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 확진자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박원순
스크롤 이동 상태바
35번 확진자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박원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시장의 기자브리핑에 환자가 직접 반박

▲ ⓒ뉴스타운

4일 늦은 밤, 뉴스를 시청하던 중, 돌연 박원순 서울시장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긴급기자회견을 생중계하는 현장의 모습이었다. 야심한 밤에 긴장된 표정으로 등장한 박원순 발언의 요지는 한 대형병원 의사가 메르스로 인해 격리 통보를 받고도 이후 대형 행사에 참석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 의사는 35번째로 확진된 메르스 감염자였다.

박원순의 발표에 따르면 35번째의 확진환자는 지난달 29일부터 경미한 의심 증상이 시작됐고 30일과 31일에는 심포지움 현장에도 참석했다고 했으며, 1500여명이 참가하는 재개발 회의 모임에도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박원순은 35번의 이 확진자가 불특정다수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들어 서울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재개발 회의에 참석한 전원에 대해서도 강제 격리가능성까지 거론했고, 또한 보건당국의 무능한 대처를 부각시키기 위해 박원순 시장 자신 스스로가 서울시의 대책본부장직을 맡아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하루에 두 번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의 긴급브리핑을 듣는 순간, 내일 아침에 해도 충분한 내용인데도 무엇이 그렇게 급하다고 자정 무렵에 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어쩌면 위기에 처한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돌아올 정치적 유,불리를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 심야 기자브리핑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강행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박원순은 자신의 위기관리능력이 무능하게 대처한 정부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절호의 찬스로 여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박원순의 기자브리핑을 듣다보면 35번 확진환자는 격리를 해야 할 준칙을 어기고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면서 감염을 전파시킨 주범으로 몰리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여기에다 정부 보건당국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집단이다 보니 초기대응도 미숙했고, 메르스 확진자들이 백주대낮에 활보하고 있을 정도로 격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콘트롤 타워가 없어 정보공유조차 되지 않는 한심한 보건당국보다는 박원순과 서울시를 더 신뢰하고 믿으라고 하는 매우 계산된 정치적인 기자브리핑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심야에 긴급브리핑을 한 이유도 어쩌면 이튿날 각 언론매체에 자신과 관련된 브리핑 내용이 대서특필로 보도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자 박원순의 심야 기자브리핑에 대한 반박이 즉시 터져 나왔다. 전날 밤, 박원순의 긴급브리핑에 의해 메르스 무차별 전파자로 몰린 35번 의사이자 확진자는 몇몇 매체에는 박원순의 기자브리핑을 반박하는 인터뷰에 응했고 종편에는 직접 유선으로 음성 출연하여 박원순 시장 긴급 브리핑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35번 확진자의 반론에 따르면, 31일에는 심포지엄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30일에는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행사에 갔지만 심포지엄도 사람이 드문 곳에 1시간 정도만 앉아 있었으며 당시 메르스 증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 이튿날 31일에서야 역학조사관과 만났고 그전에는 의심환자나 격리자로 지정받지 않았다고 했다.

메르스는 잠복기간이 6~14일 정도 있으며 공기를 통한 전염이 아니고 환자의 기침으로 나오는 침에 의해 감염된다고 하며 환자와의 거리가 2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면 감염될 확률은 현저히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35번 환자가 1500여명이 모인 장소에 갔다고 해도 그 당시는 자신조차 메르스 감염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굳이 역학 조사를 하려면 그날 35번 환자의 2미터 주변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몰라도 1500여명 전체를 마치 감염대상자로 예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확대한 발언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35번 환자는 자신의 발언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의 예도 들었다. 자신은 비록 확진자로 결정이 났지만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은 전부 메르스 음성판정이 나와 건강한 상태라고 했다.

또 35번 확진자는 질병관리본부에 자세하게 보고했다는 내용과 과정도 설명했다. 29일부터 가끔 기침이 나오고 30일 오후부터는 몸살 증상을 감지하게 되자 역학조사관을 만나 지난 병원에서 진료를 했던 지난 며칠간에 있었던 과거력을 되짚어가며 자신의 증상과 과정을 자세하게 질병관리본부에 설명했다고 하면서 "이것을 가지고 박원순이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서울시가 만약 이런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발표하려면 환자 본인과 병원 측에 확인과정을 거쳤어야 했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확인 작업도 없이 기자브리핑을 강행했다"면서 서울시가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해명도 35번 확진자의 발언과 거의 일치하는 반박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35번 확진자인 해당 의사는 초기에 증상이 경미했고 모임 성격상 긴밀한 접촉이 아니고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에 대한 격리조치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원 명단을 확보하면 메르스 주의 사항을 안내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3일 서울시와 관계자 회의를 갖는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조치 사항에 대해 논의했기 때문에 서울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이 전,후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가며 차분하게 대처하면 되었을 일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기자브리핑을 하다 보니 엉뚱하게도 진실공방으로까지 비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메르스 사태마저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