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국민 노예화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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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국민 노예화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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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공약 절도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일주일. 오혜빈 당선인은 우리가 보호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을 살리고 싶으면 여당(女黨)과 국회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어야한다. 우리의 요구는 나라를 바른 길로 가게하고 7천만 민족을 살리는 길이다.

1. 여당과 국회는 오혜빈 당선인이 내 놓은 대선 공약 중 다음 항목을 취소한다는 선포를 해야 한다.

2, 국회 해산 방침을 철회한다.

3. 화폐제도는 존속한다.

4. 모바일 만능 정책은 모두 보류한다.

이상의 4개항을 지키기 위해 법적 뒷받침을 1주일 이내에 시행한다.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 발의로 위의 4개항을 폐기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공포한다. 이 공약과 관련된 개헌은 할 수 없다는 법안을 함께 통과시켜서 대못을 박아야 한다.

대통령 없는 나라를 원치 않으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야한다. 1주일 내에 우리의 요구를 실현시키지 않으면 오혜빈 당선인은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수호 결사대.

이상은 거의 모든 모바일의 포탈에 올라온 게시문이다. 정부는 물론 여당과 남당까지 이 괴상한 발표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도대체 민주주의 수호 결사대의 정체가 무엇이에요?"

날마다 열리는 여당의 비상대책회의에서 마광숙 교수가 누구에게도 아닌 질문을 했다.

"의회주의수호연맹과는 다른 것 같은데요."

문지수가 대답했다.

"국회가 없어지니까 놀이터가 없어지게 되는 정치 건달들의 모임 아닐까요?"

허연나 비대위원장 서리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저 단체가 당선인을 납치한 단체는 아닐 것입니다. 당선인이 실종된 것을 이용해 자기들 목적을 달성하려는 엉터리 단체일 것입니다."

문지수가 의견을 내놓았다.

"일시에 직장, 아니 놀이터를 잃게 될 정치꾼들이 3백 명이나 되니 뭉쳐서 저항을 할만도 하지요."

"그들이 오혜빈 당선인을 납치해서 인질로 삼고 있다는 말인데, 믿을 수 있을까요?"

한편 공대성의 남당에서도 매일 대책회의가 열렸다. 만약 오혜빈 당선인이 취임식 때까지 나타나지 않든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재선거가 실시될 것이기 때문에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재선거를 할 경우는 여당의 오혜빈 당선인이 내놓았던 공약을 철저히 검증해서 채택할 것은 채택해야 할 것입니다."

주경진이 공대성 의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공대성 의장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재선거를 위한 대선 캠프를 새로 만들어야겠군. 배덕신 위원장이 좀 안을 만들어보지."

공대성이 주경진의 제의에 답이라도 하 듯 말했다. 주경진은 공대성의 눈동자를 다시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공대성의 마음속에는 뜻밖에도 여자들과 모여 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여자 네 명과 둘러앉아서 무엇인가를 의논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는 뜻밖에도 백상희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두 여자는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 백상희와 두 여자, 그리고 공대성.

주경진은 무슨 논의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양당이 오혜빈 실종 사건에 대한 대책을 한참 논의하고 있는 동안 양천수의 장영실당은 갑자기 기자 회견을 열었다. 모바일 뉴스와 방송사의 기자 1백여 명이 모였다.

"오늘은 여당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허연나 서리의 정책 발표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발표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회견장에는 뜻밖에도 강로리가 나와서 사회를 보고 있었다.

"강로리 동성애당 후보는 양천수 후보의 장영실당과 합당 한 것입니까?"

어느 기자가 물었다.

"합당한 것은 아니지만 여당의 정책을 반대하는 노선은 같습니다. 그럼 양천수 장영실당 당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이어 양천수가 단상으로 나와 마이크 앞에 섰다.

"그저께 당선인의 생사도 모르는 여당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실행할 대선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얼른 듣기에는 아주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습니다."

양천수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음모라니요?"

맨 앞 자리에 앉아 모바일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방용환이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습니다. 오혜빈의 여당이 전 국민을 함정에 빠뜨리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당선인이 없다고 마구 몰아붙이는 것 아니오?"

다른 기자가 소리쳤다.

"오혜빈 여당의 음모는 모바일 만능이라는 정책에 있습니다."

양천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계속했다.

"국회를 없애고 국민이 모바일을 통해 국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진전된 모습인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 맞습니다. 화폐를 없애고 모든 거래를 모바일로 하자는 제도도 미래 사회를 앞당기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신상 정보를 모바일에 담아서 생활하게 하는 것도 국민의 생활을 엄청나게 편리하도록 하는 제도가 맞습니다. 이것은 제가 주창해온 공약을 여당에서 훔쳐다가 쓴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음모요? 표절이라면 몰라도...."

"공약 절도라고 해야 하나?"

여기저기서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빅 브라더(big brother) 국가를 만들려는 음모입니다."

양천수가 잠시 말을 끊었다.

"예? 빅브라더라니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말하는 것입니까?"

꽁지머리 방용환이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오혜빈은 우리 독재국가의 극치인 노예제국을 건설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 브라더 음모는 10여 년 전 미국에서 실험이 끝난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소위 베리칩 사건은 실패했지만 오혜빈의 모바일 만능화 음모는 좀 다릅니다."

박소진 박사가 반론을 내 놓았다. 박소진은 양천수와 함께 모바일 연구소를 경영하고 있는 그의 처였다.

미국의 베리칩 사건이란 미국에서 질병치료의 목적으로 사람의 몸에 정보 칩을 삽입하자는 제도였다. 개인의 바이오 정보를 담은 칩을 몸 속에 심어두었다가 그 사람이 사고 등으로 의식불명상태가 될 때 그 칩을 읽어서 응급치료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FDA서도 승인한 사업으로 일부에서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신상정보를 칩으로 만들어 몸속에 삽입한 뒤 그것을 통제, 조종하는 일을 획책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제도였다. 사람의 몸속에서 전파를 발사하기도 하고 수용하기도하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생명통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와 맹렬한 반대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오혜빈 여당의 모바일은 칩을 체내에 집어넣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의 질문에 양천수는 빙긋 웃었다.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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