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이었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115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대중가수가 문학상을 받은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작가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그러나 누가 있어서 작가의 작품과 일반인의 작품을 구별하여 딱지를 붙일 수 있을 것인가.

밥 딜런은 노래도 하면서 직접 작사 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노래 가사는 철학적 깊이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밥 딜런을 음유시인이라고도 하고, 10살부터 시도 썼기에 시인이라는 호칭도 따라 다닌다. 그래서 스웨덴 한림원도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밥 딜런의 가사를 "귀를 위한 시"라고 평했다.

일반인보다 못한 작가도 있고 작가보다 뛰어난 글을 쓰는 일반인들도 있으니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왈가불가할 일은 아니다. 작가들에게만 노벨상을 주라고 작가들이 떼를 쓰는 것은 한국의 민주화운동처럼 황당할 따름이다. 정작 작가라고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도 작가다운 작품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작가들이 더 문제인 것이다.

밥 딜런의 유명한 가사 중의 일부를 음미해보자.

- 바람에 날려서(Blowin' In The Wind) -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요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 봐야
백사장에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요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높은 산이 씻겨 내려 바다로 흘러갈까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고개를 돌려
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요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야
다른 사람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달을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밥 딜런은 본의 아니게도 그의 노래 가사 색깔 때문에 반전 가수, 저항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밥 딜런의 노래는 노래에 스며 있는 저항 정신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노랫말과 가사에 담긴 인간애, 내면에 대한 성찰 등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미국 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에 두번째라면 서러워 할 사람이 한국에도 있다. 시인 고은이다. 고은의 직업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이다. 아마도 고은 시인이 이 직업을 가진 지는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도 어려운 꽤 오래 전부터이다. 고은은 올해에도 수상자 발표날 목욕 재계 후 하얀 한복을 입고 '고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기다렸을까. 이런 코메디가 이제는 부끄러울 나이도 되었건만.

고은이 출간한 저서는 150권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서깨나 했다는 필자의 기억에 딱히 남는 것이 없으니 이 무슨 변고 일까. 고은은 작품성이 뛰어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사람이 아니다. 고은은 6.15 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고문이었고, 전라도 출신에 좌파 작가였다. 이 정도면 고은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이유가 견적이 나오고도 남는다.

고은보다 뛰어난 작가들이 많지만 언론에 오르 내리는 노벨문학상 후보는 고은과 황석영 정도이다. 이들은 한국문화계를 석권한 좌익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그렇다! 고은의 노벨상은 좌익언론들이 만들어낸 '기획상품'인 것이다. 문근영이가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고은은 작품성보다 정치성으로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노벨문학상 후보자라는 종신직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고은의 고향 군산에서는 몇년 전 고은의 수상을 기원하는 여러가지 행사도 개최했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도 민주화운동처럼 화염병으로 할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노벨문학상도 노벨평화상처럼 현찰로 구매할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노벨문학상이 문예백일장이었다면 고은에게도 차례가 올 수 있었으련만.

여기 노벨문학상 후보자라는 고은의 작품 하나를 감상해 보자.

- 오라리 -

제주도 토벌대원 셋이 한동안 심심했다

담배꽁초를 던졌다

침 뱉었다

오라리 마을

잡힌 노인 임차순 옹을 불러냈다 영감 나와

손자 임경표를 불러냈다 너 나와

할아버지 따귀 갈겨봐

손자는 불응했다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경표야 날 때려라 어서 때려라

손자가 할아버지 따귀를 때렸다

세게 때려 이 새끼야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세게 때렸다

영감 손자 때려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때렸다

영감이 주먹질 발길질을 당했다

이놈의 빨갱이 노인아

세게 쳐

세게 쳤다

이렇게 해서 할아버지와 손자

울면서

서로 따귀를 쳤다

빨갱이 할아버지가

빨갱이 손자를 치고

빨갱이 손자가 빨갱이 할아버지를 쳤다

이게 바로 빨갱이 놀이다 봐라

그 뒤 총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임차순과

손자 임경표

더 이상

서로 따귀를 때릴 수 없었다

총소리 뒤

제주도 가마귀들 어디로 갔는지 통 모르겠다

고은은 '오라리'라는 시에서 4.3을 표현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고은은 이걸 시라고 쓴 모양이다. 고은의 뇌리에 들어 있는 제주 4.3은 극좌주의자들이 4.3을 선동할 때 쓰는 내용이다. 고은이 쓴 시는 빨갱이들이 쓰는 선동 문장에 가깝다. 전문 시인도 아닌 밥 딜런이 쓴 노래 가사와 전문 시인이라고 하는 고은이 쓴 시를 비교해 보면, 왜 고은에게 노벨문학상이 머나먼 이야기인지 실감이 날 것이다.

고은은 2009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북한 주민의 고통을 노래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서울의 달동네에도 참담한 삶이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 모든 걸 책임지라고 할 수 없다, 파편적이고 소문으로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대답으로 김정일 정권을 변호했던 사람이다. 고은은 김대중과 함께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기념촬영도 했던 사람이다.

밥 딜런과 고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밥 딜런은 부조리를 비판하고 권력에 저항하는 가수 였지만, 고은은 인간의 고통에 눈감고 독재자를 변호하는 권력의 강아지였다. 그의 시는 문학이 아니라 좌익의 정치이념을 선동하는 선전물이었으니, 인간을 노래하지 못하는 찌라시가 어찌 감히 노벨문학상을 넘볼 수 있단 말인가.

고은의 시를 읽지 말라. 당신의 영혼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같은 야심한 밤에는 밥 딜런의 노래를 들으면서 비바람의 글이나 읽는 것이 남는 장사다. 고은의 시보다 비바람의 글이 영혼을 울리지는 못해도 가슴을 흔들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