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합의서 역풍으로 자중지란에
북한, 합의서 역풍으로 자중지란에
  • 백승목 대기자
  • 승인 2015.08.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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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유감' 명시 김정은 존엄에 먹칠, 비정상적 사태 전제 추가도발엔 족쇄

▲ ⓒ뉴스타운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25일 자정을 넘어 00:55까지 길고 긴 40여 시간 무박협상을 통해서 어렵게 합의한 고위급접촉합의서로 인하여 협상에 나섰던 당 조직지도부 출신 상무위원 겸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조평통.아태위원회)장 김양건과 평양에 남았던 총참모장 리영길과 정찰총국장 김영철 등 군부와 사이에 알력이 폭발했다.

이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 된 남북고위급접촉에서 평양의 지령에 의해 발언을 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서는 김정은에게 일일이 보고를 하고 비준을 받아 진행을 한 것이지만, 오랜 진통 끝에 극적으로 타결되어 남북이 동시에 발표한 공동보도문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지뢰도발 주범 김영철과 총참모장 리영길 등 군부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서문과 6개항으로 된 8.25 고위급접촉합의문 제2항은 '북측(김정은)의 유감 표명'은 결과적으로 김정은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금기를 범한 것이며, 제3항 '비정상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라는 확성기방송 중단 전제 조건은 정찰총국과 군부에 족쇄를 채운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김정은으로부터 황병서와 김양건이 크게 질책 추궁을 당했을 것이다.

북한군 서열 1위의 황병서가 "도발 사실 없음"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확성기방송을 영구중단시켜 김정은 최고존엄을 지키기는커녕 '북측(김정은) 유감 표명' 공동발표문으로 인해서 김정은의 존엄자체를 훼손하는 실책을 범한 것이다. 이는 아무리 총정치국장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면키 어려운 대역죄가 될 것이다.

김정은이 자신을 옹립 보호한 주역인 조직지도부 마피아 출신 황병서를 쉽게 제거 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일 것이다. 그러나 조직지도부를 갈아 엎을 힘을 가진 유일한 곳이 김정은과 군부라는 사실을 잘 아는 황병서로서는 김정은을 진정시키고 김영철과 군부를 달래기 위해서 TV에 대고 지뢰도발 조작타령을 했을 것이다.

한편 노회한 김양건은 TV에 직접 출연하는 대신에 26일자 조평통(우리민족끼리)을 이용하여 "박근혜 정권은 지뢰 폭발사건을 조작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고 간접적으로 비난 하면서 ▲지뢰도발 근거 없음과 ▲천안함 폭침처럼 남한의 조작을 주장하면서 ▲박근혜 퇴진과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문제는 김영철의 지뢰도발을 지시하고 비준한 것도 김정은 이요, 고위급접촉 제안을 승인하고 황병서와 김양건을 내보낸 것도 김정은 이요, 유감 표명 합의서작성에 시종일관 보고에 따른 지시와 비준을 한 것도 김정은 자신이라고 할 때 전반적이고 최종적인 책임 역시 자신에게 있음을 모를 리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실책과 과오를 떠안을 희생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고위급접촉 주역인 황병서와 김양건이 공동보도문에 '북측의 유감'으로까지 명기 된 지뢰도발 자체를 "없었던 일" 이라고 둘러 대고 "박근혜정권 타도"를 외친 것은 아무리 대내용이라 해도 자신의 머리위에 떨어질 불벼락과 자신을 겨냥한 칼끝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밖에 납득이 안 가는 돌출현상이다.

이는 8.25 합의를 놓고 김정은과 김영철, 황병서와 김양건, 군부와 당료 간 이견과 알력이 한층 격화됐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장성택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김정은 사금고(私金庫), 총정치국외화벌이, 국가안전보위부 외화벌이, 인민무력부외화벌이, 정찰총국외화벌이(당작전부) 등 외화벌이 이권의 충돌로 해석되는 것이다.

