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좋은 색씨 얻으면 소고기 사먹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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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좋은 색씨 얻으면 소고기 사먹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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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참 이상한 시민 단체도 있네요"

"별별 시민 단체가 다 있지만 '쇠고기사먹겠제 연대'는 처음 들어요. 도대체 어떤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예요?"

문지수가 흥미를 느꼈는지 추 탐정을 졸랐다.

"멘붕연대, 공자왈연대, 삼강오륜지킴이연대, 의회주의수호연맹, 남성우월주의동맹 등 별별 시민단체를 다 보았지만 쇠고기사먹겠제 연대란 정말 처음이예요. 도대체 목적이 뭐래요? 혹시 미국산 소고기 판매 촉진 단체 같은 것은 아닌가요? 아니면 한우 판매 협동조합이나..."

주경진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궁금해? 궁금하면 5백 원."

추 탐정이 손을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주름투성이의 노 탐정이지만 웃는 모습은 천진하고 장난스럽게 보였다.

"그런 단체만 있는 줄 알아? '자궁해방연대'도 있어."

추 탐정은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저씨는 어디서 그런 정보를 수집했어요?"

"강 형사를 알지? 젊은 시절 나와 콤비로 서울 시경 강력반에서 일하던 형사 말이야."

추 탐정이 주경진을 힐끗 보면서 말했다.

"알지요. 도저히 형사 같지 않던 문학청년 말이죠?"

주경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숭늉처럼 마셨다.

"맞아, 문학청년. 항상 소설 쓴다고 벼르기만 하다가 끝났지만... 그 강 형사가 지금은 서울 지방청 수사지도과장이 되었지 뭐야. 경무관이야. 내가 옷 벗을 때보다 3계급이 더 높은 벼슬을 하고 있지."

"아, 그랬군요. 아주 유능한 형사였나 봅니다."

주경진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가 나한테 이메일로 보내준 자료야. 우리나라에 시민단체, 즉 NGO가 몇 개나 있는지 알아?"

"글쎄요. 한 50 개 정도?"

주경진이 얼른 답변을 못하자 문지수가 대답했다.

"땡, 틀렸어."

추 탐정이 다시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양손을 들고 열 손가락을 펴보였다.

"음, 백개란 말이죠?"

"아니, 1천 개도 넘어."

"예?"

주경진과 문지수가 동시에 입을 딱 벌렸다.

"소고기사먹겠제 연대는 도대체 목적이 무엇이래요?"

문지수가 다시 물었다.

"공부 잘하면 뭐하노?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 가겠제, 좋은대학 가서 졸업하면 뭐하노? 좋은 회사 취직 하겠제. 좋은 회사 취직하면 뭐하노? 월급 많이 받겠제, 월급 많이 받으면 뭐하노? 좋은 색시 얻겠제, 좋은 색시 얻으면 뭐하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제.... 이 코미디의 배경에 숨은 뜻이 무엇일까? 운명론? 팔자타령?"

추 탐정이 어려운 질문을 하고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인데 무슨 운명론까지 들먹이세요?"

문지수도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허무주의, 운명론 같은 냄새가 나잖아?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감탄사 '헐' 속에 자포자기의 철학이 들어있듯이 말이야. 이 '소고기사먹겠제'라는 말은 아주 심오한 철학이 있어."

"이젠 철학까지 진도가 나갔네요."

문지수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인간사, 사람이 살아가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예견하는 것 같은 철학을 말해 주는 것 아닐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운명의 길을 서슴없이 예언하는 것일 수 있어."

주경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진의 예리한 관찰이 마침내 인생철학을 만들어내는구나. 허허허.... 하지만 그걸 그렇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사람의 욕심은 결국 당연한 자기 이득을 찾아간다는 뜻이 있다고 나는 생각해. 당연한 결과, 그것을 용납하지 못해 싸우는 단체일 거야."

"그럼 그 시민 단체가 김마리 의원을 살해했다는 말인가요?"

문지수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소고기사먹겠제 연대가 살인단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야. 용의자 중에 하나일 뿐이야. 그 단체는 표면상에는 당리당략, 이권 개입하는 권력을 척결하겠다고 나선 단체니까."

"김마리 의원이 무슨 당리당략이나 자기 이익을 위해 특별히 행동한 정치인도 아닌데요."

문지수가 이의를 제기했다.

"시민단체들 중에는 엉뚱한 자가당착에 빠져 세상이 이해 못하는 논리를 내 세우는 경우도 있지. 김마리 의원은 오혜빈이 대통령이 된다고 예언한 무속인들의 말을 제일 먼저 퍼뜨린 사람 아닌가.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복수일 수도 있고."

"그럼 '소고기사먹겠제연대'는 오혜빈 후보의 당선을 반대하나요?"

주경진이 물었다.

"나는 강 과장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나서 여러 측면에서 용의자를 분석해 보았지. 소고기연대를 비롯해 멘붕연대, 남성우월주의연맹 등 3단체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지."

"제 생각에는 남성우월주의연맹이 오혜빈 후보를 제일 눈엣 가시처럼 보았을 것 같은데요."

민지수의 말에 추 탐정이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꼭 그렇지는 않아. 소고기 연대는 남녀 혼성 조직으로 되어 있고 전국 가입자가 일만 명 정도 더 되더군. 이 단체가 가장 고지식하고 과격해."

"기분 좋으면 소고기도 사먹고 즐기는 사람들이 뭐 과격하고 자시고가 있겠어요?"

문지수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 사람들은 세상이 당연한 이치로 돌아가는 것이 싫은 거야. 해가 허구헌날 동쪽에서만 뜨는 것도 싫고, 여자만 아이를 낳는 것도 싫은 거야"

추 탐정의 말에 주경진이 보탰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군요."

"말하자면 그렇지."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이 오혜빈 후보가 싫은 거예요?"

추 탐정은 입을 꾹 다물고 불 켜지지 않는 지포 라이터를 몇 번 철거덕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오혜빈 후보는 여성 대표이고 여당의 후보잖아. 우리나라 인구 분포, 아니 유권자 수는 여자가 더 많으니까 논리대로 하면 오혜빈 후보가 표를 더 많이 얻어 당연히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는 부동의 논리가 나오지. 그런 절대적인 법칙을 용서할 수 없는 거야."

"미쳤군요."

문지수가 비탄 섞인 말을 내뱉았다.

"참 이상한 시민 단체도 있네요."

"이제 역사가 한계에 이르면 별별 일이 생긴다고 석학들이 수없이 예언을 했잖아. 그것을 어떤 학자들은 말세라고도 하지."

"어쨌든 '소고기사먹겠제'의 구성원이나 리더는 파악이 되셨나요?"

주경진이 물었다.

"아직 용의 선상에만 있지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잡힌 게 없어. 그 단체의 리더는 여자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계통 학교의 교수야. 기독교 계통은 아니지만 세상의 심판에 의한 종말론을 신봉하는 사람이야. 살인 동기 중 신념에 의한 범죄가 가장 무섭다고 일본의 추리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가 말했었지."

"미국의 에드가 앨런 포가 아니고요?"

문지수가 아는 체 했다.

"아니야.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인데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을 본따서 에도가와 란포(江戶川 亂步)라는 필명을 썼지."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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