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절정은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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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절정은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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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과 국방은 국가 안팎의 응급 안보체제

▲ ⓒ뉴스타운

바이러스는 사이비 세포다. DNA 또는 RNA 같은 유전체가 일부 있기에 하나의 생명 같지만, 후손을 남기는 능력은 없기에 무생물 같다. 바이러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신비한 존재이며, 굳이 무엇이라 규정하자면 반생명(semi-life)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바이러스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 같은 입장이다. 물고기가 물방울을 의식하지 못하듯 세포는 바이러스의 은혜를 잊고 살아간다. 세포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지만, 그것의 도움으로 진화하며 자연선택을 받아 생존해왔다. 모든 세포가 멸망당하는 혹독한 재앙을 지구가 맞이하더라도, 어쩌면 바이러스가 주체가 되어 새 생명의 씨앗을 다음 세계에 남길지 모른다. 일생이 없는 바이러스에게 죽는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180 여명의 확진자를 감염하고, 그중 약 18% 가까이 치사율을 나타내면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례적이라 할 만큼 낙타로부터의 1차 감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2차 감염이 그동안 주로 대형병원의 응급실에서 창궐했었다. 메르스를 방어하는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백신에 의한 면역 밖에 따로 없어 보인다.

바이러스는 생체가 아니기 때문에 애당초 살균이란 개념이 성립되지 않고, 항생제는 핵심처방이 아니다. 손 씻고 마스크 쓰는 예방도 최소한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박멸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 한 가지 방법은, 단파 자외선의 출력을 증강시켜 바이러스에 쪼임으로써 그것의 유전체를 못 쓰도록 아주 파괴하는 것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요 권력의 중심이다. 한강 하류지역은 기원 전후에 흥성했던 한성백제로부터 14세기 후반에 이르러 건국한 조선왕조 반세기에 걸친 유서 깊은 도읍지였다. 옛날부터 한강을 지배한 권력집단은 한반도를 다스렸다. 북악산(北岳山)은 경복궁의 진산(鎭山)이며, 한양 성곽의 기점으로 잡아 낙산, 인왕산, 남산 등과 더불어 서울 분지를 둘러싸고 있다.

낙타는 재밌게도 한양의 좌청룡을 이루고 있는 산맥의 명칭이다. 산의 모습이 아라비아 단봉낙타 등처럼 볼록하게 솟았다고 하여 낙타산(駱駝山) 또는 낙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밖에 낙타봉이란 이름으로 전국 여러 곳에 걸쳐 솟아있다. 예전부터 낙타는 우리 민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 거실에 아담한 크기의 사각어항이 있다. LED 조명 아래 열대어 몇 마리가 사는 물속은 마치 수정처럼 투명하다. 화려한 꼬리를 가진 구피, 바닥 청소하는 물고기, 이끼 먹는 물고기, 물 달팽이 등이 어우러진 단조로운 수중세계지만, 한참 들여다보다보면 사이판 쪽빛 바다의 스노클링 유혹이 잔잔하게 일어난다. 수주(水曹)는 이와 같이 환상적 해저세계로 통하는 동굴로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실내 습도조절과 야간 간접조명이란 현실적 장점도 따라온다.

그러나 좋으면 그만한 대가도 치러야한다. 먹이주기, 물갈기, 어항청소 같은 일상적 애정 쏟기는 기본자세이다. 또 바닥재, 수초, 온도계, 자동조절 히터, 물순환 필터, 산소공급 장치 등의 시설도 고루 갖추어놓고, 언제나 최적상태가 되도록 세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느긋한 논쟁 중에 "인류원리"라는 토픽이 있다. 그것은 우주의 모든 조건이 희한하게도 인류의 생존에 꼭 알맞게 세팅되어 있다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무려 10^120 승의 1로 선택된 수준으로 정밀조정(fine tuning)된 것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종교계는 조물주의 창조설계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마치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거꾸로 세워놓은 듯 이런 우주를 아슬아슬하게 느낀다. 그리고 고민도 없이 안주하는 성직자를 생리적으로 거부한다. 그들은 즉음을 담보하며 추출해낸 결과에 대하여 인문학 쪽에서 제멋대로 재단하며 폼 잡는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평소 농담을 즐기는 파인만(1918-88)은 1965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이봐, 오늘 내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 너는 들어도 믿지 못할 걸." "또 뭔 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무 일도!"

인류원리는 인간 중심의 원리라는 각도에서 안티 코페르니쿠스 발상이다. 밀리언셀러 작가이기도 한 도킨스(1941-)는 진화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그에게 비춰보면, 인류원리는 "바이러스원리"로 바꾸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바이러스는 생명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세포가 "n차원 사건"이라면 바이러스는 "(n-1)차원 사건"의 초세포(hyper-cell)이다.

따라서 우주는 자연 원형에 가까운 바이러스에 더욱 알맞게 세팅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은 변종 바이러스를 다룸에 있어서 충분한 예우가 필요하며, 그만한 대가를 쳐줘야 하는 까닭을 발견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 참에 대한민국의 모든 응급실은 예쁜 어항수준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응급실을 바이러스 급으로 응급하라!