군부와 대남공작부서를 제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대북뇌물창구 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으로 김정일 사금고에 외화조달창구 역을 해온 아태위원회=통일전선부가 2003년 김용순 사망과 남한 내 친북정권종식으로 내리막길에 이르자 특수공작부서와 군부가 대남외화벌이 이권을 환수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래서 금강산관광객 저격사건(2008.7.11), 국방위정책국장 김영철에 의한 개성공단육로통행제한조치(2008.12.1), 통일전선부장.아태위원장 김양건 방문 익일 국방위가 개성공단 폐쇄(2013.4.9), 금강산체류인원추방 및 자산몰수(2010.4.27)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본다.

특히 아태위원회(통전부)초청으로 이희호방북이 실현되기 하루 전에 정찰총국이 DMZ 지뢰도발사건(2015.8.4)을 유발했다는 것은 이른바 북한의 상투적인 화전양면전략이나 담담타타(談談打打) 술수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이는 크게 봐서 아태(통전부)와 군부(국방위/정찰총국)간 남북문제 주도권 다툼 이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외화벌이를 통한 충성 경쟁과 이권다툼에 불과하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한다면, 김정은 위원장 직속, 조직지도부산하 총정치국과 국가안전보위부, 통일전선부 위장기구 아태평화위원회, 국방위원회정찰총국(당작전부), 인민무력부, 정무원산하 민경련 등 공식비공식 외화벌이 이권과 직결된 '돈 싸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8.25 고위급접촉 합의문을 둘러싼 국방위정찰총국장 김영철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 된 것이며, 이에 대하여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를 의식한 당조직지도부 총정치국과 당통일전선부의 1보 후퇴는 반격을 위한 숨고르기로 볼 수도 있다.

평양의 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북측의 유감 발표'합의문 2항을 전면 부정하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구태를 재현하는 것은 합의문 3항에 명시 된 확성기방송 재개 빌미를 제공할 '비정상적 사태'를 자초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당조직지도부와 통일전선부에 맞서려는 국방위원회와 정찰총국(당작전부)의 반발이 어떤 결과를 초래 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외견상 가장 큰 위기에 몰린 것은 사건 발단 주범 김영철이 될 것이며, 지뢰도발을 지시 또는 비준해 준 김정은의 존엄과 위상이 손상되고 8.25 합의 결과에 불만을 가진 김정은에 의해 황병서와 김양건이 인책을 당할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이로 인해서 피의 숙청사태가 벌어 진다면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여 급변사태로 발전할 소지도 도처에 널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김정은 옹위를 명분으로 하는 친위쿠데타나 김정은을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궁정쿠데타 형태가 될 수도 있으며, 보위부와 정찰총국 특수부대간 무장충돌에 이은 군부개입으로 군사변란이 될 공산도 없지 않으며, 김정은이 측근으로부터 총격을 당하는 뜻밖에 사태가 발생할 소지도 없지는 않다.

이 경우 승패의 관건은 누가 먼저 선수를 치느냐에도 달렸 겠지만, 군 총정치국의 통제와 감시를 따돌리는 게 용이치 않은 상황에서 정보와 감시권한 및 무장력을 갖춘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가 주도하게 될 공산이 크며, 급변사태 발생 시 김정은 호위사령부와 측근경호부대는 크게 맥을 못 출수도 있으며, 그렇다고 총참모장 리영길이나 인민무력부장 박영식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출동이 가능한 대남도발 특수부대를 관장하고 있는 정찰총국과 보위부간 정면충돌이 벌어지면 승패는 예측불허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당장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지뢰도발로 촉발 된 준전시상태 선포로 대남도발 특수부대가 출동상태에 있었다는 것은 김영철에게 상당한 이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8.25 고위급접촉 합의 역풍으로 김영철과 황병서, 김양건과 김원홍, 조경철과 윤정린, 최경성과 리영길, 현재로서는 누가 살아 남고 누가 죽을지는 모른다. 다만 평양에서 조직 대 조직, 사람 대 사람 간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이번 사태가 실제로 오락가락 허둥지둥하고 있는 김정은이 퇴진하거나 축출당하는 급변사태로까지 발전하게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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