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바로 그것이다. 세상을 향하여 괜히 내지르는 짜증일 수도 있고, 좀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한 염원일 수도 있다. 요컨대 나에게 있어서 자유란 무엇을 누리는 것이 아니란 것은 확실하다. 나의 자유란 영원히 추구해야 할 어떤 대상이다. 끊임없이 내 삶과 평행을 그리면서 서로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교감하기는 하되 결코 누릴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나는 갈망한다. 무엇을 갈망하는지는 모른다. 얼마 전 욕심을 버리고 난 난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무언지도 모르면서 내가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는 그것의 정체가, 그날 내가 모조리 내다버린 욕심과 허영의 덩어리 같은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단순한 습관일수도 있다. 진정으로 내가 갈망하고 있는 것은 없는데, 아무것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불안해서 그럴 수도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이루게 만드는 위대한 불안의 힘이 바로 갈망의 정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불안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마음은 지극히 편안하기 때문이다. 난 삶을 살면서 항상 목표와 그 다음 목표, 또 그다음의 목표들을 첩첩히 쌓아놓고 살아왔었다.
욕심들을 버려버린 지금. 나는 내 삶에는 아무런 목표가 없다. 눈을 뜨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인터넷에 잠깐 들어갔다가 TV를 잠시 시청하다 잠에 든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내일에 대한 걱정은 버렸다. 신기하다. 늘 그렇게 조바심을 내면서 살아온 삶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어쩌면 그것일지도 모른다.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평화라는 것과 잘 사귀지 못해서 생기는 어색함. 혹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이건 불편한 느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논리를 하나씩 되 집어서 생각해 본다. 무엇을 간절히 원한다. 간절함의 대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면 나는 이루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이 논법에는 약간의 비약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논리상으론 흠잡을 만한 곳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을 원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무엇인가를 가지기를 바라는 것, 혹은 어떤 여행 같은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갈망한다. 그러나 무엇을? 나는 갈망의 대상이 아닌 것을 갈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엇을 느끼고 공감을 하는 것을 갈망할 수는 있다. 무언지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하여. 그래 그것은 아마도 그리움 같은 어떤 것이다. 만지거나 가지거나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리워하는 것.
요즘은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 힘든 느낌을 느긋하게 누리고 있다. 어쩌면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자유인인데. 나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더 이상 결승점을 향해 달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는데, 그런데 나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자유인과 그리움. 이 묘한 두 가지 단어의 만남에 관해 생각이 미치자 어떤 연상 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유로움은 구속에서의 해방이다. 그래서 구름같이 가볍다. 나는 자유로우므로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아무 곳에 가지 않아도 편안하다. 나는 또한 바라는 것도 없다. 이루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것이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은 나에게 무엇을 재촉하지도, 내가 무엇을 이루기도 원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인지도 기억할 수 없는 그 오래된 옛날로부터 그것은 내 주변에 항상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것들. 의무와 욕심과 성취욕에 밀려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삶의 순간순간에서 문득 생각이 나곤 했지만 삶의 구석으로 밀어내고 말았던 것. 하지만 항상 나를 지켜보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었던 나의 그림자 같은 친구. 나는 이제에 와서야 그것을 갈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움. 그것은 지금도 내 곁에 머물러 있다. 단지 너무 가깝지 않을 뿐, 조금 비켜선 저곳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향해서 웃어주고 있다.
그래 난 이제 갈망의 대상을 찾았다. 나도 그리움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준다. 오래 아주 오래 동안 손을 흔들며 그 희미하나 익숙한 그리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는 모든 짐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고, 그도 나를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제 그것을 찾았으므로 나는 마지막 갈망을 풀고 편안함을 찾는다. 그래 나는 이제 진정으로 자유로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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