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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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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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인가 권력인가 명예인가 성취인가?

내 생각에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는 것 같다. 사랑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삶의 목표와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랑의 대상은 연인이나 가족을 넘지 못한다. 사선을 넘어 탈출을 결심한 탈북자의 경우도, 내 인생보다는 내 자식의 삶이 우선이라고 이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의 경우도, 그 이유는 의외로 가족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보면 내 피붙이인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 사람 사는 이유의 실체가 아닌가 싶다. 겉으로 보기에 거룩하거나 위대해 보이는 사람들도 자식의 문제에 관한 한 눈멀고 귀가 머는 경우를 볼 때도 난 결국 사람 사는 일의 본질이 저것이구나 생각하곤 한다.

얼마 전 친지의 병 문안 길에 병원주차장의 한 구석에서 오열하고 있는 중년 남자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쓰레기통 뒤에서 '꺼억 꺼억‘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가 무슨 이유로 그곳에서 울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의 처연한 모습은 오래도록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는 아마도 자기 스스로의 문제 때문에 울고 있던 것은 아닌것 같았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누구일까. 분명한 것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가 사라지면 내 인생도 함께 사라지는 그 사람으로 인해 그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최근 알음알음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사이트 가운데 ‘하늘나라 우체국’이라는 것이 있다. 산 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해주는 곳이다. 이곳에 가보면 다시금 우리의 궁극적 사랑의 대상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당신, 오늘 나랑 아이들 보았나요? 당신한테 갔었는데! 당신은 전에, 활짝 웃으며 장미 꽃다발을 나에게 안겨 주었었는데, 오늘 나는 나의 눈물을 머금은 흰 국화꽃 한 다발을 당신 사진 앞에 놓았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 어린아이들에게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고 떠들고 장난들을 치더군요. 그렇게 철없는 어린것들을 나에게 맡겨놓고, 떠난 당신...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하나님 사랑하는 아내를 하루만 돌려보내 주셔요. 그러면 그 동안 못 다한 사랑
그리고 아프게만 했던 이런 저런 사연들 다 용서받고 싶습니다.
단 하루가 어려우시다면 단 한 시간만이라도 왔다 가도록 해주셔요..."

나의 사랑의 대상은 누구인가. 항상 같이 있고 싶고, 안보면 보고싶고, 그가 아프면 내가 더 아프고, 한번 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는, 그래서 그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 하나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상대는 누구인가.

부끄럽게도 내 사랑은 내 눈앞에 보이는 것 이상을 넘어서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내 가족이나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내 삶의 전부를 바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이 내 사랑의 한계이자 내 삶의 연약함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기도는 길지만 타인을 위한 기도는 짧고, 내 문제는 절박하지만 인류의 문제는 형식적인 것을 보면 내 사랑이란 것은 얼마나 편협하고 옹졸한 것인지.

난 이러한 인간의 심성을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실체라는 것은 인식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성경이 이 한계를 넘어서라고 말하는데 있다. 네 가족만 말고 네 이웃과 형제를 네 목숨만큼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타인을 사랑하고 인류를 포용하며 사랑이란 이름으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분명 나의 능력과 한계를 벗어나는 일인데도 말이다. 여기에 우리의 고뇌와 딜레마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내 목숨처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우선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고, 다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고, 그 다음은 우리가 가진 사랑의 분량이 정해져 있거나 특별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것은 아무리 넘치도록 퍼주어도 마르지 않고 굳지도 않는 신비로운 선물이다. 오히려 사랑은 아끼고 나누는데 인색하면 할수록 메마르고 굳어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사랑을 아끼면 고작 제 자식만을 사랑할 만큼의 분량밖에 남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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