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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이가 아파트 창에서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이 감각이 무디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모든 아이들은 제가 뛰어내리기에 위험한 높이를 알고 있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겨우 계단을 올라왔다 하더라도 내려가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분명 올라왔으면 내려가는 운동 능력이 있을 텐데도, 한쪽 발을 내밀어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뒤로 물러나며 주저 앉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아직은 자신에게 위험한 운동이며, 위험한 상황에서는 서 있는 것보다 앉는 것이 무게 중심이 낮아져 더 안전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육교 위에서 찻길을 내려다보며 아슬아슬한 느낌을 즐기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머리카락이 쭈빗쭈빗 서고 손바닥에 땀이 차며 발바닥이 간질간질해 지는 등, 뛰어 내리기에 위험한 높이에서는 본능적으로 그 위험을 감지한다.
그런데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고층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는 이러한 높이 감각이 무디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젖먹이 시절부터 엄마의 품에 안겨 항상 아래를 내려다보던 것이 습관이 되어 그 높이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통 아이라면 응당 느끼는 긴장감이나 아슬아슬한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베란다나 창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실수로 추락하게 된다.
둘째로는 베란다의 잘못된 사용에 그 이유가 있다. 사실 아파트에서 주방이나 화장실의 조그만 창을 제외하고는, 방안이나 거실의 모든 창문은 항상 베란다에 면해 있다. 다시 말해 방안이나 거실에서 창을 열면 베란다를 먼저 만나도록 되어 있지, 곧바로 몇 십 미터의 절벽과 맞닥뜨리게 되어 있지는 않는 것이다. 베란다의 목적과 효용은 실내와 실외의 완충 작용에 있다. 외부의 추위와 더위, 일사, 먼지, 소음을 한번 걸려주는 동시에 추락의 위험도 한번 막아준다. 복도식 아파트에서 복도에 면한 부분은 베란다가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집이 좁다는 이유로 베란다를 터서 내부로 사용하고, 특히나 좁은 아이들방의 베란다는 가장 먼저 헐린다. 그렇게 해서 조금 넓어진 방의 창문에 예쁜 커튼을 달고, 햇빛 아래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창문 바로 아래 책상을 둔다. 유치원 설계를 하기 위해 아동심리학을 배운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올라가 놀기를 좋아한다. 눈높이가 훨씬 높아져서 실내의 모든 사물이 제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 예쁜 커튼과 그 아래 놓인 책상은 대여섯 살배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올라가 놀기에 딱 좋은 장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다음엔 무서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베란다를 개조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무슨 이유에선지 항상 그 곳에는 잡동사니 물건을 쌓아두고 있다. 헌 옷을 넣어 둔 오래된 옷장, 헌 책이 들어차 있는 낡은 책장과 책상 등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을 버리지 않은 채 그 곳에 쌓아두고 사는 것이다. 아이들은 넓은 공간보다는 좁은 공간에 숨기를 좋아하며 특히 오래된 물건이 있는 창고를 좋아한다. 오래되어 잘 쓰지 않는 물건은,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시골집의 다락이나 헛간이 얼마나 신비하고 황홀했는가, 베란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그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헌 책장이나 옷장을 뒤지기 위해 까치발을 하다가 급기야는 삐걱거리는 책상이나 부서진 의자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한번의 호기심과 맞바꾼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다.
아이들이 베란다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방지하려면 우선 높이에 대한 위험을 인지시키고 베란다를 개조하거나 물건을 두지 않아야 한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아이에게 높이 감각을 훈련시키는 방법은 점진적인 부감(俯瞰) 체험을 시키는 것이다. 우선 2층 복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게 하고, 3층, 4층, 10층 등 점차 그 높이를 높이면서 높이에 따라 같은 사물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 가를 직접 보여주며 높이에 대한 기본 감각과 지금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 사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란다를 개조하거나 물건을 쌓아두지 말 것. 베란다를 제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추락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침실에 면한 베란다는 90cm 이상의 높이에 창문을 두기 때문에 베란다 바닥에 서 있는 아이는 그 창을 통해 떨어지지 않는다. 거실에 면한 베란다는 바닥부터 창이 있지만 90cm 높이까지 난간이 있어서 안전하다. 더구나 난간의 폭은 아이의 머리가 통과할 수 없는 10cm 안팎이다.
비단 아이의 추락 사고뿐만이 아니라, 베란다를 개조하거나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아파트를 설계함에 있어 베란다는 거실이나 침실보다 설계 하중을 더 적게 계산한다. 다시 말해 베란다에는 가구나 짐을 두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하기 때문에, 그 곳에 바닥 난방을 하거나 짐을 두면 초과 하중이 발생하여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본래 베란다는 용도는 조망과 휴식용으로써 그 곳에 티 테이블 정도를 두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그것도 피할 일이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내 아이를 지키는 일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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