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이라크에 파병선언
과테말라, 이라크에 파병선언
  • 김광진
  • 승인 2004.03.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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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국가들의 충성경쟁

중미의 작은 나라 과테말라가 이라크에 군대의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3월 6일 스페인에서 스페인과 중미 각국의 대통령들이 정상회담을 하는 중에, 과테말라의 신임 베르쉐 대통령은 이라크에 과테말라도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은 구체적인 병력의 규모나 병력구성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2004 1월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현재 부패혐의를 쓰고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뽀르띠요 전 대통령도 이라크에 대한 파병을 시사한 적은 있었으나 구체화되진 않았었다. 이라크 전 당시 멕시코에서는 대규모의 이라크 전 반대시위가 있었고, 멕시코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이라크 전 반대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중미국가를 포함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9개 국가들이 이라크전지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중미 작은 나라들 중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로, 니카라구아의 3개국과 카리브 해의 도미니카는 실제로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과거 이들의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스페인 군대와 함께 행동해서 Plus Ultra 연대를 구성하고 있다. 이 연대에는 1300명의 스페인 군과, 또 약 1300명가량의 중미국가의 군대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테말라의 이번 선언은 이 연대에 과테말라도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군대를 폐지하고 영세중립국을 선언한 코스타리카를 제외한, 중미 5개국 중 4개국 전원이 이라크 전에 군대를 파병하게 된 것이다. 또 얼마 전부터 IMF의 관리를 받고 있는 인근의 도미니카도 군대를 파병하게 되었다. 이들 중미국가들은 2004년 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고, 각국의 비준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 미국 인근의 소규모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은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아무도 미국에 대해서 ‘노’라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잇따른 민중봉기와 선거혁명으로 좌파적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고 있고, 미국이 추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의 창설을 공공연히 거부하고 있는 남미 국가들과는 입장이 전혀 다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나라들이지만, 이들 나라들은 또한 남미의 국가들에 비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보다 나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바로 쿠바 때문이다. 중미의 많은 나라들이 좌익게릴라들과 내전을 치루는 등 바로 인근의 쿠바에서의 혁명의 성공이 중미국가들로 파급되려는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자국의 코앞에 있는 이들 국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준 것이다.

남미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외환위기로 IMF의 관리를 받고 있는데 비해, 중미에서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극도의 가난 속에서도 경제적인 격변에 휩싸이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쿠바혁명으로 인한 효과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들 나라의 변혁을 지원하던 소련은 사라졌고, 중미에서의 내전도 완전히 수그러들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이젠 더 이상 미국이 이들 나라에 특별한 혜택을 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미국가들이 반대하는 자유무역지대가 중미에서는 급속히 진행된 것도, 남미국가들이 아무도 참가하지 않는 이라크 전에 중미국가들이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곤 모두가 군대를 파견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약소국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인 것인가 보다.

한때 수많은 게릴라들로 넘치며 전 세계의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했던 중미의 사회변혁운동이 사라진 남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니다.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에 용병으로 동원되어 충성경쟁을 하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자존의 길을 포기한 중미 국가들의 현 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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