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사라진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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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사라진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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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빨리 왕언니한테 보고해야지"

여성 정당의 김마리 의원이 피살된 사건은 대선 기간 중에 범인을 밝히지 못했다. 국민들은 무능해서 못 잡느냐, 일부러 안 잡느냐는 비아냥을 수사 당국에 쏟아 부었다.

이 사건은 대선의 최대 이슈로 변해 가고, 피해 정당인 여당은 매우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그러나 별도로 사건 의뢰를 받은 추병태 탐정은 수사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추 탐정이 처음 지목한 '의회주의수호연맹'이나 '멘붕연대', '소고기사먹겠제연대'보다는 제4의 단체가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제4의 용의 단체도 '소고기연대'와 같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여자가 리더였다.

여자 암살 단체가 왜 여자 진영의 강력한 지도자를 암살했는지, 그 동기는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추 탐정이 수집한 여러 가지 증거가 이를 추리하게 만들었다.

우선 오혜빈 후보에게 협박 전화를 보낸 장본인을 경찰에서 밝혀냈는데 발신자는 대포 폰을 사용하는 여자였다. 추적해서 신원을 알아내고 검거했으나 자기는 어떤 여자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여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대포폰 자체가 허구인지도 모를 미궁으로 빠졌다.

주경진이 추 탐정 사무실에 들렀을 때, 추 탐정은 혼자 컴퓨터에 매달려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저씨 뭐 좀 알아내셨죠?"

주경진은 흥미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추 탐정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경진이는 못 속이겠네."

추 탐정은 소년 같은 미소를 지으며 하던 일을 멈추고 주경진에게 자리를 권했다.

추 탐정이 수사한 내용에는 피살자가 호텔에서 피살되기 몇 시간 전 같은 호텔 카페에서 여자 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바텐더의 제보도 들어 있었다.

"호실을 알아냈어."

"어딘데?"

여자 셋은 몹시 긴장한 표현으로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에스케이 쇼핑몰."

"뭐야? 팀이 다른데?"

"그러니까 오히려 잘된 거야. 일하기가 쉽잖아."

"빨리 왕언니한테 보고해야지"

추 탐정은 이런 내용을 바텐더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무슨 암호를 주고받은 것 같은데요?"

주경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추 탐정에게 물었다.

"여자들이 모여서 주고받는 이야기 가운데 쇼핑몰 명품 사러 다니는 이야기가 제일 많지 않겠어. 얼른 들으면 평범한 이야기 같지?"

"그렇지요. 근데 쇼핑몰과 살인 사건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암호를 주고받았다는 자네 짐작이 맞아. 호실을 묻는 질문에 에스케이 쇼핑몰이라고 했단 말이야."

"호실은 김마리 의원이 들어있는 호텔 룸을 말한 것이라 치더래도 에스케이 쇼핑몰은 느닷없이 무슨 말이예요?"

"에스케이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있잖아."

추 탐정이 다시 빙그레 웃었다.

"11번가! 그러니까 11호실."

"11호실이 아니고 11층일 거야."

"팀이 다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주경진이 추 탐정의 입을 쳐다보았다. 그동안 추 탐정은 믹스 커피 한잔을 종이컵에 타서 가지고 왔다.

"팀이란 오혜빈 후보 일행을 말하는 것이지. 오 후보 일행은 그날 청주 호텔 10층을 통째로 빌려 사용하고 있었지. 그런데 김마리 의원은 자기는 따로 떨어져 있겠다고 하면서 11층으로 올라갔잖아."

"맞아요. 경찰 수사 기록에 그렇게 돼 있었죠. 왕언니한테 보고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이 암살 사건의 지령 인물이겠군요."

"그러니까 사건의 주모자, 즉 암살단의 지휘자가 여자라는 뜻이지."

"그 여자가 누굽니까?"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그 여자가 '소고기사먹겠제연대'의 우두머리가 아닐까요?"

"전혀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지. 하지만 아무래도 그 단체는 아닌 것 같고.... 다른 암살단이 있는 것 같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유는 없어. 나도 육감이라는 게 있거든."

"수사를 육감으로 하시는 줄 몰랐네요."

주경진이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늙었나봐."

추 탐정이 갑자기 쓸쓸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주경진은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사과할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김마리 피살 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투표 날이 다가왔다.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6시 정각으로부터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유권자의 모바일에 선거 결과가 떴다. 집계가 끝난 것이다.

"여자 대통령 탄생!"

"투표와 개표가 리얼 타임으로 이루어져 결과가 금방 나왔습니다. 오혜빈 51,6%, 공대성 32%, 강로리 11.2%, 양천수 6%."

오혜빈이 얻은 표는 여성 유권자 전체 숫자와 비슷했다. 그러나 같은 여자 후보인 강로리가 11%나 얻은 것은 상당수의 남자가 오혜빈을 지지했다는 뜻이 된다.

오혜빈 대통령 당선인은 남녀를 초월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선 몇 시간 후 대선 캠프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모두 연설에서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이란 것을 강조했다.

"남녀를 초월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혹시 수퍼우먼을 꿈꾸시는지요?"

모바일 방송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스마트 연대의 질문이었다.

"여자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자체가 수퍼우먼임을 증명한 것 아닙니까?"

"못 말려."

"안하무인이군."

여기저기서 빈정거림이 나왔다.

"오 당선인은 당선되면 국회를 없애겠다고 하셨는데 그 공약을 실천할 것입니까?"

"저는 모든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는,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럼 만 원짜리 지폐에도 여성 초상화를 넣을 것입니까?"

"지폐는 장차 없어질 것입니다. 전자결제, 즉 모바일로 모든 것이 대체 될 것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국회를 없애겠다고 하였는데, 그럴 경우 모든 정치인이 칼을 뽑을 것입니다. 그런 저항을 헤쳐 나갈 수 있겠습니까?"

"정치는 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선되면 수영복 차림으로 공중 잽이, 비보이 쇼를 다시 보여 줄 것이라고 했는데, 이 자리서 공중 잽이 한 번 하실 용의가 있습니까?"

오 후보는 요청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상에서 돌연 허공으로 치솟아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고 마이크 앞에 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와!"

"엇!"

기자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됐습니까?"

오헤빈 당선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기자들을 내려다보았다.

저녁 7시께 기자 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던 오혜빈 후보에게 뜻밖의 비극이 닥쳤다.

여의도 여당 당사를 떠난 오 후보는 숙소인 용산 아파트에 돌아오지 않았다. 앞뒤 경호차가 엄중하게 호위하고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 로타리를 거쳐 용산에 도착한 자동차 행렬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아파트에 도착한 오 후보의 차에는 운전사 외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오 대통령이 안보여?"

함께 뒤따라 간 허연나 사무총장의 물음에 운전기사는 어이없는 말을 했다.

"다른 차를 탈 테니 그냥 가라고 하셔서..."

기사는 자기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뭐야? 오 당선인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예."

그러나 오 대통령 당선인은 아무 차에도 타고 있지 않았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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