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현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민족주의자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Marine Le Pen)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해 마크롱, 르펜 2명이 오는 24일에 치러질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과 부분적인 공식 개표 결과, 프랑스는 마크롱을 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만든 지난 2017년 결선 투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결선투표를 하게 되었으나, 이번 결과는 과거처럼 큰 차이를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였다.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28%, 르펜 후보는 23∼24% 득표율을 보였다.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가 20%정도의 득표율로 3위, 한때 르펜 후보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가 7% 안팎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투표일 출구조사가 없다. 대신 투표 마감시간이 지난 약 1시간 후쯤 전국 주요 투표소에서 개표한 결과를 모아 발표하게 됨으로써 실제 득표율을 발표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투표장소와 개표장소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투표장소에서 개표를 곧바로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개표결과를 알 수 있다. 한국은 투표장소의 투표함을 개표 장소를 이동시켜 한꺼번에 많은 수의 표를 계산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각각의 투표소에서 개표를 진행함으로써 그리 많지 않은 투표수를 빠른 시간에 개표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모아 발표하기만 하면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5년 더”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아무것도 안 된다”고 경고, 4월 24일 결선투표를 유세에서 “우리나라(프랑스)와 유럽을 위해 결정적일 것”이라며 자신을 크게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마린 르펜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외국인 혐오자”와 일치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마크롱은 “나는 프랑스를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우리가 주장해온 프랑스와 유럽의 개방과 독립의 진보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대혼란을 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마크롱은 러시아에 대한유럽연합(EU)의 제재를 강력히 지지했고, 르펜은 그들이 프랑스의 생활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했다.

마크롱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이며,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지지하고 있다.

마크롱과 르펜은 3분의 2가 개표된 가운데 3위를 차지한 2명의 후보 결선투표에서 강경좌파 지도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44세의 정치적 중도파인 마크롱은 5년 전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지만, 그는 53세의 정치적 적수에 맞서 훨씬 더 힘든 2차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르펜은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국내와 국제적으로 프랑스의 지진 변화를 약속하고 있다.

몇 달 동안 마크롱은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승부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민총궐기대회 대표 르펜은 뒤늦게 많은 프랑스 유권자들의 마음에 가장 중요한 이슈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식량, 가스, 난방비 상승과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의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여론 조사 기관의 예측은 마크롱과 르펜 둘 다 2017년 1차 투표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 중에 있으며, 이것은 프랑스 정치가 어떻게 점점 더 양극화 되었는지를 부각시킨다. 마크롱은 르펜의 예상 득표율 23%-24%를 앞서는 28% 안팎의 1차 투표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멜랑숑은 약 20%의 지지를 받았다.

마크롱과 르펜은 이제 10일 1차 투표에서 패배한 10명의 대통령 후보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2차 투표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다.

르펜은 특히 멜랑숑의 좌파 지지자들을 겨냥해 ‘사회 정의’와 ‘갈라진 프랑스’를 언급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은 저를 2라운드에 진출하게 함으로써 저를 기렸다”고 말했다. 그녀의 지지자들은 샴페인을 들고 축하했고 “우리가 이길 거야!”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AP는 전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은 불과 몇 퍼센트 포인트만 줘도 2차 투표에서 친숙한 적들을 갈라놓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결선투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려졌던 1라운드보다 훨씬 더 대립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패배를 인정한 후보들은 결선에 진출한 후보 중 하나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파 진영에서는 페크레스 공화당 후보가, 좌파 진영에서는 이달고 사회당 후보, 4% 안팎의 득표율이 예상되는 야니크 자도 녹색당(EELV) 후보가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