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산(産) 곡물 수출 합의 이탈에 이어 해상 봉쇄로 대응을 강화한 배경에는 러시아 내에서 고조되는 강경론의 압력이 깔려 있다.
러시아는 국제 결제망 복귀 등 미국과 유럽이 인정하지 않는 요구를 내세우고 있어, 곡물 수출 정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만일 장기화 될 경우, 신흥국, 개도국의 식량 부족사태는 물론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각료들과의 온라인 회동에서 곡물 수출 합의와 관련, “우리는 기적적인 인내와 관용으로 합의를 여러 차례 연장해 왔다”며 합의 이탈을 정당화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을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라는 제재를 가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은 러시아의 요구가 일절 충족되지 않았다며 서방국가들은 전 세계에 거짓말을 했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러시아산 곡물 비료를 무상분까지 포함하여 공급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공급을 메울 용의가 있다고 말해, 곡물 수출 강국으로서 경쟁 관계인 우크라이나를 밀어내겠다는 속셈도 내비쳤다.
푸틴 정권은 지금까지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최종적으로 합의 연장에 응해 왔다. 이번에 해상봉쇄에 이른 배경에는 러시아 내에서 껄끄러운 내부 비판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합의 시한이었던 지난 17일 크림대교가 공격을 받으면서 강경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18일 흑해를 우크라이나와 차단하지 않으면 크림의 평온을 되찾을 수 없다며 남부 오데사(Odessa)와 미콜라이우(Mykolajiv) 두 주의 군사 제압을 요구했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합의 이탈에 따라 18일자 문서에서 흑해 북서부에 잠정 항로를 설치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 본부 런던)에 통보했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계속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러시아의 해상 봉쇄에는 이를 가로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푸틴이 수출 합의에 즉각 복귀하는 조건으로 든 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복귀 등은 미국 유럽이 거부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조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0일 흑해 봉쇄에 대해 유일한 해결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합의를 중개한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에 대통령은 지난 8월 푸틴과의 대면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로 사태 타개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의 태도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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