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보수의 혁신을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 회복을 전제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 진다. 도덕성 회복을 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해야 남이 가진 것도 포기하라고 설득이 가능해 질 것이다. 소위 보수가 지닌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할 정도가 되어야 실질적인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출범한 이후, 당내에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임명했다. 보수혁신위 기구가 설치되자 괜히 혁신도 못하면서 또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쇼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혁신위는 여러 사람들의 우려와 비아냥 속에서도 혁신안 몇 개를 선보였다.
새누리당 의총장에서 보여준 혁신 내용은 이른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였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개선, 무노동 무임금 적용,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국회의원 세비동결, 등 일차적으로 선보인 내용들은 국회의원 자신들의 특권과 권위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일반국민이 국회의원을 비판할 때마다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최소한의 주 메뉴였다.
하지만 이 내용은 폼생폼사로 살아가는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이러한 특권 내려놓기는 그 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일반국민이나 타인들에게는 엄청난 혁신과 내핍을 주문하면서도 자신들은 국민을 위해선 절대 변해선 안 된다면서 스스로 이닝 이터를 자처하고 있는 고귀하신 분들이 아니던가. 이러니 일언지하에 묵살을 당했던 것이다. 심지어 졸속안이라는 비판도 나왔고, 식상한 이벤트라는 소리도 나왔으며, 심지어 포퓰리즘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처럼 반발은 격렬했다.
개인성명을 발표한 의원도 있었다. 김성태가 주연이었다. 보수혁신위가 내놓은 안은 얕은 꼼수라고 일축했다. 김성태는 "세비 동결과 방탄국회 방지, 출판기념회 금지로 잠시 국민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모른다"며 "마치 국회의원이 특권만 내려놓으면 정치가 혁신되고 그걸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마냥 포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기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태의 눈에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기만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다수국민의 생각은 김성태의 생각과 상당히 다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지니고 있는 사소한 특권부터 내려놓은 것이 혁신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반대한 이유는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출판기념회 전면금지에 방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개선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정치적인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혜라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만큼 격하게 반대할 명분은 다소 약하겠지만, 무노동 무임금에 있어서는 국회의원들은 지역구활동도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적용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회 회기 중에도 국회에는 불참하고 지역구에만 내려가 있으면 된다는 말인지 옹색하게 들리는 변명이 아닐 수가 없다.
문제는 출판기념회 전면금지에 있을 것이다. 출판기념회 전면금지는 국회의원들의 아킬리스 건을 건드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출판기념회는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불법이 가미된 자금을 모금하는 수단이자 도구다. 이렇게 좋은 꿀단지를 전면 금지시켜 먹지 못하게끔 하니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 과연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회의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다.
김성태는 개인성명에서 이런 말도 했다. "국민들에게 지탄 받고 있는 정치를 복원하고, 수평적 당청 관계 정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으로 건강한 권력 구조를 형성해 나갈 보수의 정체성, 보수의 청사진이 혁신안에 담겨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김문수 보수혁신위 팀에서 일차로 나온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보기 좋게 거부당했다. 그렇다면 특권 내려놓기를 거부한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반대의원들이 혁신안을 내 놓아야 할 차례가 되었다. 내 몸에 치렁치렁하게 걸친 보석은 단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의원들이 무엇을 혁신하고,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그들이 내 놓을 혁신안이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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