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행간에 함정이,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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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행간에 함정이,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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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영악해지는 기사들, 독자들도 영리해져야

뉴스를 읽다 보면 ‘아차!’할 때가 많다.  갈수록 그런 일이 많아지는 건 왜일까?  미디어들의 특종 경쟁이 정보 차별화보다는 감각 차별화 쪽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새롭지 않은 정보를 새롭게 보이려면 멋진 옷을 갈아입혀야 한다.  미처 속옷은 차려입을 시간조차 없이...

일전에 나왔던 일본발 ‘한류에 빠진 아내 살인미수’ 기사의 행간을 깊이 들여다보자.  이런 뉴스였다.

“한류에 푹 빠진 아내를 살해하려한 일본인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한(反韓) 일본 네티즌들은 그러나 “가정을 내팽개친 한류 아줌마야말로 유죄”라며 반발하고 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읽기에도 바쁜 우리는 늘 속기 쉽다.  뉴스 행간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우리는 지나친다.  “과연 그의 아내는 단지 한류 때문에 가정을 버렸을까?”  그리고 “한류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이전부터 가정을 버릴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진 건 아닐까?” 

나아가서는 뉴스의 팩트를 뒤집어서 “차라리 한류가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요, 삶의 위안이었던 건 아닐까?”  이처럼 ‘인형의 집’에 나오는 로라와 같을 수도 있었을 그 일본 주부를 상상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그녀의 가정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지나친 상상은 위험하다.  단지 그 남편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그것을 토대로 작성된 뉴스를 통해서만 그 가정을 보는 것이다.  한 가지 추정 가능한 사실은 그녀에게는 한류보다 더 흥미로운 삶의 소재가 부재했다는 점, 그리고 남편의 대응방식으로만 보더라도 그 가정은 이미 한류 이전에 깨져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정도로도 이 외신에 나타난 행간의 진실은 다 채워지지 않는다.  이것까지 읽어내야 한다.  “한류는 대단히 위험한 문화적 현상이다.”라는 암묵적 메시지가 슬쩍 끼워져 있다는 사실.  일본 매체들은 그들 국민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다.  일종의 음해이다.

대체로 사건기사에서 잘 나타나는 함정은 ‘오로지 그것 때문에...’라는 도식화이다.  경찰서 형사 앞에서 범죄 피의자가 내뱉은 한 마디 말, 그것이 뉴스에서는 절대적 진실이 된다.  설령 그것이 치졸한 변명이었더라도 재미있다면 개의치 않는 것이 뉴스의 냉엄한 현실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포장하면 그만이다.  “저렇게 쳐 죽일 놈이...”라는 논조로서 진실을 도식화한 언론은 도덕적인 면죄부를 받는다.

“주병진 때문에 결혼생활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이경실 씨의 말을 원용해서 마치 주병진과 이경실 간에 썸씽이라도 있는 듯 리드를 뽑은 연예 뉴스 정도는 애교로 봐 주자.  이 정도는 ‘착시’를 유발한 후 다 읽고 나면 좀 허탈하지만, 낚시기사 따위는 무죄다.
 
진짜 유죄에 해당하는 기사는 어떤 걸까?

이를테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뉴스다.  최근 문제가 된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사례를 보자.  주진우 기자는 한 동영상을 통해 “63년도에 광부들이 독일에 파견되고 66년도에 간호사들 파독됐고, 64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에 간 것은 맞지만 뤼브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 주장은 곧바로 두 대통령이 만나는 과거 동영상과 사진들이 올려지면서 네티즌들에 의해 악의적 왜곡임이 드러났다.

 
   
  ▲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주장은 한 네티즌이 올린 이 사진 한 장으로서 간단히 반박됐다.
ⓒ 뉴스타운
 
 

역시 주진우 기자의 주장에 따라 “박근혜 씨의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논지로 보도했던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는 정정보도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사회적인 신뢰를 잃은 주진우라는 언론인의 말을 그대로 보도하고는 정정하는 언론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에게는 진실보다 ‘일단 한 방 먹이고 보자’는 것이 더 중요할 뿐이다.

이런 유형의 기사들을 보면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임명장을 수여할 때 90도로 허리를 숙이지 못하도록 배려했다.”는 식의 문재인 후보의 말이나, “제주도 구럼비 바위는 세계문화유산이다.”는 보도 등처럼 진보언론들이 검증 없이, 아니, 검증할 생각조차 없이 내보내는 기사에서 흔히 나타난다.  물론 다 사실이 아니다.  독자들은 ‘입맛대로’만 뉴스정보를 채취하는 언론사들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흔히 ‘버스에 탄 기자들’의 사례와 같이 특정 집단이 제공한 버스 안에 갇혀 보도자료만 읽고 기사를 송고할 때에도 의도적 오보가 많이 발생한다.  대체로 알고도 속고, 알지만 어쩔 수없이 속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예기치 않은 오보성 기사도 있다.  필자 자신의 경험에도 오보로 인한 쓰라림의 기억이 있다.  약 15년 전, PR대행사를 운영하던 시절 ‘이제 북한 주민들도 패스트푸드를 먹게 됐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전 언론사에 날린 적이 있었다.  그 팩트를 보면 ”금강산의 온정리휴게소에 남측 페스트푸드인 후라이드치킨이 판매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은 온정리휴게소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통제구역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셈이다.

당시 북한당국의 거센 항의를 받은 청와대와 현대아산측이 우리의 고객인 닭고기업체에 거칠게 항의하면서 납품중단까지 통보했었다.  국정원에서 조사까지 나설 무렵, 이미 데스크를 빠져나간 기사들을 여기저기서 빼내는데 죽을 고생을 했다.  결국 한 석간신문에만 등장한 이 오보는 상처뿐인 ‘특종 오보’의 훈장처럼 남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뉴스 행간의 생략된 메시지를 읽으려 할 필요까진 없다.  그것은 오히려 위험한 상상이나 진실의 오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뉴스들 중 일부는 분명 그러한 ‘의도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뉴스 앞에서 자주 바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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