대위원장이 반박 의견을 모바일에 쏘았다.

"제가 입수한 여당(女黨) 정책 개발원 기밀문서에 나와 있습니다."

공대성 측의 한 의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은 동시에 음성이 문자로 바뀌어 모든 모바일 포털에 올라왔다.

"우리 여당에는 그런 기밀문서를 작성한 일이 없습니다."

허연나 위원장이 다시 반박했다.

"우리 당의 모바일 정보 수집 요원들이 여당의 기밀 저장고를 열었습니다."

"해킹을 했단 말입니까? 그건 불법입니다."

방용환이 소리쳤다,

"국민 모두의 생명이 침해당하는 일을 탐지하는데 해킹이 문제입니까? 이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입니다."

남당의 배덕신 총장이 다시 반박했다.

"양천수 장영실당 대표가 말하는 제2안과 제3안은 우리 정책 개발원에서 어느 연구관이 가설로 내놓은 의견입니다. 당의 정책으로 채택된 것은 아닙니다."

마광숙의 핸드폰에서 다시 반박 문자가 발신되었다.

"그러면 그런 안을 여당에서 검토한 것은 사실이군요. 우리는 그 공약에 속아서 오혜빈을 찍은 셈이군요."

"이번 선거는 무효로 해야 합니다. 당선 무효 탄핵안을 국회에 내야 합니다."

"재선거를 합시다."

"오혜빈이 살아있다면 이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오혜빈, 자진 사퇴하라!"

남당 쪽에서 분노의 문자가 계속 쏟아졌다.

주경진은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양천수의 기자회견을 집에 앉아서 하나도 빼지 않고 귀를 기울여 들었다. 주경진이 워낙 진지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자 함께 놀자고 조르던 반려견 홈즈도 지쳤는지 곁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동물 미용실에서 털을 깎다가 발에 상처가 난 홈즈는 이틀째 밖에 나가지 못하고 왼쪽 앞발에 붕대를 감은 채 좁은 오피스텔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주경진은 여당에서 그런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양천수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보 칩 제도의 시작은 양천수가 반도체 연구소를 차렸을 때부터 그곳에서 나온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연구 과제가 정치 쟁점으로 바뀌자 양천수가 정략상 태도를 바꾼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혜빈의 여당에서 생각하고 있는 제1단계의 모바일 혁명은 찬성하는 것 같았으나 제2단계, 제3단계는 반대하는 것 같았다.

주경진이 노트에 양천수 회견의 요지를 정리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열자 문지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영상 전화였다.

"지금 여당은 공격 초점이 되어 바쁠 텐데 웬일이냐?"

문지수는 빙긋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주경진은 잘 알 수 있었다.

"내가 형 오피스텔로 갈게요."

"아냐, 난... 난 지금 외삼촌 한테 가야돼."

주경진이 당황해서 둘러댔다.

"그럼 내가 그리 갈테니 같이 가요. 잠깐만 시간 내고. 오빤 10분이면 충분하잖아. 지금 가요."

핸드폰이 끊겼다.

주경진은 하는 수 없어 부스스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급히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고는 당할 각오를 하고 기다렸다.

"홈즈야, 누나 오거든 눈감고 잠깐 있어. 알았지."

사실 주경진은 문지수와 사랑을 나눌 때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홈즈가 민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의식을 끝낸 뒤 두 사람은 문지수의 차를 타고 추 탐정 사무실로 갔다. 가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아저씨 우리 왔어요."

주경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 언제나 좁게 보이는 추 탐정의 사무실이었다. 추 병태 탐정은 뒤꼭지가 쑥 나온 구닥다리 컴퓨터 앞에서 벼룩을 잡고 있다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믹스 괜찮으냐?"

추 탐정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함박웃음으로 두 사람을 반겼다.

"커피는 제가 탈게요."

문지수가 커피포트의 스위치를 눌렀다.

"아저씨 얼굴을 보니까 뭔가 좀 알아낸 것 같은데요."

주경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추 탐정은 주름투성이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오혜빈 실종 사건은 김 마리의원 실종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동일범의 소행이란 증거를 찾았나요?"

문지수가 종이컵에 담긴 커피 석 잔을 들고 오며 물었다.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고 최소 3명 이상이야. 그리고 여당 내부 아주 깊숙한 곳에 방조자가 있어."

"그건 초동(初動) 수사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 아닌가요."

주경진이 말했다.

"처음엔 추리만 한 것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증거가 나왔거든."

"예? 증거요?"

문지수가 눈을 크게 뜨고 추 탐정의 입을 바라보았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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