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여론은 생물이다. 추측을 불허할 정도로 시시때때 변한다. 그런 여론의 대부분은 언론이 주도한다. 때로는 작은 여론이 침소봉대 돼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가 하면, 반대로 큰 사건이면서도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예전엔 정부가 나서 다른 사건이나 더 큰 사건으로 현재의 사건을 덮는 예가 비일비재했다. 여론형성을 주도할 매체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 때였다. 지금은 다르다. 언론도 몇 배로 많이 생겼고 SNS 등 까지 발달돼 또 다른 여론을 주도한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통령 비서실장 당시 ‘대북 결재’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의 내용이 원인이 됐다.
내용인즉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아니라고 펄쩍뛰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사실 확인도 안 된 상태다.
K스포츠와 미르 설립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연설문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세상이 시끄럽다. 야당이 국정농단이라며 특검을 하기로 했다. 대통령 하야까지 부르짖고 있다.
이 두 사건을 놓고 분명히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두 사건 모두 여론 때문에 어느 하나가 묻혀서는 안 될 중요사안들이다. 문재인의 대북결재는 ‘국기문란’이며, 최순실의 사태는 ‘국정농단’이기 때문이다.
굳이 사건의 경중을 따지자면 ‘국정농단’보다 ‘국기문란’이 더 위험하고 국민적 지탄을 받을 일이다. 그렇다면 두 사건 모두 공평한 법의 잣대로 다스려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하지만, 문재인의 대북 결재 국기문란 행위는 더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여론은 문재인의 국기문란은 덮이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계속 부풀려지고 있다. 그나마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반면 문재인은 자신이 한 행동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버티면서 새누리당을 향해 공포탄까지 날렸다.
문재인은 23일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 “국민을 편 가르고 증오하게 만드는 새누리당의 사악한 종북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더 따져봐야 한다. 이 두 사건은 공히 특검감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특검 감이라면, 당연히 문재인의 국기문란 행위도 특검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말대로 박 대통령은 지인인 최순실에게 물어본 것이고, 문재인은 주적인 김정일에게 물어봤다는 것이다. 두 사건을 저울로 달면 당연히 문재인의 행위가 특검감이다.
더욱이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다.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특검 뿐만 아니라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철저하게 따져 물어야 할 사건이다. 이대로 덮고 가면 최순실 사건 마냥 훗날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생긴다. 잠시 여론이 문재인의 대북 결재 논란을 덮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올인 되다시피 하고 있지만, 밝히고 넘어갈 것은 최순실 사건과 관계없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앞으로 최순실 사건이 지금보다 더 일파만파로 확산된다 해도 심지어 박 대통령이 하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문재인의 국기문란 행위는 여론에 묻힐 일이 아니다.
혹여 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북 결재 논란이 최순실 사건에 묻히는 것을 보면서 최순실 사건을 덮을 수 있는 대형사건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을 걷어내기 바란다. 문재인의 국기문란 행위는 반드시 국민의 힘으로 밝혀낼 것이기 때문이다. 또 법이 살아 있음을 이 두 사건이 확실히 보여 줄 것이라 믿는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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