지난 가을, 필자는 석계역에서 움직이는 버스를 뒤쫓다가 넘어져. 곧바로 119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상계 B병원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응급실은 한 마디로 도떼기시장에 온 것 같았다. 응급조치와 CT촬영 등 이런저런 기본 검사가 거의 끝나고, 3명의 수련의가 두 번째 채혈하는 즈음에 연락이 닿은 친딸이 황망하게 내 침상 곁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제 수술받기까지 지낼 병실로 가는 대기 상태에서, 갑자기 112구급차 편으로 의정부 S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그 이유는, 채혈을 주도하던 의사에게 걸려온 전화에 있었다.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핸디폰을 잡고 통화하면서 작업하는 꼴을 옆에서 지켜본 우리 딸이 딱 잘라버렸던 것이다. "이것은 아니지. 의사의 직업의식이 겨우 저런 상태라면."

"응급실은 바이러스 키우는 온실"이란 조선일보 관련기사를 한번 옮겨보자. 응급실이 상당수 환자의 입원 대기 공간으로 쓰이면서 각종 폐렴 치료가 응급실 공간 내에서 이뤄진다. 암 환자들은 3~4일, 인기가 많은 다인실(多人室)만을 고집하는 환자들은 5~6일씩 머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응급실에 병문안을 오는 문병객도 북적인다. 응급실이 초대형 다인실인 셈이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온갖 질병의 환자 백화점이다. 환자와 보호자, 문병객 등 하루 내왕객 수백 명이 뒤섞인 상황에서 메르스 수퍼 전파자와 같은 전염성 감염병 환자를 골라내 통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바이러스 온실 속에 전염병 확산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게 응급실이다.

메르스의 한반도 침략(?)을 뒤집어보면, 재앙이 아니라 코리아가 "세계의 G9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는 축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병원의 응급실(emergency)이 매미의 탈피(emergency)처럼 구태를 벗으면서 병원자체가 선진화로 거듭나게 되었다. 다음은 14번 전파자 같은 뻔씨(뻔들거리는 아저씨)들이 설치면서 오히려 공동체의 시민의식이 새로워지는 국면을 잡게 되었다. 덧붙여, 생체정보의 아웃렛 같은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체험을 통해서 획득하면서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국민 전체가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존망을 흔드는 적의 침략 전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2002년 6월 29일의 제2연평해전은 암살자의 정밀 조준사격 같은 사건이었다. 실화를 기초로 제작된 영화 "연평해전"은 김정일의 음침한 집단이 참수리급 고속정 윤영하(당시 대위) 정장을 처음부터 선택했고, 그의 죽음을 목표한 도발이었음을 곳곳에서 거듭 암시하고 있다. 당시 월드컵 3, 4위전을 앞두고, 우리 모두는 "Be the Reds" 이런 구호를 가슴에 붙인 빨간 티를 입고, 너 나 없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정일이 봤을 때 DJ의 순종적 햇볕정책과 맞물려 적화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착각할 수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반동분자들의 척결이었고, 윤영하는 부친 윤두호와 함께 반빨(anti-Reds) 강경파를 대표할만한 존재였다. 1970년 6월 29일, 꼭 32년 전 바로 그날, 정장 윤두호 해군대위는 북한 간첩선을 격침했던 인물이다. 연펑해전 영화는 그의 아들 윤영하를 겨냥한 북쪽의 선제공격이 조타실의 파괴와 함께 3D로 실감나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영웅은 최후까지 교전수칙에 따라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간다.

언론은 이를 훗날 제2차 연평해전이라 이름 붙였다. 한반도 전체가 월드컵 축제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 북이 왜 그런 도발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무참히 패한 제1차 연평해전의 복수를 노리고 기회만을 엿봤던, 계획적인 도발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북한은 신속하게 응답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남북 정상 회담 이후 개통된 핫라인으로 긴급 통지문을 보내왔다. "이 사건은 계획적이거나 고의성을 띈 것이 아니라 순전히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이것이 북측이 우리 정부에 보낸 최초의 사과문서가 되었다. 북의 사과를 확인하고 나서 예정대로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했다. 분당 국군수도병원 영결식장에는 박지원 비서실장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이상은 김대중 자서전 중의 연평해전 부분을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북이 왜 그런 도발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술회한 DJ는 "멀대(멀리 정신 나간 대통령)"였다. 방역과 국방은 국가안보의 양대 주축 응급체제이다. 메르스와 연평해전의 공통점은 냉엄한 침략이며, 차이점은 기획된 음모다. "우발적 발생"을 과학에서 랜덤(random)이라 한다. 김정일과 김대중은 연평해전을 랜덤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를 수긍한 사람은, 적어도 세계 지도자 중에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코리아는 남북을 통틀어 비웃음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했다. 김정일은 그렇게 우겨댔고, 김대중은 그렇게 받들었다. 그들은 세상을 우습게 여겼지만, 그 결말은 가문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한 남자의 죽음은, 짧은 삶을 살다 산화했지만, 윤영하처럼 훗날 명예를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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